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준다” 말에 입수···구조 실패 사망
피해자 아버지 “순직 인정하라” 진정

육군이 선임 부사관의 강요로 계곡에서 다이빙했다가 익사한 하사의 사망을 순직이 아닌 ‘일반사망’으로 처리한 것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재심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6일 인권위에 따르면 인권위는 지난해 11월 15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해당 사건 피해자 A씨에 대한 전·공사 심사를 재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A씨는 육군 하사로 임관해 복무하던 중 생일을 맞아 놀러 가자는 선임의 제안에 따라 한 계곡 근처 펜션에 갔다. A씨는 “계곡에서 다이빙을 하라”는 선임의 권유에 “무섭다”라고 주저했지만 “구해줄 것”이라는 선임의 말에 물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선임들은 A씨를 구조하는 데 실패했다.
A씨는 119구급대원에게 구조돼 민간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이에 A씨 아버지는 아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다이빙을 강요한 선임 부사관에게 사망 원인이 있고, 군 복무 중 사망해 ‘순직’으로 인정해야 한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육군은 사전에 부대 차원에서 사고예방 교육을 실시했으며, 상급자가 직권남용 및 위력을 행사해 다이빙을 강요했다는 이유를 들며 순직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또 “사고 당일 위로휴무 기간 중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다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에 공무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위계관계 등 군 조직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면, A씨 사고를 사적인 친목행사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본인 과실에 의한 사고로도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인권위는 사망사고 당일 A씨의 휴무가 ‘전투 휴무’ 개념의 휴무일이라는 데 주목했다. 전투 휴무일은 특수한 훈련의 종료 후 또는 부대 여건을 고려해 장성급 지휘관의 허가 하에 임시로 정하는 휴무일이다.
인권위는 “A씨 사망을 직무수행과 관련이 없는 사적 장소에서 사망한 경우로 볼 수 없다”며 “의무복무 기간 중 사망한 경우 군인사법상 원칙적으로 순직 인정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어 “선임들의 강요 등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대상 여부는 수사기관 및 군 사법기관 판단에 따라 가려질 사안”이라면서 “적어도 순직 인정 여부와 관련해서는 A씨의 사망과 군 복무의 인과관계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인권위는 A씨를 일반사망으로 판단한 것은 국가가 장병의 생명과 안전 보호 등 국가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심사 재실시를 권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