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어진 선전성에도 '15세 이용가' 논란
다만 관련 없는 게관위에 쏟아진 조롱
구글·애플 스토어 등이 자체 등급 분류

이른바 '문어' 영상으로 선정성 논란의 중심에 섰던 넥슨이 블루 아카이브 게임의 청소년 대상인 틴 버전(Teen Version)을 출시했다. 선정성 개선에도 틴 버전의 수위가 오히려 더 높아 보이자, 그 비판은 애꿎게도 게임물관리위원회를 향했다. 게임물관리위 청사 /연합뉴스
이른바 '문어' 영상으로 선정성 논란의 중심에 섰던 넥슨이 블루 아카이브 게임의 청소년 대상인 틴 버전(Teen Version)을 출시했다. 선정성 개선에도 틴 버전의 수위가 오히려 더 높아 보이자, 그 비판은 애꿎게도 게임물관리위원회를 향했다. 게임물관리위 청사 /연합뉴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블루 아카이브 틴 버전을 15세 이용가로 통과시켰음. 등급 기준 제 마음대로고 일관성도 없네."

이른바 '문어' 영상으로 선정성 논란의 중심에 섰던 넥슨이 블루 아카이브 게임의 청소년 대상인 틴 버전(Teen Version)을 출시했다. 선정성 개선에도 틴 버전의 수위가 오히려 더 높아 보이자, 그 비판은 애꿎게도 게임물관리위원회를 향했다.

비판의 요지는 청소년 이용불가인 기존 버전보다 더 선정적인 틴 버전을 어떻게 15세 이용가로 분류할 수 있냐는 것이었다. 이에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 기준이 고무줄 같다며, 이들을 향한 조롱이 나타났다.

그렇다면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블루 아카이브의 틴 버전을 15세 이용가로 등급 판정한 게 맞을까?

3일 여성경제신문 '깐깐한 팩트탐구' 취재 결과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블루 아카이브 틴 버전의 등급을 판정하지 않았다. 애초에 틴 버전은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 판정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내에선 두 가지의 게임물 등급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블루 아카이브는 자체등급분류제도로 등급 판정됐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직접 심의하는 등급분류제도와 달리 이 제도는 구글 스토어, 애플 스토어 등 문화체육부 장관으로부터 지정받은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등급을 분류한다. 

게임물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자제등급분류제도는 등급판정 신청자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진행된다"며 자체등급분류제도 시스템상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등급 판정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모니터링 절차 과정 /게임물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모니터링 절차 과정 /게임물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다만 블루 아카이브 기존 버전이 청소년 이용불가로 등급 상향된 것엔 게임물관리위원회가 개입한 게 맞다. 이들은 10월 10일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8월에 민원이 여러 건 들어왔고, 모니터링으로 확인한 후 청소년 이용불가로 재분류했다"고 밝혔다.

게임물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자체등급분류제도의 취지가) 사전 검열이 아니라 사후 조치를 통해서 문제가 되는 게임을 관리하기 위함"이라며 "15세 이용가 게임에 문제 사안이 발생한다면 직권(등급) 재분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즉, 선정성 논란에 휩싸인 블루 아카이브 틴 버전이 기존 버전처럼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 재분류 대상이 될 여지가 남았다는 것이다.

등급 오류 난 게임물 방치
게임사·게관위 책임 있어

청소년 이용불가로 게임 등급이 상향되자, 넥슨은 블루 아카이브의 '틴 버전'을 새로 출시했다. /네이버 블루 아카이브의 기본 정보 캡처
청소년 이용불가로 게임 등급이 상향되자, 넥슨은 블루 아카이브의 '틴 버전'을 새로 출시했다. /네이버 블루 아카이브의 기본 정보 캡처

결과적으로 선정성의 개선 없는 틴 버전을 시장에 출시한 '넥슨'은 비판 대상에서 빠져나갔다. 10월 기자간담회에서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문어 영상에 대해 대사와 게임 설정 등을 지적했음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관련기사: 여성 단체의 적이던 '넥슨'···이번엔 게임 내 선정성 논란)

김영진 청강문화산업대 게임콘텐츠스쿨 교수는 "게임 이용자들이 납득할 수준의 변화를 줘야 하는 게 맞다"며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대응은 게임 이용자들에게 배려가 부족한 것"이라며 게임 이용자들을 무시한 대처임을 지적했다.

게임 이미지 /언스플래쉬
게임 이미지 /언스플래쉬

게임물관리위원회도 게임 등급 논란에 책임이 있다. 여성의 옷을 벗기는 게임인 '와이푸-옷을 벗기다'가 15세 이용가로 출시됐거나 사행성 요소로 금지된 '무한돌파삼국지 리버스'가 유통되는 등 문제가 있는 게임이 계속 등장했다.

이에 게임물관리위원회 관계자는 "1년에 99만 건의 게임물이 국내에 유통되고 있으며, 등급분류제도로 사람이 직접 등급 분류하는 게임물은 800~900건이다"며 "9명의 연구원이 99만건의 게임물 등급을 분류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호소했다.

김 교수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 제도가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대와 산업 변화에 맞춰 등급 분류의 공정성, 투명성, 객관성을 담보로 해야 한다"며 "자율심의로 가는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내부 시스템의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게임물관리위원회 관계자는 등급 판정 불만에 대해 "게임 이용자들의 니즈를 충족하기에는 좀 부족할 수 있다"며 "저희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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