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 "7월 방역 조치 완화가 무슨 소용이겠나"
매출은 바닥을 뚫는데, 임대료는 '하늘을 치솟고'
매출 대비 임대료 차지 비율 8.2%, "미래가 안보여요"
팩트경제신문 유튜브 채널 '팩튜버'./ 편집 이민경 PD, 촬영 이소진 기자
명동이 죽었다. 많던 상점이 통째로 증발했다. 건물 자체가 비어버렸고, ‘임대문의’ 전단지만 이곳저곳에 붙어있다. 점심식사를 위해 잠시 외출한 직장인들만 간혹 보일 뿐 거리는 한산했다. 그나마 '메인 거리'에 위치한 상가는 열려있었지만, 골목으로 들어가보니, 대부분의 건물 한 채가 '통째로' 비어있는 등 을씨년스러운 모습이었다.
이달 3일 기준, 명동의 공실률(텅 빈 건물의 개수)은 38.4%로 전국 최고치다. 10곳 중 4곳이 문을 닫았다. 그나마 남아있는 상인들은 “매출도 없는데다, 임대료도 내야하니 사실상 '카드 돌려막기'로 버티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이전) 한달 평균 500만원은 벌었는데, 임대료고 뭐고 다 빠지고 현재는 수중에 현금 300만원만 있다”고 했다.
명동에서 30년째 가족들과 함께 백반집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힘들다. 그나마 가족들이랑 함께하는 가게라서 버티고 있는 거다”라고 말했다. 함께 일하는 딸 B씨도 “(코로나19 이전 매출로 회복하려면) 한 2년은 더 있어야 될 것 같다. 다 비었다. 점심때 손님도 몇 명 없다. 올해 백신을 맞아도 관광객들이 돌아와야 (명동은) 살아난다”고 했다.

그는 또 일본인 관광객들이 돌아와야한다며 "여기 단골들이 몇몇 있었는데 해외여행이 금지되면서 완전히 망했다. 그나마 주변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이 찾아와서 버티고 있는데, 빈 곳이 늘어나면서 힘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자가 식당을 방문했을땐, 오후 1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가게에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 명동은 코로나19가 활개를 친 지난 1년 사이, '유령도시'가 됐다. 명동극장이 위치한 ‘메인 거리’를 제외하곤, 명동 6길 등 곳곳에 위치한 골목 상권은 완전히 죽었다. 특히 명동은 외국인 관광객 부재의 여파가 꽤나 컸다. 일본인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매출의 90%를 차지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옷 가게를 운영하는 C씨는 “코로나19 이전에 가게를 방문하는 손님 10명 중 9명은 전부 외국인”이라며 “외국인에 국내 내수 고객까지 다 빠지면서 이젠 겨우 동아줄을 붙잡고 버티는 격”이라고 했다.

오는 7월 1일부터 방역조치가 완화되면 괜찮아질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엔 “매출이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간다해도 지난 1년 반 동안 피해를 본 금액을 원상복구 하려면 2년 걸린다”며 정부의 ‘한참 늦은 대책’을 원망했다.
A씨는 “정부 지원금을 받았지만, 그거로는 임대료도 내기도 힘들다. 빚내서 내고 있다. 적자는 카드로 막고 있다. 대출은 받지 않았다. 대출까지 받으면 큰일 난다. 원래 융자가 있기 때문에, 대출은 나중에 못 갚으면 큰일난다”며 손사래를 쳤다.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면서 그나마 주말에는 명동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상인들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내다 봤다. 임대료 문제와, 매출 문제는 이미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적금까지 깨서 겨우 버티고 있는 상인도 있었다.
A씨는 “7월 방역 완화 조치건 뭐건 와닿지가 않는다. 그나마 올해가 지나야 좀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 외국인이 들어와야한다. 외국 사람들 없으면 (명동은) 힘들다. 바로 앞에 화장품 가게도 어제 폐업했다"면서 "지금 빈 곳이 (이 골목에만) 50군데가 넘는다. 명동은 겨우 버티고 버티는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명동은 국내 대표 상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명동의 추락은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 상인들의 분석이다. 모든 마케팅을 중국인과 일본인 등 외국인에게만 올인(All-In)하다 보니 화장품, 의류로 상권이 단조로워졌고 내국인의 관심은 점점 멀어졌다는 것이다.
그 결과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의 발길이 뚝 끊어지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명동에서 20년째 신발 장사를 하고 있는 D씨는 “내국인이 다시 찾기 위해서는 판매 아이템부터 서비스, 정책까지 중국인 위주에서 벗어나 명동 거리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개성 있는 가게가 많았던 ‘추억의 거리’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고 공실률에도 땅 값은 ‘천당’
그럼에도 전국에서 가장 비싼 곳은 여전히 명동이다. 화장품 브랜드인 ‘네이처리퍼블릭’의 명동 매장 부지가 지난 18년째 공시지가 전국 1위다. 1m(제곱) 당 2억 650만원으로 평당 6억 8000만원도 넘는 금싸라기 땅이다.
임대료도 바위처럼 굳었다. 올해 1분기 기준, 명동 중대형 상가의 평균 임대료는 1m(제곱) 당 월 22만 5000원인데, 전국에서 가장 비싸다. 작년 1분기(29만 7000원) 대비 약 24% 낮아지긴 했지만, 같은 기간 공실률 증가폭과 비교하면 하락 폭이 눈꼽만큼 작은 셈이다.
명동의 임대료는 서울 다른 상권과 비교해 여전히 높다. 명동 포함 광화문, 남대문, 시청 등 올해 1분기 서울 도심 상권 월 평균 임대료는 1m(제곱) 당 8만 8000원 수준이었다. 명동 임대료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명동 임대료는 강남 평균 임대료인 5만 8000원보다도 4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추가로 지난해 서울 주요 상권의 1㎡당 매출액은 26만 8000원으로, 2019년보다 36.4% 쪼그라들었다. 평균전용면적(60.8㎡) 환산 시 월 1629만원이다. 지역별로 보면 명동거리(-62.8%), 안국역(-59.5%), 동대문시장(-57.1%) 등에서 특히 매출액 감소폭이 컸다.
그런데 지난해 매달 내야 하는 통상임대료는 329만원(평균전용면적 60.8㎡ 기준)으로 나타났다. 1㎡당 5만 4100원으로 나오는데, 2019년 5만 4400원에 비해 300원(0.6%) 정도 낮아진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조사 대상 지역에서 매출액 중 통상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20.2%에 달했다. 명동거리(79.4%), 이태원(38.8%), 인사동(58.2%) 등 주요 상권서는 평균 50%를 넘겼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외식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2015년)에 따르면 매출에서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8.2% 정도였다. 이와 비교하면 자영업자들이 체감하는 임대료 부담이 꽤나 큰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방역 완화 조치에도 좀처럼 매출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자영업자들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