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영빈관 개·보수였다면 응원했을지도"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2020년 7월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2020년 7월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영빈관 신축을 계획했다가 철회한 윤석열 정부를 직격했다. 

탁 전 비서관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정부가 영빈관을 신축하겠다고 말했던 이유는 ‘청와대를 무리해서 버리다 보니 용산에는 행사할 장소가 만만치 않고, 그렇다고 버렸던 청와대로 다시 가기는 면구스러우니 용산과 가까운 곳에 그냥 하나 짓고 싶다’라는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만약에 윤석열 정부가 청와대를 폐쇄하지 않고 기존의 영빈관은 개·보수해 국빈 행사에 어울리는 장소로 만들고, 여기에 숙소의 기능을 더하겠다면 미력이나마 나라도 앞장서서 응원했을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탁 전 비서관은 “각국의 영빈관은 두 개의 기능이 있다. 하나는 외빈들의 숙소 기능이고 하나는 의전 행사장으로서의 기능”이라며 “외빈 숙소 기능을 전 세계가 다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외빈 숙소와 그에 따른 부속건물이 아닌데, 국가행사의 장소를 영빈관으로 부르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는 없다”라며 “빈관이라는 뜻이 원래 숙소를 의미하는 것이니 숙소가 없는 영빈관이라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한 표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영빈관은 외빈에게 숙소로 제공되는 곳이 아니라 행사의 장소”라고 덧붙였다. 

이어 “청와대 영빈관은 이미 3년 전에 지적했듯이 숙소 기능이 없고 공간이 협소하며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제대로 담아내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고, 변함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재건축이 아니라 신축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탁 전 비서관은 “이미 존재하는 부지와 청와대의 현대사를 폐기하고, 편의를 위해 용산 어디에 그저 새 행사장을 짓겠다면 누가 그것을 반길 수 있겠나”라며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이전하면서 했던 ‘아무 문제가 없고, 모든 기능은 대안이 있으며, 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던 말들은 이제 와서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그는 “국민들의 의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멀쩡한 청와대를 버리면서 예견되었던, 지겹도록 반복해서 경고했던 일들은 이렇게 현실이 되고 있다”면서 “아무런 대안 없이 청와대를 폐쇄하고, 이에 따른 대책의 수립도 설득의 기술도 없는 그들의 아마추어리즘이 더 큰 원인이다. 그러니 다시 한번 쓴다. 돌아가시라 청와대로”라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3년도 예산안에서 대통령실 인근에 영빈관 역할을 할 부속시설을 878억6300만원을 들여 신축하는 계획이 포함돼 논란이 되자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영빈관 신축 계획을 전면 철회하라고 지시했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여사가 영빈관 신축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국민의힘은 전면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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