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걸린 시어머니 4년간 모신 며느리
마음으로 낳은 딸로 여기시던 시어머니
가슴 따뜻한 시어머니와 며느리 이야기로 큰 감동을 주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사연입니다.
안녕하세요. 시집오고 5년 만에 치매에 걸리신 시어머니를 4년간 모신 며느리입니다. 시어머니 간호하느라 매일 환자식 먹고, 간이침대에 쪼그려 잠드느라 힘들 법도 하지만 살아만 계시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정신이 멀쩡하셨던 5년 동안 베풀어주신 사랑 덕분이었습니다.
제 나이 33살 먹도록 그렇게 선하고 지혜로운 분을 본 적이 없습니다. 결혼하기 전, 어머니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며 자란 제 모든 이야기를 듣고는 눈물 글썽이며 한시라도 빨리 데려오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부모 정 모르고 큰 저는 그런 어머님께 반해, 신랑이 독립해 살고 있던 아파트를 일부러 처분하고 어머님 댁에 들어가서 셋이 살았습니다.
홀로 자식 다섯을 키우시면서도 언성 한번 높이신 적이 없다는 어머님은 바쁜 명절날 튀김 위에 설탕병을 깨트린 저에게 당신이 손에 힘이 없어 놓쳤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단 거 몸에 안 좋다고 초콜릿 먹고 있는 제 등짝을 때리시면서도 나갔다 들어오실 땐 군것질거리 꼭 사 들고 “공주야 엄마 왔다” 하셨습니다.
하루는 어머님과 신랑과 저 셋이서 술을 마시다가 자라온 서러움이 너무 많았기에 시어머니 앞에서 꺼이꺼이 울며 술주정을 했습니다. 어머님은 그런 황당한 며느리를 혼내기는커녕 제 손을 잡고 저보다 더 서럽게 우시며 “얼마나 서러웠나. 처음부터 네가 내 딸로 태어났으면 오죽 좋았겠나. 내가 더 잘해줄 테니 이제 잊으렴”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치매에 걸려 본인 이름도 나이도 모르시면서도 험한 말씨 한번 안 쓰시고 그저 곱고 귀여운 어린아이가 되신 어머님. 어느 날 저에게 “아이고 이쁘네. 뉘 집 딸인고”하시더이다. 그래서 저는 웃으며 “나는 정순○(시어머님 성함) 딸이지요. 할머니는 딸 있어요?”라고 여쭤보자 “있지. 서미○(사연자 이름)이 우리 막내딸”이라고 답하셨습니다.
그제야 펑펑 울며 깨달았습니다. 이분 마음속에 저는 딸 같은 며느리가 아니라 막내 시누이 다음으로 또 하나 낳은 딸이라는 것을요. 저에게 “네가 내 제일 아픈 손가락이다” 하시던 말씀이 진짜였다는 것을요.
밤 11시쯤 소변보셨나 확인하려고 이불속에 손 넣는데 갑자기 제 손에 만원짜리 한 장을 쥐어 주셨습니다. “이게 뭐예요?” 했더니 소곤소곤 귓속말로 “아침에 옆에 할매 가고 침대 밑에 있더라. 아무도 몰래 네 맛있는 거 사 먹어라” 하시는데 생각해보니 점심때쯤 큰아주버님도 왔다 가셨고 첫째, 둘째 시누도 다녀갔습니다. 아침 7시에 퇴원한 할머니가 떨어트린 돈을 주워서 당신 자식들에게 안 주시고 갖고 계시다가 저에게 주신 거였어요.
그리고 그날 새벽 화장실 다녀왔다 느낌이 이상해 어머님 코에 손을 대보니 돌아가셨더군요. 장례 치르는 동안 제일 바쁘게 움직여야 할 제가 울다 울다 졸도를 세 번 하고 누워있느라 어머님 가시는 길에도 게으름을 피웠네요.
오늘이 시어머님이 가신 지 150일째입니다. 어머님께서 매일 저 좋아하시는 초콜릿, 사탕 사 오시던 까만 비닐봉지만 보면 눈물이 납니다. 다시 태어나면 처음부터 어머님 딸로 태어나길 원하면 너무 큰 욕심이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