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은미의 보석상자] (15)
보석감정 학원에 모인 사람들
전문가 아닌 일반인도 수두룩
보석감정사 시험 결과에 촉각

보석을 감정하는 모습. /한국보석학원 인스타그램
보석을 감정하는 모습. /한국보석학원 인스타그램

#1. 대기업에 근무하는 40대 남성 A씨는 평소 보석 매니아였다.

공대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그는 몇 해 전부터 보석이라는 신비한 돌에 매료됐다. 보석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그의 취미가 되어 인터넷을 뒤져가며 정보를 찾았다. 직접 종로를 구석구석 다니며 보석을 구입해 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컴퓨터 화면이 아니라 실물로 보석을 보면서 공부할 수 있는 과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 56세의 여성 B씨. 파인 주얼리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주얼리를 너무 좋아해서 가게를 계속한다는 B씨는 주얼리를 판매한 지 17년차다. 현장에서 고객을 응대하면서 다이아몬드, 루비, 에메랄드, 사파이어, 비취 등 왠만한 보석은 모두 다뤄봤기 때문에 이미 상당한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매일 아침마다 주얼리를 착용하고 나서는 출근길이 즐겁다고 한다. 56세의 커리어 우먼에게 해가 거듭될수록 들었던 생각이 '보석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고객과 대화가 되고 더 잘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3. 50대 중반의 여성 C씨는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준공무원이다.

평소 보석·주얼리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렇다고 전혀 무관심하진 않았다. 아침마다 가지고 있는 주얼리를 의상에 맞게 매치하는 것이 일상의 한 부분이었다. 그런 그가 보석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정년퇴임 이후를 위해서였다.

정년을 앞두고 퇴임 후 뭐라도 하려면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수많은 업종 중 보석을 택하게 된 것은 주얼리 가게를 하는 지인의 영향이 컸다. 지인은 가게를 크게 하지 않아도 단골 고객을 잘 확보해서 쏠쏠한 수입을 올리고 있었다. 반짝 반짝이는 예쁜 물건을 매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A, B, C, 세 명은 모두 서울 종로의 한복판에 있는 보석 학원에서 유색 보석 감별 과정을 수강하고 있다. 이들 외에도 대학에서 시계를 전공하고 수제 시계를 제작하는 일을 하고 있는 20대 남성, 부모님의 주얼리 가게를 물려받기 위한 20대 여성도 해당 과정을 듣고 있다. 20대 여성은 수업 때마다 매번 전주에서 오고 있다. 전주에는 보석 전문 교육기관이 없어서다.

보석 전문가용 현미경이 교실 안에 가득하다. 현미경을 통해 보석 내부를 관찰한다./ 한국보석학원 인스타그램
보석 전문가용 현미경이 교실 안에 가득하다. 현미경을 통해 보석 내부를 관찰한다. /한국보석학원 인스타그램

대기업에 다니는 회사원, 17년차 보석상, 퇴임을 준비하는 공무원, 시계 전문가. 서로 다른 분야에서 일해 온 낯선 이들이 한 교실에서 만났다. 이들은 필자의 보석 학원 동기들이다.

수업 초반에는 말 한마디 나누지 않는 조용한 교실이었지만 수업이 진행되면서 수강생 간 대화도 늘어났다. 이들이 듣고 있는 '유색 보석 감별' 과정에선 유색 보석 108가지에 대한 이론과 실습을 진행한다.

이들은 보석감정사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수강생의 대부분이 국민 누구나 신청 가능한 ‘국민내일배움카드’로 수강하고 있다. 국민내일배움카드는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지원제도이다. 생애에 걸친 역량개발 향상을 위해 스스로 직업능력개발훈련을 실시할 수 있도록 1인당 300만~500만원까지, 훈련비의 45~85%의 비용을 지원한다.

보석감정사 시험은 1년에 2회 진행된다. ‘보석’이라는 매개체로 만난 필자의 동기들은 첫번째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필기시험에 통과하면 실기시험을 볼 수 있다. 이번 필기시험은 2022. 06. 12. ~ 2022. 06. 18.에 진행되었다.

이들 모두 목표한 대로 필기시험에 무난히 통과할 수 있을까? 그들의 도전은 다음 편에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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