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책임 회피 아냐···중립적 용어 사용한 것"
참사·희생자, 대형 인명피해 책임 규명 필요 시 사용

정부가 중립적인 용어를 사용하겠다며 이태원 참사를 '이태원 사고'로 통일하고 '사망자'라는 표현을 쓰도록 전국 17개 시·도에 공문을 보낸 것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이태원 지역의 이미지 훼손 가능성을 이유로 들었는데, 전문가들은 정부가 책임을 희석시키려는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고 그로 인한 또다른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종현 행정안전부 사회재난대응정책관은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재난과 관련한 용어는 정부 부처나 지방자치단체 등 굉장히 많은 기관들이 협업을 하기 때문에 용어를 통일해야 한다"며 이태원 참사 관련 용어를 통일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태원이 외국인이 많이 오는 관광지인데, 지명(이태원) 뒤에 '참사'나 '압사' 등의 용어를 쓰면 지역 이미지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각인시켜 주변 상권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 정부 측 설명이다.
또 참사가 아닌 사고, 희생자·피해자가 아닌 사망자로 표기하는 것이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지적에 "희생자 용어를 썼다고 (정부가) 책임을 지게 되고, 사망자라는 표현을 썼다고 책임을 안 지는 것 아니지 않나"라며 "그럴 의도가 전혀 없고, 재난 관련해선 용어를 최대한 중립적으로 쓰는 일종의 내규 같은 것이 있다"고 강조했다.
사전적 의미로 희생자는 '사고나 자연재해 따위로 애석하게 목숨을 잃은 사람', 사망자는 '죽은 사람'을 의미한다. 참사는 '비참하고 끔찍한 일', 사고는 '뜻밖에 일어난 불행한 일'을 말한다.
비슷해 보이지만 과거 사례를 종합해 보면 사고나 사망자는 단순한 사실을 전달할 때 사용해 왔다. 반면 참사와 희생자는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하거나 사건의 원인과 책임 규명이 필요한 경우 사용한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정부는 용어를 섞어 사용했다. 대통령 대국민 담화에서는 사고와 참사, 희생자라는 표현이 모두 사용됐다.
정부가 '참사'라는 말 대신 '사고' 용어를 굳이 사용하는 것에 전문가들은 참사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책임 소재가 갈린다는 점을 꼽았다.
박상병 인하대 교수는 "법률 용어는 법원 가서, 군사 용어는 군대에서 얘기하면 된다. 톤다운을 해 정치적 부담을 줄이려는 것"이라면서 "이태원 사건은 참사다. 이번 사건을 사고라고 부른다고 해서 사고가 되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