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본 세상]
외출시 필수품 마스크 속 피부 유해물질
KF94, 피부염 유발 가능성 커
| 여성경제신문은 국민대학교 '뉴스문장실습 수업'(담당 허만섭 교수)과 함께 2022년 연중기획으로 '청년이 본 세상', 일명 '청세' 코너를 운영합니다. 청년의 눈으로 본, 그들이 겪은 다양한 사회 현상을 그들의 글로 담아내겠습니다. 청년의 눈높이에 맞는 대안을 제시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

※이 기사는 2021년 '뉴스문장실습 수업'에 참여한 학생이 작성한 글입니다. 기사에서 인용되는 각종 통계 등의 기준 연도는 2020년인 점을 밝혀 둡니다.
군 복무 중인 전모 씨(21·경기도 산성동·서울 K대 영어영문학부 2학년)는 항상 착용해야 하는 마스크 때문에 하루하루가 고되다. 본래 피부가 예민한 그는 매일 9시간씩 착용해야 하는 마스크로 인해 피부염이 심해졌다. 전씨는 자신의 피부 상태에 대해 “접촉성 피부염이라 마스크 쓰면 마스크라인(마스크가 얼굴에 닿는 부분)에 뭐가 난다”며 “지루성 피부염이기도 해서 총체적 난국”이라고 말했다. 이어 "휴가 때 여유를 즐기기 보다 피부과를 찾는 날이 많다"고 덧붙였다.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견된 코로나 바이러스는 1년이 다 되어가도록 인류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이러한 시국에서 어딜 가든 마스크 착용 안내문을 볼 수 있을 만큼 '마스크 문화'는 강제적으로 보편화됐다.
그러나 마스크는 코로나로부터 호흡기를 지켜주는 긍정적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다. 출근해야 하거나, 군복무를 해야 하거나, 학교를 다니는 등의 어쩔 수 없는 외출을 감행해야 하는 이들에게 마스크는 장애물일 때가 더 많다.
대학생 정모 씨(여·20·서울 K대 영어영문학부 1학년)는 마스크 때문에 얼굴이 따갑거나 트러블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됐다고 말한다. 정씨는 “그런 걸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외부 활동이 유난히 잦은 20대의 경우, 많은 이들이 마스크로 인한 피부염을 호소한다. 실제 서울 여의도 소재 나의미래피부과 홍원진 원장에 따르면 마스크로 인한 피부염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의 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한다. 마스크를 안 쓸 수는 없지만 쓰면 피부에 염증이 생길 수 있는 사면초가의 상황인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상황을 보다 면밀히 알아보기 위해 마스크로 인한 피부건강 악화를 경험한 20대 남녀 7명과 피부과 전문의 1명의 얘기를 들어보았다. 11월 3째주부터 4째주 사이에 진행했고, 코로나 확산을 우려해 20대 7명은 화상통화나 일반통화, 그리고 메신저 등의 일대일 비대면 면접으로 취재했다. 전문의의 경우, 필자가 병원으로 직접 찾아가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소견을 들어볼 수 있었다. 나머지 자료는 전문의로부터 받거나 직접 검색을 해서 기사를 구성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
마스크로 인한 피부염은 화장 때문?
화장을 즐겨하는 여성들은 어떨까. 학원과 학회 때문에 일주일에 3번 이상은 필수적으로 외출해야 하는 서울 H대 중국외교통상학과 3학년 송모 씨(여·22·서울시 여의동)는 외출할 때마다 화장을 한다. 최소 일주일에 21시간은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그는 원래 피부가 좋은 상태였지만 마스크를 쓰기 시작하자마자 트러블이 생겼다고 말했다. 송씨는 “마스크를 매번 갈아 낄 수 없기 때문에 사용했던 마스크를 껴야 하는데, 그때마다 마스크에 묻은 화장에 얼굴이 닿기 때문에 더 간지러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마스크 닿는 부분에 콧잔등이랑 볼이랑, 턱, 이런 곳에 트러블이 정말 자주 난다”고 부연했다. 화장을 안 하면 피부가 좋아진다는 그는 최근 들어 피부염을 막기 위해 화장을 줄이고 있다고도 했다.
서울 영등포역 부근 K 식음료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장모 씨(여·22·서울시 신길동·부산외대 프랑스언어문화학과 2학년)는 근무 시에 반드시 화장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착용을 묻는 질문에 “아르바이트를 할 때는 가는 시간, 오는 시간 합해서 하루 10시간 정도 낀다”고 답했다.
또한 장씨는 유학을 준비 중에 있기 때문에 유학원과 언어과외를 가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일주일에 최소 25시간 정도는 마스크를 껴야하는 상황이며 그 중 화장을 하고 있는 시간은 20시간 이상이다. 송씨와 달리 원래 피부가 예민한 편이 아니라고 답한 그는 사춘기 이후로 크게 나빴던 적이 없었다고 말한다. 그는 “마스크 끼고 한 달 쯤 지났을 때부터 얼굴에 뭔가 나기 시작했다”며 "금방 가라앉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트러블은 사라지지 않았고 갑자기 얼굴 전체에 여드름이 생기는 등 상태가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화장은 안 하지만…”
반면 화장을 하지 않음에도 피부 건강 악화를 호소하는 이들이 있다. 서울 K대 영미어문학과 3학년 인모 씨(여·21·통영시 인평동)는 평소 화장을 하지 않지만 아르바이트 때문에 마스크를 장기간 착용하고 나서부터는 턱에 여드름이 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여자들 생리하면 주로 턱에 난다고 하던데 나는 그런 적도 없었다”며 “그런데 마스크를 끼고 나서부터는 입술 아래에 많이 났다”고 설명했다. 인씨는 자신의 상태에 대해 “몇 달씩 계속 마스크를 쓰다 보니 피부 장벽이 좀 낮아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특히 여름에 마스크를 쓰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며 마스크 안이 너무 뜨겁고 땀 때문에 습한 것이 피부에 더 악영향을 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가수 길기판 씨(27·울산시)도 마스크 피해자다. 길씨는 평소 가끔씩 자외선 차단제를 바를 뿐, 별다른 화장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원래 계절마다 트러블이 조금씩 생기는 편이기는 하나, 마스크를 끼고 나서 더 심해진 것을 절실히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인식하기 시작한 건 한 4개월 정도 착용을 하고 나서부터인 것 같다”며 “턱하고 볼에 나는데, 주로 턱에 많이 난다”고 진술했다. 그는 직업의 특성상 곡 작업, 공연, 미팅, 그리고 홍보에 관련해서 외출할 일이 종종 생긴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가수로서도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피부까지 말썽을 일으켜 힘들다고 토로했다.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느라 어쩔 수 없이 장시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이들도 있다. 경기도 한 부대에서 복무 중인 상병 전모 씨(21·경기도 산성동·서울 K대 영어영문학부 2학년)는 어느 때보다도 피부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그는 화장을 하지 않고 자외선 차단제만 바르지만 이것이 피부염을 더 악화시킨다고 말했다. “얼마 전에 피부과에 갔는데 의사가 마스크 안쪽에는 차단제를 바르지 말라고 했다”며 “아예 안 바를 수는 없어서 (마스크가 가리지 않는 얼굴의) 위쪽에만 바르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씨는 마스크를 쓰게 된 이후로 트러블이 생기지 않던 부위에 모낭염이 생기고, 항상 얼굴이 많이 쓰라리며, 홍조가 심해지고, 마찰 때문에 상처가 생겼다고 했다. 그는 마스크 내부에 온도가 상승해서 열이 오르고, 그 때문에 얼굴에 피지 같은 노폐물들이 늘어나기 때문에 마스크를 벗어야만 피부가 진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는 김채근 씨(25·인천시 산곡동·인하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2학년) 또한 자외선 차단제조차 바르지 않음에도 피부염으로 고통받는다고 호소했다.
모든 마스크가 같은 건 아니다
장씨는 마스크 종류에 따라서 피부 상태가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일회용 마스크가 더 심한 것 같다”며 “전에 부직포처럼 까슬까슬한 마스크를 썼는데 그런 건 못 쓴다. 너무 얼굴이 따가웠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마스크를 꼈다고 대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그 당시에는 오랜 시간 끼지 않아서 트러블이 난 적이 없었으나 현재처럼 오랜 시간을 착용해야 하는 상황에 달하자 피부 건강이 악화됐다는 점이다.
전씨는 마스크마다 장단점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KF94에 대해서 “안쪽이 떠 있어서 얼굴에 닿는 면적이 적다. 그러나 완전히 밀폐되어 있기 때문에 통풍이 잘 안 되어서 얼굴에 열이 많이 오른다”라고 말했다. 이어 1회용 덴탈마스크는 KF94와는 반대로 얼굴에 완전히 밀착되지 않기 때문에 통풍은 잘 되지만 부직포 같은 면이 전부 얼굴에 직접 닿아서 쓰라리고, 트러블이 많이 난다고 비교했다.
홍원진 나의미래피부과 원장은 마스크로 인한 피부염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일반 마스크가 아닌 면마스크를 쓰고 그 위에 일반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권한다고 말한다. 홍 원장은 “사실 그러면 숨 쉬는 것도 답답하고 얼굴도 뜨겁고 악화되는 점도 있지만 피부염이 너무 심하면 자극이 덜한 면 마스크를 안에 하나 더 끼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마스크 문화가 이렇게까지 보편화된 것이 처음이라 그에 대한 연구나 대책이 별로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마스크가 피부에 어떤 영향을 끼치나
마스크 착용 자체가 문제가 된다. 홍 원장은 “모든 피부 질환은 온도가 올라가면 염증 반응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며 “사람이 (마스크를 낀 채)숨을 쉬고 말을 하면 당연히 습기도 차고 열도 오른다”고 설명했다.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피부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이어서 홍 원장은 마스크가 어떻게 모공에 영향을 주는지도 말했다. “자신의 몸에서 분비된 피지는 공기 중으로 증발하는 것이 아니라 마스크에 묻었다가 다시 피부에 묻는다”며 “이 피지가 산화되어 모공을 막고 트러블을 유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모공 문제가 화장과도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쓰기만 해도 모공이 막히는데 화장을 하고 마스크를 쓰면 화장이 마스크에 묻어서 그것이 더욱 모공을 막는다는 것이다. 또 홍 원장은 마스크마다 통풍이 되는 정도에 따라서 피부가 악화되는 속도도 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KF94의 경우 일반적인 덴탈 마스크보다 더 많은 열을 보존하는 특성이 있으므로 모공을 막는 정도도 더 심하다. 홍 원장은 그런 점에서 코로나엔 더 효과적인 KF94가 피부 건강 측면에선 덴탈 마스크보다 더 안 좋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홍 원장은 마스크가 유발하는 대표적인 피부 악화 증상으로 여드름, 접촉성 피부염을 꼽았으며, 그 원인 중 한 가지로 섬유를 들었다. “마스크가 가지고 있는 섬유도 다 다르다”며 “마스크 종류를 바꾸면서 새로운 피부염이 유발되는 경우도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마스크 섬유의 합성 재질, 접착제 등 마스크의 구성요소가 알레르기 유발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마스크 종류 별로 피부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성분을 조사한 결과, 일회용 마스크는 니켈과 칼륨이 코 부위 보철물에 들었으며 표면에는 부틸페놀 성분이 검출됐다. 니켈, 칼륨, 부틸페놀은 모두 잘 알려진 알레르기 유발물질이다.
N95와 같은 강력한 방역마스크에도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들어있다. 방부제인 포르말린, 살균보존제인 쿼터늄-15, 코 부분의 보철인 알루미늄 역시 모두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들이다. 또 폴란드에서 마스크의 가려움에 대해 2020년 5월 28일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마스크를 착용한 대상자 중 19.6%가 가려움을 호소했다고 한다. 특히 아토피를 가진 대상자의 경우 마스크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더욱 심하다고 연구는 보고한다.
결국 피부염 증상이 발현되거나 같은 염증을 가지고 있어도 정도에 차이가 있는 것은 개개인이 가진 피부의 상태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즉 알레르기성 물질이나 기타 해로운 물질에 취약한 피부를 가진 사람에게 마스크로 인한 피부염이 더 강하게 발생한다. 피지 역시 악영향을 미치므로, 20대처럼 피지가 왕성히 분비되는 나이라면 마스크를 장기간 착용했을 때 좋지 않은 결과를 볼 수 있다. 나아가 진한 화장을 하는 것은 피부에 더 큰 스트레스를 줄 수 있기 때문에 피부 건강이 나쁘다면 재고해야할 것이다. 홍 원장은 두꺼운 화장을 피하고, 마스크 착용 시간을 줄이는 것 외에는 아직까지는 뾰족한 예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하루 빨리 마스크를 벗어 피부의 건강을 되찾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