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치매센터 치매안심센터 수기 공모전 우수작]
20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치매로 전환된 남편
6살 지능·폭력성 징후에도 극진히 간호하는 아내
저의 남편은 아주 오래전 혈관성 뇌경색으로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벌써 2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네요. 안타까운 마음으로 여러 가지 많은 치료를 해봤지만 별 효과도 없이 남편의 뇌경색은 치매로 전환되었습니다.
치매로 인해 남편은 스스로도 감당하지 못하는 성질을 수시로 냈습니다. 이를테면 막대기 같은 것을 들고 저에게 폭력을 휘두르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다급하게 도망가곤 했습니다. 남편의 마음이 가라앉고 나면 ‘이렇게 살아서 뭐 하나’ 싶은 절망적인 생각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제 마음은 나날이 피폐해져만 갔죠.
어디에다가 볼일을 봐야 하는지도 잊어버려, 하룻밤에도 수차례씩 이불에 대소변을 보곤 했습니다. 새벽 두시 반이고 세시고 일어나 대소변으로 범벅이 된 이불을 빨다 보면 날이 훤하게 밝아왔습니다.
남편의 지능이 6살 정도밖에 안 된다는 병원 소견이 나왔을 때는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오직 절망뿐이던 나날이었습니다. 저에게도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수면 부족에, 허리 통증, 우울증까지 와서 몸과 마음이 온전하지 않았죠.
‘앞으로 이 상황을 어떻게 이겨나갈 수 있을까?’ 그런 생각에 빠져 있던 와중에 다행히 치매 관련 상담 선생님과 치매 환자 가족 모임을 만나 치매 환자 가족들의 경험을 서로 나누었고, 이를 통해 많은 위로와 도움을 받았죠. 뿐만 아니라 치매 환자 가족도 자신을 잘 돌보고, 자신만의 시간과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갖은 노력 끝에 저의 상태가 좋아지니 6살짜리 남편에게 살아있는 날까지 치매는 우리 부부의 얄미운 동반자라고까지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주변에서는 저보고 ‘당신은 남편한테 할 만큼 했다. 이제 그만 당신의 삶을 찾아라’라고 말하곤 하죠.
치매환자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고충이 얼마나 큰지 잘 알지 못합니다. 남편이 폭력성을 보일 때는 하루에도 몇 번이고 남편을 시설에 보내고 단 하루라도 편하게 잠도 자보고, 어디론가 훌쩍 다녀오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런 마음이 들다가도 남편이 곤히 자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저도 정말 힘들지만 20년 이상을 이렇게 생활하고 있는 당신은 얼마나 괴롭고 힘들까 하는 불쌍한 생각에 오늘도 다시 마음을 추스르며 이야기합니다.
“6살 내 남편, 그래도 사랑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