尹 "한일관계 개선 뚜렷" 언급
공식화 후 日 수출규제 해제 전망
시민단체 "정부 해법은 졸속" 반발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1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1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일관계는 지난 몇 년간 가장 어렵고 깊은 질곡에 빠져 있었으나, 최근 들어 뚜렷하게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한일·일한협력위원회 합동회의 축사를 통해 전한 말이다. 양국 정부는 일제 강제동원 노동자 배상 문제를 매듭지으려 긴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시민사회와 야권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어 진통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 정부는 최근 공개 토론회에서 2018년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이 제3자인 재단의 재원으로 판결금을 대신 변제받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를 두고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등은 18일 서울 종로구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정기 수요시위를 열고 규탄했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피해 생존자이자 소송 당사자인 양금덕 할머니는 일본의 사죄를 바란다고 말한다"며 "내일 죽더라도 한국에서 주는 더러운 돈은 받지 않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안은 이미 실패했다"며 "피해자들을 무지하고 나약한 시혜의 대상 혹은 무시해도 될 존재로 취급했다"고 비판했다.

집회 참가자 100여명은 강제동원 해법을 비판하는 문구를 적은 노란 종이 비행기를 날리고 행진한 뒤 외교부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외교 당국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제3자 변제안을 공식 발표하면 일본 정부는 이에 호응하는 조치로 ▲수출규제 해제 ▲화이트리스트 편입 ▲셔틀 외교 재개의 세 가지 조치를 즉각 선언하기로 내부 입장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권에선 정부안에 반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익과 동떨어진 정부의 무면허 폭주에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지난 박근혜 정권 시절 일본군 위안부 졸속 합의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피해자의 뜻을 제대로 헤아리지 않으면 '제2의 위안부 합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지난 2015년 12월 발표된 한일 위안부 합의는 일본 정부가 출연한 10억엔을 화해치유재단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사업을 하는 게 골자로, 피해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현재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40명 중 생존자는 10명에 불과하다. 생존자의 평균 연령은 94.6세다. 위선희 정의당 대변인은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의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건 역사를 바로잡을 시간도 점점 바닥나고 있다는 것"이라며 "역사를 바로 세울 마지막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리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한일관계가 합의를 통해 진전되려면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를 함께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이동원 선문대학교 전 연구교수는 이날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법적으로 따져봤을 때 강제 징용 문제는 민간 공동위원회의 결론에 따라 한국 정부가 해결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위안부 문제는 일본 정부가 해결하는 것이 맞는데, 매국노란 소리를 안 들으려면 같은 테이블에 올려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위안부 문제가 강제징용 문제에 파묻혀서 상쇄되면 부각이 안 되기 때문"이라며 "국제법상 관계 증명 문제에서 일본 기업을 당사자로 하는 것과 일본 정부를 당사자로 하는 것은 다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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