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지나면 상한 음식?
고정관념 깨기

소비기한이 큼지막하게 표기된 식품 /이지원
소비기한이 큼지막하게 표기된 식품 /이지원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에서 사는 주부 장모 씨(45)는 평소 마트에서 장을 볼 때 유통기한을 꼭 확인하고 물건을 구매한다. 진열된 제품 중 유통기한이 가장 긴 것으로 골라 장바구니에 담는다. 그러나 장씨는 “냉장고에 넣어두다 어느덧 유통기한이 지나 버리는 음식도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랬던 장씨는 요즘 소비기한에 적응하는 체험을 한다. 유통기한보다 긴 소비기한 안에 음식물을 모두 소비하는 습관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은 상한 음식’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2023년부터 소비기한 표시제 시행

유통기한 경과 후 버려지는 음식은 큰 환경문제를 일으켜 왔다. 2023년 1월 1일부터 소비기한 표시제도가 시행된다. 유통기한은 소비자에게 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이고, 소비기한은 보관방법을 준수할 경우 섭취해도 안전한 기한이다. 유통기한보다 소비기한은 보관 기간이 훨씬 더 길다. 먹을 수 있는 식품의 폐기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환경오염을 줄이자는 취지다.

다만, 식약처는 소비기한 시행 이후에도 유통기한이 표시된 기존 상품이 소진되도록 1년의 계도기간을 뒀다. 우유류엔 2031년부터 적용된다. 그러나 상당수 소비자는 아직 소비기한에 낯설어한다. 여전히 유통기한을 식품 폐기 시점으로 인식한다. 

자취생들 여전히 유통기한만 알아

자취하는 대학생 대부분은 여전히 유통기한만 알고 있었다. 이들은 “유통기한이 지나면 음식을 버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변화도 감지된다. 강릉시 유천동에서 혼자 사는 대학생 임모 씨(25)는 “소비기한이 무슨 말인지 몰랐다”라고 했다. “배달음식에만 의존할 수는 없어서 종종 마트에서 장을 봤다. 짧은 유통기한이 지나면 음식을 버릴 때가 많았다”라고 했다. 

냉장고 식재료 버리려다

최근 그는 소비기한에 관한 소식을 접했다. 이후 냉장고 깊숙한 곳에 있던 식재료를 버리려다 유통기한과 함께 소비기한이 표시되어 있는 점을 인식하게 됐다. 유통기한은 지났지만, 소비기한까지는 일주일 정도 남아 있었다.

임씨는 “그 식재료로 요리를 해 먹었지만 아무런 이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임씨는 앞으로 유통기한을 버리고 소비기한을 기준으로 음식을 보관·소비할 계획이다.

서울 시내 편의점의 간편식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 편의점의 간편식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편의점 알바의 체험 

대학생 이모 씨(26)는 강릉시 교동에서 야간 편의점 알바를 한다. 그는 편의점에서 유통기한이 지나기 30분 전에 해당 식품들을 폐기처분용 바구니에 넣는다. 그는 “이런 기준으로 일하다 보니 유통기한이 지나면 무조건 버리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소비기한이 정착되면 편의점의 식품 폐기 시점도 달라질지 모른다. 이씨는 “소비기한을 적용하면 편의점에서 나오는 막대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했다. 

“소비기한이 심리적 안정감 줘”

교동에 사는 대학생 박모 씨(여·23)는 “평소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을 확인하고 먹는다”라고 했다. 

“마트에서 장을 볼 때 유통기한이 표시되어 있는 제품보다 소비기한이 표시된 음식에 더 신뢰가 간다. 더 긴 기간 동안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이 내게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지금 시중에는 소비기한이 표시된 제품이 많지 않다. 소비기한 제도가 대중화되면 좋을 것 같다.”

넘쳐나는 음식물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넘쳐난다. 2019년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국내에서 하루 평균 1만5903t의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했다. 전체 생활폐기물의 30%에 달하는 양이다. 버려지는 식량자원 가치는 연간 20조원을 넘는다. 2010년 이후 음식물 쓰레기가 연평균 2% 이상 증가하는 점도 문제다. 

일본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은 소비기한을 적용한다. 미국에선 사업자가 소비기한과 유통기한을 선택해 표시할 수 있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는 “소비자가 유통기한을 식품 폐기 시점으로 오인할 수 있다”라며 소비기한의 사용을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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