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후 인파 몰리고 막차까지 끊겨
"손님 안전 위해 첫차 시간까지 영업"

이태원 일대의 상인들은 지난 5일까지 자발적으로 가게를 영업하지 않았고, 사고 사망자의 명복을 빌었다. /김혜선 인턴기자
이태원 일대의 상인들은 지난 5일까지 자발적으로 가게를 영업하지 않았고, 사고 사망자의 명복을 빌었다. /김혜선 인턴기자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 영업을 하다니 이태원 자영업자 이미지도 나빠졌다." 

"코로나 때도 그렇더만 저 이태원 상인들 이기주의 극에 달했네. 제재 못하나?"

"상인들이 그렇게 비협조적이면 그 후유증도 각오했겠죠."

지난달 29일 이태원 압사 참사가 나던 당시 상당수 업소가 영업을 계속하자 쏟아진 비난이었다. 160명에 가까운 젊은이가 목숨을 잃었는데 바로 옆 가게에선 시끄러운 음악을 틀어놓고 영업을 했다는 제보도 쏟아졌다.

그러나 여성경제신문이 이태원 현장을 취재한 결과 당시 상황은 이같은 제보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었다. 상당수 업소는 새벽까지 참사 사실을 알지 못한 상태였고 참사 현장 인근 업소는 막차가 끊겨 갈 곳이 없어진 손님을 보호하기 위해 문을 열어뒀다는 증언도 나왔다.

여성경제신문이 만난, 이태원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A씨도 같은 경우였다. 당시 사건 현장 통제로 골목에 사람이 몰렸고, 막차가 끊겨 손님들이 갈 곳이 없었다는 것이다.

"막차는 끊겼고 새벽 5시까지는 버스나 택시도 안 잡혀서 손님들이 뭘 타고 집에 가겠습니까." A씨는 "대중교통 다닐 때까지 손님들의 안전을 위해 화장실이라도 갈 수 있도록 가게를 닫지 않았다"며 "그런데 사고 후에도 술 파티를 벌였다면서 사람들이 비난부터 하더라"고 토로했다.

이러한 비난은 사고 지점 인근 술집이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는 목격담에서부터 시작했다. 언론보도가 더해지면서 해당 자영업자에 대한 비난의 강도가 더 세졌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사고 발생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 상인도 다수였다. 사고 수습이 마무리되던 30일 새벽 2시가 돼서야 압사 사고가 발생한 걸 알았다는 것이다. 가게 문을 닫고 손님을 내쫓기에는 이미 막차가 끊긴 상황이었다.

상인 B씨는 "새벽 2시 이후에 경찰이 와서 사고 났다고 알려줬고, 손님을 받지 말라고 했다"며 "시간이 늦어 돌아갈 차편도 끊기니까 손님들이 갈 데가 없어 우왕좌왕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사고 현장 골목에 이태원 참사의 사망자를 애도하는 현수막이 달려 있었다. /김혜선 인턴기자
사고 현장 골목에 이태원 참사의 사망자를 애도하는 현수막이 달려 있었다. /김혜선 인턴기자

애도 기간으로 이태원 일대 영업 중단
"편의점 중단하면 생필품 구할 곳 없어"

애도 기간에도 이태원 상점들은 가게 문을 열어야 했다. 손님들의 편의를 위해서였다. 사건 현장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B씨는 주변 상권이 문을 모두 닫아 주민들이 끼니를 때우기 어렵다고 했다.

"사건 현장 근처는 다 문 닫아서 배달도 안 되는데 사람들이 어디 가서 어떻게 먹어요. 이태원 사고를 모르는 외국인도 있어요."

이태원 1번 출구 근처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C씨는 애도 기간에 가게를 열지 않았다. 그는 "주민들이 전화로 음식을 포장해 달라거나 배달 좀 제발 해달라고 하시더라"라며 "식사할 곳이 마땅치 않은 손님들이 연락을 주셨다"고 전했다. 

주민 외에도 사건 조사를 위해 이태원 일대에 상주하는 경찰이나 소방관도 식사가 어려워졌다. 이에 일부 식당은 경찰과 소방관을 위해 오전만이라도 가게를 운영하기도 했다.

대부분 이태원 일대의 상인들은 지난 5일까지 자발적으로 가게를 영업하지 않았다. 국가애도기간은 지난달 30일부터 1주일 간 이어졌다. 이태원 참사 사상자는 6일 오전 11시 기준 사망 156명, 부상 197명 등 353명으로 집계됐다. 중상자는 33명, 경상자는 164명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