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성공회, 대체 표현 검토
한기총 "보수 성향 감안해야"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Our Father which art in heaven)."
주기도문 첫 문장에 나오는 이런 표현을 두고 남성을 뜻하는 '아버지(father)'와 '그(him)'를 대체할 성 중립적 표현을 영국 성공회가 검토해 논란이다. 국내 개신교계에서는 하나님을 성 중립적 표현으로 대체할 필요성에 대해선 난색을 표했다.
9일 BBC, 텔레그래프 등 영국 주요 매체에 따르면 영국 성공회는 올해 주교들이 예배에서 하나님을 언급할 때 '남녀 성별'을 반영한 언어를 사용하는 프로젝트를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 개최되는 성공회 총회(교회 입법기구)를 앞두고 전례 위원회에 이 같은 내용의 서면 질의가 제시되면서 계획의 세부 내용이 드러났다.
질의서에서 바스&웰스 교구의 조안나 스토바트 신부는 하나님을 남성 대명사로 부른 것에 대해 회중에게 대안을 제시하는 데 무슨 조치가 취해지고 있는지를 물었다. 그러면서 공인받은 성공회 전례에서 "더 포용적 언어를 개발하는 것과 관련해" 어떤 진전이 있는지도 함께 물었다.
다만 이를 항구적으로 바꾸거나 성경을 성별 언어로 다시 쓰는 것은 장래 교회회의에서 합의돼야 한다.
영국 개신교계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에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보수층은 "남성과 여성의 이미지는 교체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반발했지만, 진보적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을 배타적으로 남성으로 읽는 신학적 오독이 많은 지속적 차별과 여성에 대한 성차별을 조장해 왔다"며 환영했다.
하나님의 성별 문제는 교회 내에서 지난 수십 년간 논쟁의 대상이 돼 왔다. 많은 이는 하나님을 '우리 아버지'뿐 아니라 '그(He)', '그를(Him)' 등 남성 대명사로 부르는 것을 폐기하고 대신 성별 중립적으로 하거나 여성 대체어로 바꾸도록 촉구해 왔다.
국내 개신교계에서는 성 중립적 표현 제정 필요성에 대한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성경을 번역·출판하는 대한성서공회 관계자는 이날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그 문제는 지금 전화로 답변하기 어렵다"며 "메일로 공식적 문의를 주면 답변할 수 있는 부서에서 답변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한국교회여성연합회 관계자도 본지에 "국내에 성 중립적 표현 논의는 필요하겠다"면서도 "연합회의 공식적 입장이라고 얘기하기가 어렵고 조심스럽다"고 했다.
진보적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역시 "성 중립 표현 연구들은 있을 수 있는데 최근 입장 정리는 없었다"며 "어떤 의견을 낼 때 사전 조율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느 교단의 입장을 누군가가 대표해서 말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국내 개신교계는 전체적으로 보면 보수적 성향이 강한 탓에, 영국 성공회와 동일한 수준의 논의는 시기상조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관계자는 본지에 "성공회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쪽 교단으로 가입돼 있지 않느냐"며 "그쪽은 동성애를 옹호하는 입장인 거고, '하나님 아버지' 표현에 대해 저희가 어떤 의견을 갖고 있기보다는 보수단체들의 기존 생각 자체가 원래 그렇지 않느냐"고 에둘러 말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포괄적 차별금지법에도 보수적 교단에서는 '하나님의 창조 질서에 반한다'며 반대하는 상황이다.
예수교대한성결교회 신현파 총회장, 기독교대한성결교회 김주헌 총회장, 대한기독교나사렛성결회 윤문기 감독은 8일 국회 앞에서 시위를 열고 “차별금지법은 국민이 누려온 자유와 헌법, 그리고 종교 교육 기업활동에 중대한 위협을 주는 악법”이라며 “‘차별 없는 세상 구현’이라는 기만적인 구호 속에 동성애·동성혼·사이비·이단·전체주의 합법화라는 발톱을 숨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