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14일 가처분 심문기일 28일로 연기
"정기국회 야당 공세 방어 위해 비대위 시급"

법원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제기한 4차 가처분 심문기일을 오는 28일로 연기한 가운데 국민의힘이 두 번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출범시켰다. 정기국회를 앞두고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 여부와 무관하게 당을 이끌 수 있는 차기 원내대표 선출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인선과 임명을 속전속결로 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13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선 김상훈 의원과 재선 정점식 의원, 주기환 전 비대위원, 김종혁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대변인, 김행 전 청와대 대변인, 김병민 서울 광진구갑 당협위원장을 새 비대위원으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다만 비대위원 인선안을 공식 발표한 지 1시간 30분 만에 주기환 전 비대위원이 사퇴하면서 호남 출신인 비례대표 전주혜 의원으로 대체됐다. 이후 국민의힘 상임전국위가 비대면으로 회의를 열고 ARS 투표를 통해 비대위원 임명안을 의결하며 우여곡절 끝에 비대위가 출범했다. 그러나 지난 첫 번째 비대위와 마찬가지로 이 전 대표가 낸 가처분 신청의 결과에 새 비대위의 존폐가 달렸다.
서울남부지법은 14일 이 전 대표가 정진석 비대위원장의 직무집행 정지와 정 비대위원장 임명을 의결한 전국위원회 의결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네 번째 가처분 신청을 심리할 예정이었다. 이 전 대표 해임에 반대하는 모임인 ‘국민의힘 바로 세우기’(국바세)도 13일 비대위 구성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의 인용을 촉구하는 403명의 자필 탄원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공지를 통해 “법원이 이튿날 오전 11시 심문기일로 지정하고 통보했으나 당에서는 심문을 준비하는 데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 금일 오후 심문기일 변경 신청을 제출했다”고 전했다. 법원은 국민의힘이 제출한 심문기일 변경 신청을 받아들여 14일로 예정됐던 ‘정진석 비대위’ 가처분 심문기일을 28일로 연기했다.
애초 당내에는 이준석 전 대표가 신청한 효력정지 가처분에 대한 법원 판단이 마무리된 뒤 비대위를 구성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12일 정 비대위원장은 “법원의 (비대위) 직무정지 여부 판단이 언제 내려질지 모르기 때문에 마냥 공백 상태로 갈 순 없다”며 “서둘러 비대위를 구성해야만 차기 원내대표 선출 일정도 진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려면 비대위부터 구성해야 한다. 원내대표 선거관리위원회의 위원장은 당대표(비대위원장)와 최고위원(비대위원)의 협의를 거쳐 임명한다. 국민의힘은 이르면 오는 19일 의원총회에서 새로운 원내대표를 선출할 예정이다.
만약 이 전 대표가 신청한 가처분 신청이 인용돼 ‘정진석 비대위’마저 해체된다면 새 원내대표는 막중한 책임을 갖게 된다. 우선 당대표 권한대행 자격으로 당 내분 수습을 해야 한다. 게다가 19일 대정부질문을 시작으로 정권교체 뒤 열리는 첫 정기국회를 성공적으로 이끌 책무도 있다.
정치권에선 국민의힘이 정기국회에서 쏟아질 야당의 정치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비대위 출범을 서두른 것이라고 봤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권성동 원내대표도 사퇴 의사를 밝혔고, 당 지도부 공백이 오래 이어진 상황에 빨리 비대위를 출범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 여부와 무관하게 원내대표는 유지 가능하니 원내대표 선출을 위해서라도 서둘러 비대위를 구성한 것”이라고 했다.
신 교수는 “현재 정국의 주도권을 여당이 잡고 있으면 모르겠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다 보니 정기국회를 통해 어떻게든 주도권을 잡으려 노력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 지도부의 공백 상황을 끝낸 것”이라고 부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