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휘력 빈곤’, 20대 문해력 저하 원인

대학생 윤모 씨(여·23)는 수업 중 교수가 질문을 던질 때마다 난감하다. 간단한 질문에 답할 때도 말을 제대로 완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윤씨는 “과제를 발표할 땐 미리 준비한 말을 하기에 특별히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발표 후 즉석 질의응답에 두려움을 느낀다. 수강생의 질문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질문에 적절히 대응하는 표현을 바로 떠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엄청 긴장하게 되고 당혹감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즉석 질의응답 두려워”
윤씨와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대학생이 주변에 의외로 많다. 이들은 “청중의 질문을 받을 때, 머릿속에서 해야 할 말이 떠오르더라도, 이를 마땅히 표현할 단어들을 바로 생각해 내지 못한다”라고 말한다.
최근 ‘심심한 사과’의 “심심한”을 일부 젊은이들이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젊은 세대의 문해력 저하가 이슈화됐다. 필자가 취재한 바로는, 20대 문해력(文解力) 저하의 주된 원인은 ‘어휘력 빈곤’이다. 윤씨는 “우리말 단어를 많이 알지 못한다. 이로 인한 표현력 감퇴가 나의 가장 큰 문제”라고 자신을 진단한다.

“대박이 표현할 수 있는 최대”
대학생 이모 씨(여·22)는 최근 수업 중에 상대방을 논리적으로 설득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그러나 자기 생각을 온전한 문장으로 만들지 못한 채 얼버무리고 말았다. 그녀는 평소에도 어휘력의 빈곤을 체감한다.
“음식이 맛있다는 것을 다양하게 표현하고 싶은데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대박’이 표현할 수 있는 최대다. 화가 날 때도 상황이나 감정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욕설이나 비속어만 말한다.”
인터넷상에서 젊은 세대가 “사흘”이라는 용어의 뜻을 몰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4일”로 알아듣는가 하면 “4흘”이라 표기하기도 했다.
“킹받네”
필자가 접한 대학생들은 어휘력 저하의 주된 원인으로 디지털영상기기 탐닉과 독서량 저하를 꼽았다. 대학생 최모 씨(21)는 “스마트폰과 PC로 접하는 콘텐츠는 주로 구어체의 짧은 글로 되어 있다. 스마트폰을 많이 봐도 어휘량이 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윤 씨도 “카카오톡의 짧은 채팅 위주 대화가 습관이 되면서 표현력이 더 떨어지는 것 같다”라고 했다.
학생들에 따르면, 부족한 어휘력은 “좋댓구알(‘좋아요, 댓글, 구독, 알림 설정’의 줄임말)” “킹받네(완전 열 받네)” 같은 신조어로 대체된다.
대학생 권모 씨(24)는 “우리 세대는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단어를 스스로 만들어낸다. 이에 따라 기존 단어의 사용이 더 줄어든다”라고 했다.
“시대에 따라 언어도 변해”
이 씨는 “우리는 확실히 기성세대보다 책을 읽지 않는 것 같다. 부모 세대는 학창시절에 책을 많이 읽었고 지금도 긴 글로 된 뉴스를 즐겨 본다”라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1년 국민 독서 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민 절반 정도는 1년에 책을 한 권도 안 읽고 읽은 사람은 평균 4.5권 읽는다. 2019년 대비 각각 8.2% 포인트, 3권 줄었다. 대학생의 독서는 주로 수업 교재나 취업 서적에 집중된다.
일부 젊은 세대는 어휘력 빈곤이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강원도 S여고 3학년 이모 양(18)은 “시대에 따라 언어도 변한다. 서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