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기식' 온라인 선거에만 집중
주거·취업·비수도권… 청년정책 '실종'

20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대구시 동성로에서 지지자에게 인사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왼쪽)와 같은 날 대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거점 유세를 하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오른쪽). /연합뉴스
20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대구시 동성로에서 지지자에게 인사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왼쪽)와 같은 날 대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거점 유세를 하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오른쪽). /연합뉴스

제20대 대통령선거의 최대 변수 중 하나는 캐스팅보터(선거에서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투표자)로 급부상한 2030세대라는데 정치권의 이견은 없다. 여야 대선후보들이 2030세대의 표심잡기에 주력하는 이유다.

소위 'MZ세대'에 해당하는 40대 미만 유권자가 전체 선거 인구 3명 중 1명 꼴이지만, 그동안 선거 투표율을 봤을 때 20대 투표 예측치는 다른 연령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 이 때문에 여야 후보 캠프에선 이들을 투표장으로 이끌 다양한 콘텐츠 제작에 골몰한다.

하지만 2030세대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에 민감하다는 이유로 여야가 실질적 청년정책 고민은 뒤로 하고 메타버스, 숏폼 등 온라인 선거전에만 뛰어든다는 지적도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재명이네 마을'이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며 자신의 이름과 유사한 발음의 '재미'와 현재진행형 'ing'를 결합한 정치 영상플랫폼 '재밍'을 선보였다. '재밍'에는 250여 개의 영상콘텐츠와 2개의 게임 등이 제공된다. 또 이재명펀드에 참여하면 NFT(대체불가토큰)를 지급하거나 성격 유형 테스트를 모티브로 한 'JMBTI', 인기 드라마를 참고한 '고등어게임' 등을 공개하며 관심을 끌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7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다시 광화문에서' 광화문역 유세에 참석해 청년기회국가 대국민 서약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7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다시 광화문에서' 광화문역 유세에 참석해 청년기회국가 대국민 서약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라이프스타일 앱 '오늘의집'을 패러디한 '윤집'을 공식 홈페이지로 사용하는 등 디지털 환경을 통한 유세에 나섰다. 그는 청년 공약 카테고리를 따로 분류하거나 인기 공약을 담은 영상·카드뉴스 등을 정리해 편하게 공약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전국 유세차 앱 '유세의힘'을 공개해 윤 후보의 연설영상이나 실시간 유세차 경로 및 일정 등을 확인하고 전화를 걸면 윤 후보가 나오는 '보이는 V컬러링'도 선보였다.

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청년들에게 후보들이 접근하고 있지만, 정작 청년층은 체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지난 16일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청년 노동자 대선 요구 토론회'에서는 2030 청년들이 참석해 자신들이 겪는 현실을 설명하고 각 당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 대한 생각을 밝히는 자리가 있었다.

수도권 4년제 대학을 나오지 않은 청년, 대기업 정규직이 아닌 청년, 최근 청년층 유입이 크게 늘어난 배달 라이더, 고졸 청년 등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은 이번 대선에서 청년들이 처한 상황을 들여다보고 진지한 고민과 정책을 내놓은 정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건국대·동국대·연세대·세종대·이화여대 등 서울 9개 대학에 이번 대선에서 청년 공약이 실종됐다며 이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기도 했다. 92개 대학교 학생회와 청년단체가 모인 '2022 대선대응 청년행동'에 따르면 해당 대자보에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여가부 폐지를 청년들을 위한 공약 중 하나로 제시했지만, "정작 해당 공약은 세대를 갈라치기하고 현재 청년의 현실을 왜곡하고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공약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문 앞에서 열린 수원 집중유세에서 청년들과 손을 맞잡아 들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문 앞에서 열린 수원 집중유세에서 청년들과 손을 맞잡아 들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년단체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자 정치권을 비판한다는 뜻에서 만든 '박곰'이라는 가상의 대선후보를 만들어 논평을 내기도 했다. 해당 논평에서는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갈라 차별하는 사회적 구조를 바꿔야 하고, 폭등하는 집값을 돈벌이 수단으로 취급하는 사회를 바꿔야 한다"며 "청년 세대를 지키기 위한 비전과 정책만 넣기에도 빡빡한 공약에 청년 세대를 가르고 갈등을 유발하는 정책을 채워 넣고 있다. 청년을 표를 추수할 대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청년들은 이번 대선에서 청년의제가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한국정책리서치에 의뢰해 전국의 청년 10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50.5%, 잘 다뤄지지 않고 있다 36.4%, 전혀 잘 다뤄지지 않고 있다 14.1%)이 청년의제가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고 답했다. 

해당 이유에 대해서는 권위주의 문화 35.7%, 청년 목소리가 왜곡돼서 33.4%, 청년 정치인 부족 17.8% 순이다. 청년이 향후 중점적으로 다뤄지기 희망하는 의제는 청년 고용지원 및 일자리 창출이 40.7%로 가장 높았다. 그 뒤로는 △청년 주거문제 해결 21.7% △청년 자산형성 지원 7.9% △젠더 및 성평등 6.9% △청년 실업 지원 6% △청년수당 5.0% △산업재해 예방 및 안전 3.7% △대학 등록금 인하 3.7% △모병제 전환 2.7% 순이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청년 중에도 금수저, 흙수저 청년이 있지만, 우리가 소위 말하려는 청년의 문제는 일자리가 없고 어려운 환경에 놓인 청년들의 문제 해결을 말한다"면서 "정치권이 청년 삶을 바꾸려 한다면 일자리가 없거나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의 불안정한 일자리를 갖고 있는 청년 등 다수의 청년들을 위한 이로운 정책이 나와야 하는 것인데, 지금 여야 정치권에서는 그런 문제는 논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년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려면 기성세대의 기득권이 갖고 있는 권한을 내려놓게 해야 하는데, 이해관계가 달린 문제다 보니 대선 후보들이 이로운 방법을 찾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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