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위원회 없이 상임회의서 졸속 처리
결정문 3분의 2 반대 의견도 사후 공개

노란봉투법에 대한 찬성 의견을 표명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문에 절차적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반대 의견을 표명한 이충상 상임위원 /여성경제신문DB
노란봉투법에 대한 찬성 의견을 표명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문에 절차적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반대 의견을 표명한 이충상 상임위원 /여성경제신문DB

노란봉투법에 대한 찬성 의견을 표명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문에 절차적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전달된 결정문을 명분으로 더불어민주당이 관련 법 개정안을 신속처리안건으로 밀어붙일 태세에 돌입한 가운데 내부 지적이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26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임명한 이충상 전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송두환 의장이 전원회의를 열지 않고 상임위원회를 열어 통과시켜 버렸다"며 "지난해 12월 28일 시한으로 일정을 못 박고 결론을 내리자면서 강행한 결과였다"고 설명했다.

국가인권위의 권고 방식도 이례적이었다. 위원회 회의 결과가 나오면 반대의견도 함께 공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28일 발표 내용은 반대 의견을 낸 1인을 제외한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표현됐다. '쟁의행위로 인한 거액의 손해배상·가압류 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찬성 의견은 노출하면서도, 반대 의견은 사후 공개 방식으로 돌렸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9조 제1호에 따르면 인권에 관한 법령(입법과정 중에 있는 법령안을 포함한다)·제도·정책·관행에 대한 개선이 필요한 때 인권위는 권고 또는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상임위원은 "위원회가 국회 일정에 맞추기 위해 지난 1월 13일 최종결정문을 국회의장에게 제출한 그 사실을 공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중립성 위반 논란이 일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종법 개정 찬성 의견 표명 결정문 일부. /국가인권위원회 자료실
중립성 위반 논란이 일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종법 개정 찬성 의견 표명 결정문 일부. /국가인권위원회 자료실

근로자 편도 사용자 편도 들지 말아야 할
인권위 의결강행···중립성 의심받을 대목

이 상임위원은 "경제적으로 중요한 안건은 전원위원회에 회부해 숙의한 후에 결론을 내려야 하지만 4명으로만 구성된 상임위원회에서 의결을 강행한 것은 중립성을 의심받을 수 있는 대목"이라면서 "인권위는 근로자 편도 들지 말고 사용자 편도 들지 말고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 박찬운·남규선 상임위원의 노란봉투법 찬성 의견은 민주당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의 입법 취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쟁의행위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금지 △노동쟁의 개념 확대 △사용자 및 근로자 개념 확대 주장이 고스란히 담겼다. 반면 나홀로 반대표를 던진 이 상임위원은 20페이지부터 마지막 56페이지까지 36페이지 분량의 반박 글을 올렸다.

먼저 '상임위원 이충상의 의견'이란 제목으로 시작하는 글에서 이 상임위원은 자신이 다수에 반대하는 이유를 밝혔다. 그는 "인권위는 비정규직이나 노조를 결성하지 못한 중소기업 직원 등 경제적 약자의 인권 향상을 위해 힘써야지 정규직이 조직화된 노조의 파업권 확대를 힘쓸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국회에 상정된 노란봉투법은 두 차례의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 검토를 거쳐 상임위 통과 타이밍을 보고 있다.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금지하도록 3조를 개정하는 것엔 다수를 확보한 상태지만, 사용자·근로자 정의를 확대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2조 개정에 대해선 갑론을박이 진행되고 있다.

국가인권위는 이번 권고문에서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력·영향력이 있는 자도 사용자의 정의 규정에 포함돼야 한다"면서 2조 개정을 구체적으로 주문했다. CJ대한통운을 상대로 한 하청 택배조조의 단체교섭 요구, 포스코 하청노조의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등 현안과 직결된 사안이다. 이 상임위원은 "근로계약관계가 없는 원청회사와 하청회사 노조와의 사이에 단체협약이 체결된다는 것은 단체교섭과 단체협약의 본질에 배치된다"고 반박했다.

이 상임위원은 11인의 국가인권위원 가운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임명된 유일한 상임위원이다. 국가인권위원은 국회 선출 4명(상임위원 2명), 대통령 지명 4명(상임위원 1명), 대법원장 지명 3명으로 구성된다. 각각의 임기는 3년이다. 그는 여당 몫 상임위원으로, 지난해 9월 국회 본회의 표결을 거쳐 선출돼 10월 대통령이 임명했다.

정부의 노동 개혁에 역행하는 노동쟁의 개념 확대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특히 "강성으로 치닫는 인권위의 실태가 널리 알려질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다수파가 논거가 부족하니까 자충수를 뒀다는 얘기다. 그는 "중차대한 법률개정을 하려면 경제와 고용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면밀히 검토한 후에 해야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나 정의당이나 민주노총이나 인권위의 현재의 다수파 중 그 누구도 그런 검토를 한 일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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