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시도 '젠더리스' 매장 오픈
남·여 전용 옷 구별 없어, '개성' 중시
전문가 "패션 통해 성차별 인식 제고"
다만 낮은 국내 성평등 인식 해결해야

젠더리스 패션 /펜디
젠더리스 패션 /펜디

패션 업계에 남자 옷과 여자 옷을 구별하지 않는 일명 '젠더리스(Genderless)' 열풍이 불고 있다. 남녀평등의 새로운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28일 패션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에서 국내에 첫 젠더리스 패션 매장을 선보였다.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나이키 스타일 홍대' 매장이다. 이곳은 남성·여성 옷이 따로 구별되어 있지 않다. 사이즈도 S, M, L(Small, Medium, Large)뿐이다. 

젠더리스란 여성과 남성 전용 등 기존의 성별 특징을 구분 짓지 않고, 사람 자체의 개성을 중시한다는 개념이다. 모든 성별에 어울린다는 의미가 담긴 '유니섹스(Unisex)'와는 다른 차원이다.

기존 의류 매장은 남성 및 여성 옷이 따로 구분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 쇼핑몰엔 층별로 나누어져 있다. 그런데 나이키 스타일 홍대는 '옷' 자체를 판매한다는 개념을 도입했다. 나이키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본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도 고객을 응대할 때, 여성·남성 기준을 따로 두지 않도록 교육한다"며 "고객의 성별이 아닌 개성에 초점을 맞춰 의류를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젠더리스 패션은 연예계에서도 유행이다. 최근 할리우드 배우인 브래드 피트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영화 '불릿 트레인(Bullet Train)' 홍보 행사에서 치마를 입고 등장했다. 국내에선 배우 박보검이 여성 전용 패션으로 알려진 핸드백을 들고나오기도 했다. 

젠더리스 열풍을 두고 일각에선 '남녀평등'의 새로운 지표라고 평가한다. 한기향 건국대 패션디자인학과 교수는 본지에 "성별을 구별하지 않고 '나'다움을 표시하자는 의미다. 패션이라는 아이템을 통해 남녀평등에 긍정적 의미를 살릴 수 있는 좋은 시도"라며 "여성스러움 혹은 남성스러움을 강조했던 기존 패션 업계에선 이젠 '사람다움'을 중시하는 트렌드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이를 통해 패션을 뛰어넘어 사회 속에서도 진정한 남녀평등 의미를 되새길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달 1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신작 영화 불릿 트레인 프로모션 행사장에 치마를 입고 등장한 브래드 피트 /트위터 갈무리
이달 1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신작 영화 불릿 트레인 프로모션 행사장에 치마를 입고 등장한 브래드 피트 /트위터 갈무리

여성 단체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임은희 한국한무보가족협회 회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옷을 볼 때 '이건 너무 여자같아' 혹은 '너무 남성스러워'라는 등 기존의 고정관념 때문에 자신이 입고 싶어도 못 입는 옷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라면서 "이젠 여성 남성을 구별하지 않고 '사람' 자체를 보는 참된 의미의 남녀평등을 실현할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이처럼 성별의 차이를 두지 않겠다는 움직임은 활발하지만, 성평등 인식에 대한 문화적 차이는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일명 '젠더 갈등'으로 불리는 성별 인식 차이가 커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젠더리스와 같은 남녀평등을 위한 움직임도 한순간 이슈로 끝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 2020년 10월~11월 전국 만 19세~34세 6570명을 대상으로 '성평등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여성 응답자 중 74.6%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답했다. 결혼에 대한 인식도 여성 57.4%가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절반 이상인 51.7%가 '남성에게 불평등한 사화'라고 답하는 등 국내에서의 '젠더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협력과 봉사 등 비물질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선진국 성향과 달리, 국내에선 물질적 가치를 우선으로 두는 경향이 많다"며 "돈을 모으는 등 경제적 부를 누리기 어려워진 현실에서 이성 혹은 기성세대와 이익을 나눠야 한다는 불만이 젠더 갈등으로까지 번지는 것. 인식 문제부터 해결해야 진정한 성평등을 위한 첫발을 뗄 수 있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