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박성중·윤상현, MBC 민영화 언급
공영방송 민영화, 정치권 '단골 메뉴'
민주당 "방송법 개정, 민영화 결사 저지"

윤석열 대통령이 문화방송(MBC)과의 갈등으로 약식회견(도어스테핑)을 무기한 중단한 가운데 여당이 'MBC 민영화'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민주노총 전국언론노조(언론노조) 출신 경영진 탓에 불공정 보도가 이뤄진다는 게 여당 측의 판단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간사 박성중 의원은 22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은 다공영 1민영 체제인데, 세계 각국은 1공영 다민영 체제"라며 우리도 궁극적으로는 1공영, 다민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MBC를 민영화해야 한다는 것이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박 의원은 "궁극적으로 그렇게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권의 공감대도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고도 말했다.
박 의원의 주장은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70%의 지분을 갖고 있는 MBC의 지배 구조를 바꿔 민영 방송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정치권에서 MBC 민영화를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0여 년 전부터 소유 구조 성격을 두고 민영화 방안이 꾸준히 제기됐다. 1999년 김대중 정부 시절 방송개혁위원회는 MBC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소유 구조는 공영이나 재원은 민영적 성격이기 때문에 채널 성격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후 보수정권인 이명박 정부 들어서며 MBC 민영화에 대한 공세가 강해졌다.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은 앞선 대선 패배 원인을 지상파 방송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규정했다. MBC와 KBS2 민영화 주장의 근거였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미국산 소고기 광우병 논란으로 MBC 민영화 추진은 사그라들었다.
한동안 잠잠했던 MBC 민영화는 지난해부터 다시 부상했다. 그러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최근 도어스테핑 중단으로 추진이 급부상한 것이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문화방송 민영화 문제는 과거 대선 때마다 제기됐으나 노조와 구성원들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며 "현 문화방송 주식 소유 구조는 방문진이 70%를, 정수장학회가 30%를 소유하는 2대주주 체제다. 상법상 엄연한 주식회사임에도 주주가 2명 뿐인 해괴한 구조의 공룡"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국민의힘 의원들의 '언론노조 공영방송 장악설' 주장을 중심으로 MBC 민영화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사실상 MBC 민영화 필요성을 공식화한 것과 같아 윤석열 정부에서 MBC의 민영화 전환 움직임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미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업무 효율화 조처 일환이라는 이유로 YTN의 지분 30% 이상을 민간에 매각하는 계획을 승인하기도 했다.
현행 방송법은 대기업의 지상파 방송 소유를 금지하고 있다.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MBC 민영화 방안으로 방문진 지분을 국민주로 전환하자는 제안이 나왔지만 정수장학회 지분 30%의 처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주장이 보수진영 내에서 나왔다.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이 이뤄지지 않은 채 국민주로 전환할 경우 정수장학회가 MBC 대주주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여당의 공영방송 민영화 추진이 대통령실의 도어스테핑 중단과 맞물리면서 '언론 길들이기' 아니냐는 논란까지 이어지면서다.
국회 과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24일 윤석열 정부의 공영방송 민영화 움직임에 대해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이들은 "오늘부터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개혁에 착수한다"며 민영화 저지를 위한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민주당 과방위원들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권의 방송장악 시도가 날로 노골화되는 오늘, 공영방송 독립을 위한 방송법 개정은 시대적 소명이 됐다"며 "정권에 따라 방송이 흔들리던 과거와 결별하고, 국민이 주인이 되는 공영방송의 새 장을 열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여성경제신문과 만남에서 "지금 정부의 여당의 행태는 MB(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을 재현하는 것 같다"며 "입으로는 자유를 말하며 언론의 자유는 실종됐다. 자유를 훼손하고 있는 거라면 자유를 더이상 언급하지 말아야 한다. 민주당은 방송법 개정안 통과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