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반대로 한덕수 총리 인준 부결 가능성
검찰 출신 인사검증팀 실패론 직면
하태경 "정 후보자, 공공 업무 수행 자격 부족"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전남 영암 대불국가산업단지에서 열린 기업인 간담회에서 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전남 영암 대불국가산업단지에서 열린 기업인 간담회에서 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자녀의 의대 편입을 둘러싼 '아빠찬스' 논란이 거세지면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고심이 깊어진 모양새다. 정치권의 불가론에도 임명을 강행하자니 협치가 어려워지고, 지명철회 시 인사검증 실패를 인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은 21일 정 후보자에 대해 “청문회가 끝나면 당선인이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각종 의혹이 쏟아져 사퇴 여론이 일고 있는 정 후보자를 일단 청문회까지 지켜보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임명 강행이라는 선택지에는 후폭풍이 예상된다. 171석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인준 절차를 거쳐야 하는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를 낙마시킬 수 있다. 한 후보자도 '처가 땅 50억 차익' 의혹에 휩싸인 상태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동훈·정호영 후보자 임명 강행시 한 총리 후보자 인준이 부결될 수 있다는 이야기냐’는 사회자 질문에 “그럴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 후보자 의혹이 과거 커다란 역풍을 가져왔던 '조국 사태'를 연상시키면서 국민의힘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은 그동안 대선에서 문재인정부의 인사 참사를 강도 높게 비판했는데 '내로남불' 프레임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자 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하태경 의원은 21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정 후보자는 공공의 일을, 업무를 수행하기에는 자격이 부족한 거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당내에서도 정 후보자에 대한 입장이 많이 바뀌었다. '따질 건 따지겠다.' 누가 됐든 간에 이런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김용태 청년최고위원은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 씨가 문 대통령 임기 중 정부지원금을 수차례 수령해 고조됐던 국민의 분노가 생각난다"며 "정 후보자 관련 논란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법을 어기진 않았어도 국민의 일반적 정서,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비판했다.

윤 당선인의 정 후보자 지명 철회 카드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1기 내각 낙마자 발생으로 인수위 인사검증팀의 한계가 초반부터 드러나는 셈이기 때문이다. 검증팀은 윤 당선인의 최측근인 주진우 전 부장검사와 이원모 전 검사가 투톱을 맡고, 총 인원은 10여 명으로 전해졌다.

검증팀은 검증 과정에서 법적 잣대에만 치우쳐 '국민 눈높이'라는 도덕적 기준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윤 당선인도 17일 "부정의 팩트" 유무를 언급하다가 19일 배현진 대변인을 통해 "법적 책임을 넘어 도덕성까지 지켜보겠다"고 선회하면서 상황의 위중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현 상황을 풀어갈 대안으로는 정 후보자의 '자진사퇴'가 거론된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 박준영 해양수산부장관 후보자가 부인 도자기 밀수 의혹에 자진사퇴한 전례대로 후보자 본인이 책임을 떠안는 방식이다. 최근 윤 당선인 측이 '40년 지기'라는 설을 부인하면서 일단 측근이라는 이미지는 덜어진 상태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날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지명 철회 하자니 당선인 첫 조각부터 얼굴에 먹칠하는 것이고, 임명 강행도 내로남불이라는 주홍글씨가 박힌다"며 "당선인 측에서 '국민 눈높이' 얘기가 나온 걸 보면 자진사퇴를 권고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편 정 후보자는 정면 돌파를 택하고 있다. 그는 이날 인사청문준비단을 통해 "아들 병역 판정과 관련 재검을 받은 결과 2015년과 마찬가지로 4급 판정에 해당하는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2015년 제출한 척추협착증 진단서가 정 후보자가 근무하던 경북대병원에서 발급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의 불씨가 커지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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