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본 세상]
“돈 잃었지만 만족감에 후회 없어”
자기만족과 자아실현 욕구에 명품 소비
| 여성경제신문은 국민대학교 '뉴스문장실습 수업'(담당 허만섭 교수)과 함께 2022년 연중기획으로 '청년이 본 세상', 일명 '청세' 코너를 운영합니다. 청년의 눈으로 본, 그들이 겪은 다양한 사회 현상을 그들의 글로 담아내겠습니다. 청년의 눈높이에 맞는 대안을 제시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

※이 기사는 2021년 '뉴스문장실습 수업'에 참여한 학생이 작성한 글입니다. 기사에서 인용되는 각종 통계 등의 기준 연도는 2020년인 점을 밝혀 둡니다.
“20대는 가난하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아르바이트·학자금·취업난 등이 그 이유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20대 남녀의 명품 소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롯데멤버스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20대의 명품 소비는 2017년 3분기 대비 약 7.5배 증가했다. '가난한 20대'가 명품 시장에서 그들의 입지를 굳혀 나가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20대 중산층 이하 남녀의 명품 소비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명품 소비를 즐기는 20대 중산층 이하 남녀 취재원 10명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20대의 명품 소비 현상을 ▲소비 이유 ▲구매 방법 ▲선호 브랜드 ▲만족도 ▲코로나19와 명품 소비 등 다섯 유형으로 나누었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20대에게 명품이 어떻게 규정되는지 알기 위해 응답자들에게 명품의 정의를 물었다. 이들은 명품을 결정짓는 기준으로 브랜드의 역사와 인지도, 제품의 품질과 가격대를 언급했다. 브랜드가 미치는 세계적 영향력 또한 기준이 된다고 했다. 주로 소비하는 명품 종류는 옷·가방·신발이었으며 가격대는 20만원부터 100만원대까지 다양했다. 첫 명품 구매 시기는 10명 중 7명이 21살이라고 답했다.
자기만족 위해 명품 산다
명품을 소비하는 이유로는 자기만족과 자아실현을 언급했다. 여성 응답자의 경우 명품 소비 그 자체를 통해 자기만족을 얻는다는 응답이 대다수였다. 이모 씨(여·23·의류 판매업 근무)는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 명품을 소비한다”며 “결제했을 때 큰 소비를 했다는 것에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윤모 씨(여·26·취업준비생)는 “질 좋은 제품을 사용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인지도 있는 제품을 사용하면서 얻는 자기만족이 가장 큰 이유”라고 했다.
반면 남성 응답자의 경우 명품을 통한 자아실현을 이유로 꼽았다. 최모 씨(25·제조업 근무)는 평소 타인에게 보이는 것을 가장 중요시 여긴다고 한다. 최씨는 “내가 가진 명품을 통해 나라는 사람이 표현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장모 씨(27·요식업 근무) 역시 “명품의 질이 더 좋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이를 착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특별한 사람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백화점서 '내돈내산' 명품 구매
주된 구매 경로는 백화점과 온라인 사이트였다. 박모 씨(여·26·서울예대 실용음악과 재학생)는 “사진과 실물의 느낌이 다른 경우가 많아 직접 백화점에 가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20대가 주요 이용하는 온라인 사이트로는 ‘매치스패션’, ‘파패치’ 등의 해외 직구 사이트가 우세했다. 구매 자금 경로는 “내돈내산”이었다. '내돈내산'은 “내 돈 주고 내가 산다”는 뜻으로, 부모님이나 타인에 기대지 않고 직접 번 돈으로 명품을 구매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모 씨(여·25·미용업 근무)는 “대부분 월급으로 구매하지만, 비싼 것을 살 때는 몇 개월간 생활비를 아껴 모은 돈으로 구매하기도 한다”고 했다. 권모 씨(여·23·중앙대 식품공학과 재학생)는 '내돈내산'이 가능한 이유로 중고거래를 언급했다. 사용하지 않는 명품을 판매함으로써 수익을 얻고, 이를 통해 새로운 명품을 구매한다는 것이다.
결제방식으로는 신용카드 할부 구매를 꼽았다. 이는 목돈 마련이 어려운 경우 명품을 구매하는 유일한 방법인 동시에 큰 지출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최모 씨(25·제조업 근무)는 “주로 3개월 할부를 사용하고 가격대가 높은 경우 6개월 할부까지도 사용한다”고 했다.

20대 여성, 브랜드 색채 뚜렷한 제품 선호
브랜드 선호에 있어 남녀 응답자는 차이를 보였다. 여성 응답자의 경우 패턴 등을 통해 브랜드 색채를 화려하게 표현하는 ‘구찌’, ‘발렌시아가’, ‘디올’ 등의 브랜드를 선호했다. 반면 남성 응답자의 경우 로고 플레이가 적고 심플한 ‘메종 키츠네’, ‘아크네 스튜디오’, ‘아미’ 등의 브랜드를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한모 씨(23·서원대 호텔외식조리학부 재학생)는 “과한 로고플레이는 자칫하면 부담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어 아는 사람만 아는 느낌의 브랜드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남녀 응답자 모두 선호하는 브랜드로는 ‘메종 마르지엘라’가 언급됐다. 이에 대해 이모 씨(여·23·의류 판매업 근무)는 “마르지엘라는 옷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하나씩 가지고 있을 정도로 젊은 세대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해당 브랜드는 2021년 1~9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3% 증가했다고 한다. 응답을 통해 20대 남녀 명품 소비자는 젊은 감성을 담아낸 브랜드에 높은 선호를 지닌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구매 후 인스타 업로드는 필수"
응답자들에게 명품 소비의 득과 실을 물었다. 응답자 전원은 “통장 속 돈”을 잃었다고 답했다. 특히 장모 씨(27·요식업 근무)는 돈을 쉽게 느끼게 됐다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명품을 구매하다 보니 명품의 높은 가격대에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얻은 것에 대한 응답은 다양했다.
김모 씨(여·25·미용업 근무)는 “지인들이 알아봐 줄 때 만족감을 느낀다”며 “구매 후 인스타그램에 자랑 글을 올리는 것은 필수가 됐다”고 답했다. 양모 씨(여·24·건국대 영화과 재학생)는 명품을 착용함으로써 백화점에 방문할 때 느껴지던 부담스러운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응답자들은 명품 소비가 투자 대비 높은 만족감을 주는 행위라고 인식했으며 꾸준히 소비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코로나19 보상심리에 명품 소비 증가
몇몇 응답자는 코로나 상황 속 명품 소비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보상심리’를 꼽았다. 평소 여행을 즐기던 장모 씨(27·요식업 근무)는 코로나로 여행을 가지 못하게 되자 보상심리로 더 많은 명품을 소비하게 됐다고 한다. 지출할 곳이 막혀있는 상황이다 보니 쇼핑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하게 된 것이다. 더불어 권모 씨(여·23·중앙대 식품공학과 재학생)는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명품 관련 콘텐츠 소비 시간도 많아졌다”며 소비 또한 늘어난 것 같다”고 답했다.
명품 쇼핑 사이트 머스트잇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의 거래액은 지난해 전체 거래액인 1500억을 넘어선 2000억에 달했으며, 명품 플랫폼 거래액 연령대별 비중의 50%를 20대가 차지했다고 한다. 코로나 상황 속 증가하는 명품 소비 현상 그 중심에 20대가 서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응답자들에게 20대의 명품 소비를 향한 부정적인 시각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모 씨(27·서비스업 근무)는 “지나치게 부정적인 시각에는 눈살이 찌푸려지지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한다”고 답했다. 10대의 명품 소비를 보는 자신의 시선에도 부정적인 시선이 있는 만큼, 20대의 명품 소비를 향한 윗세대의 부정적 시선 또한 자연스러운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또한 양모 씨(여·24·건국대 영화과 재학생)는 “자신의 경제력에 맞는 소비를 한다면 문제 될 게 없다고 생각한다”며 “구매 전 자신이 그 명품에 어울리는 사람인지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