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간부에 대한 손배 청구 금지 더해
'노동쟁의' '사용자' 범위 무차별적 확대
정부·여당 대응 카드 尹 거부권 행사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서류 뭉치를 들고 차에서 걸어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서류 뭉치를 들고 차에서 걸어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합법파업 보장법'으로 명명한 노란봉투법이 법률안의 첫 관문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단계인 상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되면서 재계의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불법 파업을 포함한 쟁의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하는 것인데, 구조조정 반대 파업·정치 파업·동정 파업까지 노동쟁의 개념을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돼 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 때문이다.

6일 여성경제신문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개정안을 전수 조사한 결과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금지를 넘어, 노동쟁의 개념을 무차별적으로 확대하는 법률안이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환노위 고용노동법안소위는 7일 열린다. 지난 30일 소위에 상정된 강병원·임종성·이수진·강민정·양경숙·노웅래 민주당 의원, 강은미·이은주 정의당 의원, 윤미향 무소속 의원의 노조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하기 위해서다.

국내법상 합법적인 노동쟁의는 근로조건(임금·근로시간 등)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한 분쟁 상태를 의미한다. 이에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청구가 금지되고, 이를 벗어난 불법 쟁의행위에는 민법상 계약위반(채무불이행 등)책임과 불법행위책임을 따질 수 있다.

이른바 노란봉투법은 2013년 쌍용자동차 노조 간부의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때 과거 월급봉투로 사용한 노란색 봉투에 노동단체가 손해배상액 지원금을 담아 전달하는 캠페인에서 유래한 것이다. 지난 2020년 6월 19일 강병원 의원이 관련 법안을 처음으로 발의했다.

첫 번째 발의 당시 노란봉투법의 명분은 폭력 파괴 행위를 제외한 노조의 불법 파업 등 집단행동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금지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난 2년간 의원 발의안이 쌓이면 쌓일수록 강도가 점점 더 세졌다.

대표적으로 이수진 의원이 지난 8월 대표 발의한 노조법엔 폭력·파괴 행위가 동반되지 않는 쟁의행위에 대한 형사책임(형법상 업무방해죄)을 면책하는 조항이 들어갔다. 더 나아가 폭력 파괴 행위가 노동조합에 의해 계획된 경우 근로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하는 법안도 보태졌다.

각 의원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비교. 강은미·이은주 정의당 의원 외는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름 아래 숫자는 발의 일시. /정리=이상헌 기자
각 의원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비교. 강은미·이은주 정의당 의원 외는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름 아래 숫자는 발의 일시. /정리=이상헌 기자

손배 청구 금지 조항엔 부정적 여론
정치적 주장의 불일치도 쟁의 대상?

폭력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을 면책하는 것에 대해선 국민 여론이 부정적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노란봉투법 입법 논의는 노동쟁의 개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현행법이 규정하는 '근로조건에 대한 주장 불일치' 이외에도 '노사 간 주장의 불일치'로 인한 분쟁 상태를 합법적 노동쟁의로 규정하며 개념을 넓혔다.

국내 노조법이 합법 파업 범위를 좁게 해석해 노조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 소송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합법의 영역을 넓히자는 것이 개정론자의 주장이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손해배상소송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에선 2009년부터 2022년 8월까지 151건의 손해배상 청구 사례가 있었고 이 가운데 24건이 소송 진행 중이다.

김영훈 경제지식네트워크 사무총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외국과 달리 사업장을 점거하는 파업이 가능하고, 대체 인력 투입이 엄격히 제한되는 상황에서 기업이 쓸 수 있는 수단이 민형사 고소뿐인 현실을 보여주는 수치"라고 지적했다.

노동3권 가운데 단체행동권을 대폭 강화한 '합법파업 보장법'을 이 대표가 추진하게 된 배경도 같은 맥락이다. 발의 의안을 보면 △정리해고 등 근로조건의 결정이 아닌 주장의 불일치로 인한 분쟁 상태(임종성 의원)와 △경제·사회적 지위 향상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한 분쟁 상태(고민정 의원)까지 합법적 노동쟁의로 보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특히 양경숙 의원 발의안은 정치파업과 동정파업까지 합법의 영역으로 들였다. 지금까진 소극적인 노무제공 거부 방식의 파업이라 하더라도 쟁의행위 목적이 정당하지 않은 경우 민형사상 책임 추궁이 가능했지만 이를 무력화시키겠다는 것.

또 이 밖에도 사용자 정의를  구체적인 '근로계약 관계'를 맺은 당사자를 넘어 "사실상 영향력 또는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로 확대하는 내용이 다수 확인됐다(양경숙·노웅래·이은주·고민정 의원 대표 발의).

재계가 우려하는 부분도 바로 이것이다. 조동근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는 "노란봉투법의 숨겨진 독소조항은 '노동쟁의'와 '사용자' 범위를 넓힌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노·사간의 모든 이견(異見)은 쟁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안전운임제를 둘러싼 근로조건에 대한 의견 불일치로 촉발된 화물연대 총파업도 노조법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국무회의를 개최해 시멘트운송 사업자들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안전운임제를 둘러싼 근로조건에 대한 의견 불일치로 촉발된 화물연대 총파업도 노조법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국무회의를 개최해 시멘트운송 사업자들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법사 제2소위까지 야당이 완전 장악
임시회 강행 처리 가능성 높은 상황  

법률안의 첫 관문인 상임위 법안심사소위는 법안의 문제점과 전문위원의 검토보고를 통해 여야 간 이견을 좁힐 기회다. 하지만 김형동·박대수·임이자 3인의 의원이 반대 목소리를 내더라도 민주당과 정의당 연대를 저지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노조법이 환노위 전체회의를 통과하면 해당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에 회부된다. 하지만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인 법사위에 가더라도 비교섭단체인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노동쟁의 개념 확대 찬성론자여서 국민의힘의 절대적인 숫적 열세다. 여당 측 한 보좌관은 "정기회 본회의에 노조법이 상정되지 않더라도 다음 임시회에서 강행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했다.

정부·여당이 가진 수단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말곤 없는 현실을 놓고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사 관계의 큰 틀을 정하는 노조법이 정쟁을 유발하는 대상이 된 점이 참으로 안타깝다"며 "무작정 찬성과 반대 만으로 진행되는 이번 입법에 따른 경제적 부작용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