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호' 본격 시작도 전 당내 비토 여론 확산
'文 책임론' 제기에 靑 출신 의원들 규탄 성명도
일부 의원들 지선 앞두고 '현실론'… "보완 쪽으로"

대통령 선거 패배 후 지방선거 대응을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윤호중 원내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출범시켰지만 시작부터 당내 반발에 부닥쳤다. 초선 의원은 물론 재선 의원,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에서까지 윤호중 비대위원장에 대한 비토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민주당 쇄신 방향을 두고 의원들 간 입장 차가 커지면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칫 계파 간 갈등으로 확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대선 직후 송영길 전 대표가 사퇴하고 민주당 비대위는 윤호중 위원장이 선두에서 쇄신안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비대위 내 20대 청년 박지현 활동가를 공동 비대위원장으로 선임하고, 청년 위원들을 절반가량 기용해 쇄신안을 다듬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정치 활동이 전무한 박지현 활동가가 공동위원장으로 선임된 것과 대선 패배의 책임을 져야 할 윤호중 전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이 된 것에 불만을 가진 당내 인사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윤 위원장은 당내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중진 의원 모임과 3선 의원 모임에 이어 17일 오전 재선 의원 모임을 진행했고 같은 날 오후 2시부터는 초선 의원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재선 의원 모임에서는 윤 위원장의 비대위원장직 수행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재선 의원 49명 중 30여 명이 참석한 이날 모임에서는 모두 17명의 의원이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여성경제신문에 "전 지도부의 일원이던 윤 전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고 했다.
박용진·정춘숙 의원은 오는 25일 선출되는 새 원내대표에게 비대위 재구성 권한을 일임하자고 제안했다. 만약 이 제안이 채택될 경우 '윤호중 비대위'는 불과 2~3주 운영되는 징검다리 비대위 수순을 밟게 된다.
고용진 대변인은 재선 모임 후 기자들과 만나 "(간담회에서) 누가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해야 한다거나 이재명 상임고문이 조기 등판해야 한다는 주장은 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이미 본격 활동을 시작한 현 비대위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윤호중 비대위'가 본격 시작도 하기 전에 흔들리는 이유에는 계파 갈등 탓도 있다. 쇄신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는 비대위원 발언 과정에서 '청와대 책임론'이 불거지자 이른바 친문(親文) 세력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채이배 비대위원은 16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청와대와 민주당은 지난 5년간 내로남불, 편 가르기, 독선 등 '나쁜 정치'를 하며 국민의 마음을 잃었다"면서 "강성 지지층 눈치를 보느라 마지막 사과 기회를 놓쳤다.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사에 반성문을 남기고 떠났으면 한다"고 했다.
채 비대위원의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사 반성문' 파장은 컸다. 특히 청와대 출신 민주당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고민정‧김승원‧김영배‧김의겸‧민형배‧박상혁‧윤건영‧윤영덕‧윤영찬‧이원택·이장섭‧정태호‧진성준‧최강욱‧한병도 등 15명의 의원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5년의 국정운영이 '나쁜 정치'라는 한 단어로 규정되는 것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채 위원의 언사는 깊은 유감"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 민주당이 해야 할 평가는 누군가를 내세워 방패막이 삼거나 지난 시기를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규정하는 단순한 사고가 돼서는 안 된다"며 "그런 점에서 채 위원의 공식적이고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한다. 갈림길에 선 당의 진로를 고민하는 비상대책위원의 언사로는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당내 혼란이 며칠째 이어지자 당내 일부 의원들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제와서 비대위를 교체하는 것은 어려우니 '현실론'을 택하자는 취지다.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던 4선의 우상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고통스러운 과정을 함께 이겨내야 하는 만큼 책임 논란은 이 정도에서 그만두었으면 한다"며 "당을 어떻게 정비하고 무엇부터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했다.
재선의원 간담회에 참석했던 민주당의 한 의원은 여성경제신문에 "지금 같은 상황에서 당내 인사들이 모두가 공감할 만한 사람을 비대위원장으로 앉히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새 원내대표가 선출되면 비대위원장과 상의해서 비대위를 보완해가는 방안이 현실적이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당내 이 같은 혼란에 초·재선 의원들의 의견을 청취한 후 조만간 거취를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