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유출·지지율 하락 국면에 배현진 사퇴
김기현 "비상 조치 필요"···초선도 연판장 압박

국민의힘 권성동 직무대행 지도체제가 또다시 흔들리는 양상이다. 배현진 의원이 전격 최고위원 사퇴를 하는 동시에, 당내에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로의 체제 전환 요구도 나오면서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배 의원은 29일 오전 국회에서 권 직무대행 주재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80여 일이 되도록 속 시원한 모습으로 국민들께 기대감을 총족시켜드리지 못한 것 같다"면서 최고위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어 "당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그동안 많은 애정과 열정으로 지적해 주셨던 국민과 당원 동지 여러분께 굉장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지도부 일원으로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행 당헌당규상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은 당대표 '궐위' 또는 최고위의 기능 상실 등일 때 가능하다. 이 대표의 징계는 이미 '사고'로 규정됐으니 최고위 기능 상실만이 비대위 전환 방법인 셈이다.
최고위원 전원이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과 현재 7명 총원 중 과반인 4명이 사퇴하면 된다는 해석을 두고 논란이 있다. 당 사무처는 '전원 사퇴'에 해석의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자리를 지키는 최고위원은 조수진·윤영석·정미경·권성동·성일종·김용태 등 6명이다. 이 중 김용태·정미경 최고위원은 사퇴에 부정적이고, 나머지 위원들은 묵묵부답이다. 지도부에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태이지만 당분간 현 체제는 유지될 전망이다.
이날 여의도 정가에서는 배 의원의 최고위원 사퇴를 두고 내심 비대위 전환을 바라는 권 대행의 제안이 있었다는 내용의 '지라시'도 돌았다. 친윤 체제 '새판짜기' 노림수였지만 다른 최고위원이 사퇴를 번복했다는 설이다. 하지만 권 대행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 최고위원 일부가 사퇴한 상황에서 비대위를 구성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근 권 직무대행의 리더십은 시험대에 올랐다.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 발언으로 사과를 했지만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이준석 대표를 두고 '내부총질 하는 당대표'라고 겨냥한 문자가 공개되자, 또 고개를 숙였다.
또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 30%선이 무너지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민주당에 역전당한 이후 여권 내에선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당 중진급은 권 대행 체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주도했다. 김기현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지도 책임을 진 사람에게 선당후사, 선공후사는 어떤 경우에도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 원칙"이라며 "지금은 비상시기고, 비상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우택 의원은 전날 YTN 인터뷰에서 "정기국회를 앞두고 원내대표와 당대표의 기능을 다 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며 "또 시중에서 보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에 대한 시선이 그렇게 곱지 않다"고 언급했다.
초선들도 연판장을 돌리며 가세했다. 박수영 의원은 29일 초선의원 63명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 '초선의원 일동' 명의 성명서 초안을 올렸다.
성명에는 "비대위로 전환해 당을 정상화하고 윤석열 정부의 개혁입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데 매진해야 한다"며 "당 지도부를 포함한 당원 여러분은 당을 살리려는 초선의원들의 충정에 동참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이에 동의한 인원은 1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현 시점에서 지도부 흔들기만 하면 당내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며 이준석 대표의 수사 결과 발표까지 현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 상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당의 진로는 의원총회를 별도로 열어서 토론해야할 문제이지, 성명을 내고 언론 주목도만 높이면 분열만 커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서 권 대행 리더십에 대한 리스크 우려가 제기된다는 지적에도 "현재 이준석 대표의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는 직무대행 체제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비대위를 하자는 건 또 라스푸틴을 들여서 노욕의 점성술로 하자는 건가"라며 "안 그래도 힘든 정부인데 당까지 저렇게 각자도생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홍 시장은 전날 국민의힘을 비판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러시아 제국 멸망을 앞당긴 '라스푸틴'으로 비꼰 바 있다.
한편 국민의힘 원내행정국에선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월요일 의원총회 소집 계획은 사실이 아니"라고 알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