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비대위원장에 96년생 n번방 활동가 박지현
비대위원 절반 이상 2030세대
'이재명 역할론'에 "후보 결정할 일"

더불어민주당은 13일 'n번방 사건'을 공론화한 '추적단 불꽃'의 박지현(26) 활동가를 공동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택했다. 박 활동가는 선거 막판 이재명 후보에 대한 2030 여성들의 지지를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은 인사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위원장과 '투톱'으로 활동하게 될 박 활동가 및 당 원내외 인사 6명의 비대위원 인선안을 발표했다.
윤 위원장은 "박지현 위원장은 온갖 협박에도 불구하고 불법·불의와 싸워왔다. 이번에 다시 가면과 아이디를 내려놓고 실명으로 국민 앞에 선 용기를 보였다"며 "청년의 이런 용기와 결단이야말로 지금 민주당에 더없이 필요한 소중한 정신이자 가치"라고 평가했다.
윤 위원장의 평가대로 박 위원장은 2019년 발생한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당시 '추적단 불꽃'의 일원으로 언론 제보와 수사기관 신고 등을 통해 사건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인물이다. 이재명 후보와는 2020년 경기도 디지털성범죄 대응 추진단 활동을 계기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박 위원장은 이 후보의 취지에 공감해 경기도와 협업을 했고, 피해자 지원과 회복을 담당하는 시설을 만드는 데도 기여했다.

대선 기간 이 후보의 방송 찬조 연설자로 나서 당시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 여성 관련 공약을 전면 반박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2030 여성들로부터 이 후보의 지지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선거 당일 발표된 방송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 여성의 58.0%는 이 후보에게 투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선거 직후 민주당 서울시당에서 지난 10일부터 11일까지 1만 1000여 명의 온라인 입당이 몰렸는데, 이 중 여성이 80%에 육박하고 2030여성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로 인해 20대 남성을 대변하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박 위원장이 대결 구도를 형성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비대위원으로는 광주선대위 공동위원장을 역임한 청년창업가 김태진 동네주민 대표(38), 당 청년선대위원장을 맡은 권지웅 민달팽이유니온 이사(34), 재벌개혁 논의에 앞장섰던 채이배 전 의원(47), 부산지역 원외지역위원장을 지낸 배재정 전 의원(55), 조응천(59)·이소영(37) 의원이 임명됐다. 여기에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대선후보 지지를 선언한 한국노총 추천 인사를 노동분야 비대위원으로 추가 임명할 예정이다.
윤 위원장은 기자회견 후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앞으로 우리당은 2030 세대가 보다 더 가까이 할 수 있는 정당으로 쇄신해 나갈 것이라는 방향성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대선 패배 원인에 대해선 "참패냐 석패냐 하는 걸 제가 말씀드리진 않겠다"면서도 "대선 패배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있다. 패배 원인은 사견으로 이야기하기보다 공식적인 기구를 통해 평가 작업을 하고 난 뒤 국민들께 보고드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이재명 역할론'에 관련해서는 "이재명 후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시간을 드리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며 "이번 지방선거에서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 역시 이 후보가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