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표, 단일화 결렬 책임 두고 安 비판
홍준표 "좀 심한 것 같다" 제동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를 조롱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보는 당 일각의 곱지 않은 시선이 감지된다. 단일화 무산 이후 대선이 2주 남은 시점에서 중도층 표심이 넘어오지 않는 계기가 될까 우려하는 것.
앞서 안 후보는 21일 부산 유세에서 단일화에 대해 "경선을 하자고 제안했는데, (윤 후보가) 겁이 나서 도망쳤다. (윤 후보가) 포기해 주면 제가 정권교체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22일 페이스북에 해당 발언이 담긴 기사를 공유하며 "댓글로 'ㄹㅇㅋㅋ' 네글자만 치세요"라고 네티즌들의 행동을 유도했다. 'ㄹㅇㅋㅋ'는 영단어 '리얼'(REAL)과 웃음소리를 합친 말로, 온라인에서 "네 말이 다 맞다"며 상대의 주장을 조롱하는 의미로 쓰인다.
이 대표는 2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서도 "통 큰 합의는 통 큰 사람 둘이 만나서 해야 하는 거지, 통 큰 사람과 속 좁은 사람이 만나면 그건 복장 터진다"며 단일화 결렬의 책임을 안 후보에게 돌렸다.
당 지도부는 이 대표를 옹호하는 입장이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페이스북에서 "(국민의당 대변인이) 제1야당의 당명을 '조롱의힘'이라 칭하는 것은 정치 품격인가요?"라며 "(안 후보는) 지지율 차이가 큰 후보의 낙선을 위한 기도가 아니라, 무조건 아니어야 하는 핑곗거리 찾지말고 정치 교체를 위한 열린 노력이 먼저"라고 일침을 가했다.
반면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상임고문인 홍준표 의원은 이날 온라인 소통플랫폼 '청년의 꿈' 게시판에 이 대표의 조롱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오자 댓글로 "좀 심한 것 같지요?"라며 동의를 표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대표님의 조롱이 아닌 조력"이라며 "이 대표님은 국민의힘 대표로서 정권교체 달성의 가장 막중한 책임자다. 국민의당을 배척할 것이 아니라, 정권교체를 위한 동반자로서 먼저 손을 잡아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단일화 없이 독자 출마로 승부를 보는 전략에선, 가능하면 안 후보와 척을 지지 않는 게 좋다"며 "타 후보 비판에도 수위가 높으면 역풍이 불 수 있으니 다함께 조심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스타일이라는 것의 문제인데, 따지고 보면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후보가 페이스북에 글 써도 거기 가서도 막 댓글 달고 그렇긴 하다"며 "새로운 정치 문화라든지 이걸 반영하는 것인데, 세상일이라는 게 다 100% 좋고 100% 나쁜 건 없고 섞여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