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내과 과장 "콘돔으로 HIV 예방 확률 80%"
치료약 복용 시 HIV 미검출=감염 전파 위험 0

질병관리청은 콘돔 사용을 가장 대표적인 에이즈 예방 기준으로 삼고 있다. /질병관리청 홈페이지 재구성
질병관리청은 콘돔 사용을 가장 대표적인 에이즈 예방 기준으로 삼고 있다. /질병관리청 홈페이지 재구성

"에이즈 예방은 콘돔으로"

이 문구는 질병관리청 홈페이지가 가장 대표적으로 내세우는 말이다. 2020년 작성된 이 안내 문구는 'HIV/AIDS예방' 페이지의 상단에서 찾을 수 있다.

이 페이지에는 "성행위를 하는 동안 콘돔을 올바르게 계속적으로 사용해 왔다면, HIV에 감염될 위험성이 거의 없다", "'콘돔이 에이즈 예방에 100% 효과적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는 사용자가 콘돔의 사용 수칙을 정확하게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라는 문구도 찾아볼 수 있다.

여성경제신문은 '거의', '정확하게' 등 모호한 문구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고자 질병관리청에 문의했다. 질병관리청 에이즈관리과 관계자는 콘돔으로 에이즈를 예방할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실험을 하기 힘들기 때문에 구체적인 확률이나 데이터는 갖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다만 논문을 참고해서 에이즈, 매독 등 대부분의 성병은 콘돔으로 다 예방이 된다고 알고 있다. 콘돔을 사용하면 성관계 시 체액 자체가 전달이 안 되니까 이게 가장 확실한 감염 예방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질병관리청의 주장은 사실일까. 11일 여성경제신문의 '깐깐한 팩트탐구' 팩트체크 결과, 콘돔은 가장 확실한 에이즈 감염 예방법이 될 수 없다. 

 

해외 연구 결과, 콘돔으로 HIV를 예방할 수 있는 확률은 70~92%로 나타났다. /영국 NAP aidsmap 홈페이지 재구성
해외 연구 결과, 콘돔으로 HIV를 예방할 수 있는 확률은 70~92%로 나타났다. /영국 NAP aidsmap 홈페이지 재구성

첫 번째 이유는 콘돔이 HIV 감염을 100% 예방할 수 없기 때문이다.

10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 제19조 등 위헌 제청' 변론에 참고인으로 참석한 최재필 서울의료원 감염내과 과장은 "콘돔으로 에이즈를 예방할 수 있는 확률은 통계적으로 80%"라고 말했다. 

해외 연구 결과도 최재필 과장의 말을 뒷받침한다. 2015년 Dawn Smith 박사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연구한 바에 따르면, 콘돔을 '지속적으로' 사용한 남성 간 성관계에서는 콘돔이 HIV감염을 70% 예방했다. 그러나 콘돔을 '가끔' 사용한다고 보고한 남성 간 성관계에서는 콘돔이 8%의 예방 확률을 나타냈다.

2018년 CDC의 Wayne Johnson 박사와 동료들이 연구한 결과는 조금 달랐다. 해당 조사는 성행위 횟수 당 콘돔 효능을 기반으로 한 2015년 연구와 다르게 파트너 수 당 콘돔의 효능을 기반으로 조사했다. 3262명의 남성 동성애자를 연구한 결과, 콘돔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성관계 시 HIV 감염을 92% 예방할 수 있다고 조사됐다.

이성 간 성관계에서의 연구 결과는 또 달랐다. 2016년 Foteini Giannou와 유럽 연구원들이 두 명 중 한 명이 HIV 양성인 이성애 커플 1만 676쌍을 조사한 결과, 지속적인 콘돔 사용이 HIV 발병률을 80% 감소시켰다.

 

현재 105개국 1099개 단체가 '미검출=감염 불가(U=U)' 개념 확산 캠페인에 참여 중이다. /U=U Community Partners 지도
현재 105개국 1099개 단체가 '미검출=감염 불가(U=U)' 개념 확산 캠페인에 참여 중이다. /U=U Community Partners 지도

두 번째 이유는 바이러스 100% 미검출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기 때문이다. HIV 감염인의 경우 잘 치료받는 것이 전파를 예방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인 것.

'미검출=감염 불가(U=U, Undetectable=Untransittable)' 개념에 따르면, HIV 감염인이 치료약을 3~6개월 이상 복용하면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으며, 그 상태를 유지하면 성관계를 통해서 타인에게 HIV를 감염시킬 수 없다.

'U=U' 개념은 20년 동안 다양한 실험과 반복된 연구들에 의해 의학적·보건학적으로 입증됐다. 2016년 국제에이즈학회(IAS)를 시작으로 유엔에이즈(UNAIDS), 영국에이즈협회(BHIVA),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의 성명을 통해 확고한 과학적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2022년 10월 20일 기준 105개국 1099개 단체가 U=U 확산 활동에 동의 및 참여하고 있다. 

최재필 감염내과 과장은 헌재 변론에서 "전파 가능성이 0이라는 수치는 의학적으로 잘 나오지 않는 근거인데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 과장은 "U=U는 HIV 치료제 발전에 따른 현재 대표 에이즈 예방 정책이다"라며 "의료진의 입장에서는 HIV 감염 사실을 발견 즉시 빠르게 치료해서 본인의 건강을 찾고 전파를 예방할 수 있도록 사회적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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