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중심 무소비·무지출 운동 확산
배달앱 이용 줄고 리퍼 제품 수요 증가
| 연일 치솟는 물가에 서민들은 점심값마저 아껴야 할 처지다. 이러다 보니 미래 자산을 만들 종잣돈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식이나 펀드 등 고수익 상품은 원금 손실 우려가 높고, 부동산은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가상자산(암호화폐)도 루나·테라 사태 탓에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푸념마저 나온다. 이에 여성경제신문은 누구나 도전할 수 있고 안정적으로 자산을 불리는 재테크 방법을 시리즈로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최근 절약을 통해 푼돈을 모으는 ‘짠테크’(짜다는 뜻+재테크)가 각광받고 있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6.0% 상승하고 가처분 소득이 갈수록 줄어드는 등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지자, 일상에서 불필요한 소비를 최소화하는 다양한 습관에 주목하는 현상이다.
MZ세대를 중심으로는 소비를 극도로 줄이는 '무소비·무지출'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SNS와 유튜브에 하루 동안 돈을 한 푼도 쓰지 않았다는 것을 인증하는 사진과 영상을 올린다.
구체적으로 외출할 때 걷기나 자전거 타기로 교통비를 안 쓰고, 집에 있는 음식으로 도시락을 싸서 해결한다. 직장인의 경우 회사 탕비실 커피를 마신다. '냉장고 파먹기', '탕비실 파먹기'가 유행어로 자리잡은 이유다.
실제로 음식 배달 플랫폼들의 성장세가 확연하게 꺾였다. 빅데이터 기업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안드로이드와 아이폰(iOS) 스마트폰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요기요·쿠팡이츠 사용자 수는 3월 대비 배민과 쿠팡이츠에서 각각 사용자 60만명이 줄었고, 요기요에선 88만명이 빠져나갔다. 지난해 12월과 비교하면 요기요에선 올해 100만명 이상 줄었고, 쿠팡이츠는 200만명, 배민도 55만명이 줄어들었다.
유통기한 임박 상품과 리퍼 상품 판매가 올해 1분기보다 2분기에 큰 폭으로 늘었다고 롯데홈쇼핑은 17일 밝혔다. 단순 변심으로 반품됐거나 전시품을 재포장한 리퍼 제품은 2분기 일평균 주문 건수가 1분기보다 10% 증가했다. 사람들이 짠테크의 일환으로 상품 성능에 문제가 없는 저렴한 상품을 찾는 것으로 풀이된다.
도시락·유제품 등 유통기한 임박 상품을 할인하는 '라스트 오더' 서비스를 세븐일레븐이 전국 1만여개 매장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이달 1∼13일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
한때 현재를 즐기며 살자는 '욜로'와 소비를 과시하며 '플렉스'를 외쳤던 MZ세대들이 이제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양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이영진 씨(36·남)는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20대에 번 돈으로 코란도 승용차를 사서 잘 타고 다녔는데, 요즘은 고물가 때문에 걸어 다녀서 차가 계륵이 됐다"고 토로했다.

짭짤한 부수입을 벌수 있다는 점에서 애주가들 사이에서 '공병 회수'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360ml 소주병은 100원, 500ml 맥주병은 130원으로 가까운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 방문해 반납하면 된다. 이마트, 홈플러스 등 일부 마트에는 무인 회수기가 설치돼 있어 주말이 되면 이용객이 붐빈다.
서울에 사는 주부 이모 씨(42·여)는 “생활비 부담을 덜고자 손쉽게 할 수 있는 재테크를 알아보던 중 술을 좋아하는 남편이 소주병 10병을 옥상에 버려놓은 걸 우연히 발견했다”며 “이를 편의점에 가져가 1000원으로 교환했는데, 그후로는 빈병을 팔아 쏠쏠한 재미와 만족감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아모레퍼시픽에서 운영하는 사회공헌활동 ‘아리따움그린사이클 캠페인’은 유리, 플라스틱 재질 본품 및 공병을 가져오면 1개당 뷰티포인트 500점을 적립해준다. 화장품 브랜드 에스쁘아는 ‘B2P(BOTTLE TO POINT) 캠페인’, 이니스프리는 ‘공병 수거 캠페인’ 등을 각각 진행 중이다.
전문가는 고물가 시대 절약형 소비의 흐름이 인과관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날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경기 전망도 안 좋고 고물가에 금리가 올라가지고 또 이자를 더 추가로 많이 내야 되는 분들도 계신다"며 "또 비트코인이나 주식을 해가지고 손해 본 분들도 많기 때문에 지출을 줄여야 되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짠테크라는 게 현재 그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미래를 위해서 대비하고 준비하는 행동이라고 볼 수 있겠다"며 "그냥 무조건 자린고비처럼 막 절약하자는 게 아니고, 리퍼 제품을 구매한다든가 마감 시간에 할인 받는다는 식으로 현재 소비 수준을 유지하면서 지출을 줄이기 위한 하나의 성장 발전 전략"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