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2021년 지원 규모 대폭 늘어
'미흡' 평가받은 단체에도 지속 지원
박상혁 "혈세를 퍼주기식 예산집행"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9년 4월 서울시청 시장실에서 열린 '서울시-시민단체 수돗물 사랑 협약식'에서 참석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9년 4월 서울시청 시장실에서 열린 '서울시-시민단체 수돗물 사랑 협약식'에서 참석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기간 동안 서울시가 시민단체에 200억원이 넘는 보조금을 지원한 가운데, 무분별하게 남용된 사례가 일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박상혁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서초갑)을 통해 본지가 입수한 '2010년~2020년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지원사업 지원 내역'에 따르면 서울시는 매년 20여억원을 100여 개 단체에 보조금으로 나눠줬다.

박 전 시장 재임 기간인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서울시가 시민단체에 지원한 금액은 총 224억2819만원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에 등록된 시민단체도 지난 2012년 1404개에서 2021년 2356개로 증가했다.

이후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정을 다시 맡자 "서울시의 곳간은 결국 이렇게 시민단체 전용 ATM기로 전락해 갔다"며 지원 기조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공언했다. 그 결과 올해에는 9월 5일 기준 총 19억6800만원으로 줄어든 상태다.

박상혁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서초갑)을 통해 본지가 입수한 '2010년~2020년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지원사업 지원 내역'. /여성경제신문DB
박상혁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서초갑)을 통해 본지가 입수한 '2010년~2020년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지원사업 지원 내역'. /여성경제신문DB

박 전 시장 재임 기간엔 독특한 이름을 가진 시민단체가 공모에 뛰어들었다. '좋은배설문화실천운동본부'는 2012년 1000만원을 받았다. '전국백수연대'(백수연대)는 2012년 1000만원, 2014년 1000만원을 받았다.

좋은배설문화실천운동본부를 설립한 황설씨는 보조금을 통해 식습관과 체조의 효과로 만드는 '건강명품 황금변보기' 운동을 전개했다. 홈페이지에 변사진을 올리고 서로의 배설 상태를 체크하는 활동도 진행했다.

황씨는 1990년대 중반 고시 공부를 위해 경기 양평 산골에서 살다가, 황금똥을 눈 뒤 상쾌함을 느꼈다는 개인적 경험을 계기로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이름도 본명 김성호에서 황금배설의 줄임말인 황설로 개명했다. 2017년부터 '하이컨디션 국민운동본부'로 단체명을 변경해 현재도 총재로 지내고 있다.

그러나 이 단체는 단체 명칭과 사무소 소재지가 동대문구 신설동으로 변경됐음에도 서울시에 비영리민간단체 변경등록을 하지 않았다. 현재 아직도 서울시 홈페이지 등록 현황에는 '좋은배설문화실천운동본부, 서초구 방배동'인 상태로 있다.

백수연대는 주덕한 대표가 청년 실업자들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교류하다가 만든 단체다. 청년 실업자들에게 구직정보 제공과 상담 서비스를 하고, 실업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활동을 했다. 2009년엔 사회 취약계층에게 일자리 제공과 독도 홍보라는 목표로 제과업체 '독도쿠키사업단'을 운영하기도 했다.

한동안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백수연대는 지속적으로 운영되지 못했다. 서울 광진구의 한 건물 2층을 단체 사무실로 썼지만 폐업했고, 독도쿠키사업단 홈페이지도 폐쇄했다. 주 대표는 이날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백수연대와 관련된 모든 활동을 접었고, 현재는 고향에 돌아와 지내고 있다"며 "후임자에게 운영을 넘기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박 전 시장 재임 기간 서울시는 운영 상태가 미흡한 단체에 지속적인 지원을 하기도 했다. '건강한도림천을만드는주민모임'은 2013년 1600만원, 2015년 1000만원, 2017년 1350만원을 받았다.

이 단체는 환경인식을 개선하는 활동으로 하천탐사활동, 하천지도 만들기, 환경백일장, 수변축제를 진행했다. 2013년도 서울시 지원사업 평가결과 최저등급인 '미흡' 판정을 받았음에도 2015년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2015년 평가에선 A등급을 받아 개선된 듯했으나, 2017년 평가에선 또다시 최저등급인 C등급을 받았다.

'대한나눔복지회'는 2013년 '무연고자 사랑의 장례식'을 한다는 사업으로 1200만원을 수령했으나 평가 결과 미흡 판정을 받았다. 이 단체와 동일하게 2015년엔 '월드오버드림'에서 사업명 '쓸쓸한 고독사, 따뜻한 마지막 장례문화 프로세스'로 공모에 참가해 1500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월드오버드림도 당해 C등급을 받았다. 당시 서울시가 시민단체 지원 이후 면밀한 사후관리를 하지 않았다는 걸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상혁 국민의힘 서울 서초갑 시의원 /여성경제신문DB
박상혁 국민의힘 서울 서초갑 시의원 /여성경제신문DB

박상혁 시의원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박원순 전시장 재임기간 동안 서울시에 등록된 시민단체가 950여개나 증가했다"며 "서울시는 같은 기간 시민단체에 퍼주기식 예산집행으로 시민의 혈세가 특정집단의 자금원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이러한 시민단체들의 지원 예산이 어떻게 쓰였는지를 철저히 조사하고, 지원 근거가 된 조례들을 검토해서 불필요하고 중복된 조례는 폐지 또는 통폐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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