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언론·검찰 수사 얽힌 현재 국면
조경식 제보에 덧씌워진 사기꾼 프레임
野, 이재명이 배달처라는 새로운 주장
신동욱 유튜브 발언에 보수-진보 충돌
본지 '이재명 기소 조건' 귀국 시도 확인

조경식 전 KH그룹 부회장의 제보가 국회를 통해 공개되면서 정치권과 언론, 검찰 라인이 동시에 요동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휴대폰 자료와 녹취록 일부가 드러나자 곧장 ‘권성동 게이트’ 논란으로 비화했다. 조 전 부회장은 청문회 증언 내내 그를 “권박사”라고 지칭하며 2022년 7월 롯데호텔에서 권 의원이 직접 48억원을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21일 여성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조 전 부회장은 청문회에서 권 의원에게 검찰 로비 명목으로 거액을 건넸다고 증언했고, 이재명 대통령 관련 대북송금 수사가 조작됐다는 주장까지 보탰다. 그가 사용해온 휴대폰과 문자, 녹취는 탐사보도 매체를 통해 공개되며 신빙성 논란과 함께 파급력을 키웠다.
앞서 본지는 2023년 1월 13일 보도를 통해, 배상윤 회장이 해외 도피 중 ‘이재명 대통령 기소’를 귀국 조건으로 내세웠다는 KH그룹 내부 상황을 확인해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과 동반 출국한 배 회장은 하와이·동남아를 오가며 귀국 시점을 저울질했는데, 여기에 앞선 2022년 7월 권성동–조경식 회동 정황이 더해지며 결과적으로 이재명 대통령을 피의자로 확대하려는 ‘정치적 조건부 귀국’ 시도가 아니었느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KH그룹은 화천대유 자금 흐름의 종착점으로 등장한다. 2019년 김만배 씨가 조달한 100억원이 대양금속 인수에 투입됐고, 같은 해 배상윤 회장은 계열사를 통해 쌍방울 CB 발행사에 50억원을 대여했다. 쌍방울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2018년에 발생했고 KH그룹 자금 유입은 2019년이어서 연결고리가 부족한데도 이재명 기소 조건으로 귀국 메시지를 내놨던 것이다. ※관련 기사 : 김성태와 줄행랑 배상윤 '무사 귀국' 시도···'대장동의 시간' 급물살
권성동 의원은 조경식 전 부회장과의 접촉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야당 일각에선 조 전 부회장이 사기 전과 9범에다 교도소 수감 전력까지 지닌 인물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제보의 신빙성에 의문을 던지는 시각이 제기됐다. 실제로 그는 절도, 장물취득, 변호사법 위반, 사문서위조 등 굵직한 범죄 전력에 더해 동거녀 폭행 혐의로 현재도 구속 상태다.
이런 와중에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최고위원이 19일 매일신문 유튜브 프로그램 ‘금요비대위’에 출연해 “48억원은 본래 이재명 대통령 관련 얘기였는데 뒤집혀 권성동에게 간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권 의원이 조 전 부회장과 직접 통화한 육성 정황이 이미 공개된 만큼, 단순히 ‘사기꾼의 왜곡 제보’라는 프레임으로 사건을 봉합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정치권의 해석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야당은 “사기꾼의 일방적 진술”이라며 선을 긋는 반면, 여권은 “권성동 본인의 음성이 남아 있는 이상 제보자 신원과 별개로 해명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여론도 분화하고 있다. 보수진영은 조 전 부회장의 전과 기록을 전면에 내세우며 ‘메신저 때리기’에 집중하고, 진보진영은 녹취와 문자라는 물적 증거에 방점을 찍는다.
앞서 국회에서 서영교 의원과의 문답 과정에서 조 전 부회장이 공개한 육성에는 권성동 의원이 직접 “이름·액수·조 회장”을 연결하는 발언이 남아 있다. 이는 조경식 개인의 주장이 아니라 권 의원 본인의 목소리로 확인된 사실이라는 점에서 제보자의 신뢰성과는 별개로 무게를 갖는 대목이다. “조 씨는 전과가 많아 믿을 수 없다”거나 “원래는 이재명 관련 얘기였다”는 해명은 본질을 비껴간다는 분석이다.
뉴스타파 및 워치독 등이 공개한 추가 자료는 권 의원과 검찰 라인을 잇는 정황을 보강했다. 워치독이 입수한 녹취에는 로비스트들이 “권성동과 얘기해야 한다”며 이화영 관련 정보를 검찰에 더 넘길 수 있느냐고 조 전 부회장에게 묻는 장면이 담겼다. 또 다른 지인은 “권 의원 쪽 연락책을 통해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보석 석방을 추진한다”는 대화를 나눴다.
특히 로비스트로 지목된 인물들은 권 의원과 가까운 법무법인 고문이나 재소자 면회자를 자처하며 권 의원에게 정보를 건넸다는 취지의 설명이 붙었다. 일부는 문자와 통화에서 권 의원·검찰·용산 라인을 은어로 지칭하며 접촉했다는 정황까지 드러났다. 워치독은 “권 의원을 통한 검찰 접촉”이라는 문구가 반복적으로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조 전 부회장 증언의 신빙성을 둘러싼 논란이 향후 수사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검찰은 최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을 둘러싼 수사기록을 재점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 의원 측의 침묵과 달리 여권 내부에서도 “조희대 대법원장 케이스와는 다르다. 물적 증거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메신저 때리기로 사건을 수면 위로 올리는 것은 위험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