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마디의 아프리카 그림일기] (1)
마지막까지 솎아 내는 배낭 짐

2017년 6월 18일 / 우리 집 / 아직 새벽공기가 쌀쌀한 6월

6월 18일 늦은 밤. 내일은 새벽 6시에 나가야 하는데… 아직도 처리할 것들이 안 끝났다. 나 진짜 내일 아프리카 갈 수 있을까? 결국 19일 00시가 넘었다. 마지막까지 솎아 내는 내 큰 배낭 짐. 길에서 버리는 한이 있어도 일단은 가지고 가자! 싶은 것만 넣었더니 큰 가방 하나, 작은 가방 하나, 캐리어 하나, 새벽 3시가 되었다.

엄마가 자는 거실로 나갔다. 모기장을 헤치고 엄마의 이부자리로 들어왔다. 엄마는 2시간 뒤면 출근할 테고 우리는 마지막 인사를 할 터이다. 앞으로 두 달 동안 얼굴을 비비며 아침 인사를 할 수 없을 텐데. 엄마의 낡고 뽀얀 얼굴을 어루만졌다.

다섯 시에 엄마는 일어났고 다섯 시 반에 집을 나섰다.
“어제 늦게 잤니? 가는 날인데 아침 못 챙겨줘서 미안해. 몸 건강히 잘 다녀와, 알겠지? 연락 자주 하고.”
탓탓탓… 엄마의 계단 내려가는 소리가 멀어졌다. 아직 6월의 차가운 아침 공기가 모기장 구멍을 통해 흘러 들어왔다.

오늘은 6월 19일. 내가 아프리카로 가는 날이다.


/일러스트  윤마디 madimadi-e@naver.com
/일러스트  윤마디 madimadi-e@naver.com

2017년 6월 19일 / 인천공항 / 점심 먹고 떠난다

생전 처음 보는 친구들과 이날 티켓을 함께 예매했다. 일어나야지.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아프리카도 안 가게 되는 거지. 세 개의 가방 문을 열어 물건들을 다시 보고, 둘러멨다. 난 이제 이걸 둘러메고 아프리카까지 날아가는 것이다. 세상에! 어떡하지? 너무 무겁다.

엄마가 밟은 현관을 나도 밟았다. 현관에서 보니 아빠가 방에서 꺼벙한 눈으로 날 보고 있었다.

“선영아, 너 어디 가?” “나? 나 아프리카 가.”
“… 응? 아프리카? 얼마나?” “두 달쯤?”
“어떻게 가는데?” “비행기 타고. 지금 공항 가.”
“… 태워줄까?” “아냐 괜찮아. 버스 타고 터미널 갈 거야.”

그렇게 집을 떠나왔다. 나는 아프리카로 가는 것이다. 회사에서 퇴사를 안 시켜줘서 5일 전에 간신히 간신히 퇴사했다. 퇴사 전날까지도 밤 11시까지 야근을 하고 퇴사 당일에는 판교로 외근 가서 결국 편도가 퉁퉁 부은 채로 마지막 퇴근을 했다. 퇴사 다음 날엔 편도 열로 까무러쳐서 온종일 못 일어났다가, 나머지 4일 중 3일은 한의원 가고, 파마하고, 서울 여기저기 다니며 물건을 몰아서 사고, 출국 전날 18일은 엄마와 방통대 기말고사를 보고 왔던 것이다.

이렇게 달려서 짐을 쌌건만 공항에서도 할 일이 남아 있었다. 환전, 프린트, 지영이 택배 보내주기, 치아 보험금 청구… 전직 비서 현직 승무원 정연이가 공항에 와줘서 나의 일일비서가 되어준 덕분에 모든 것을 성공리에 끝마쳤다. 정연이는 파우치 가득 선물을 싸주고 비상금으로 쓰라며 100달러도 용돈으로 줬다. 또 비행기 이륙 시간까지 늦춰줬다. 하하. 덕분에 여유롭게 점심까지 먹었지. 

요 몇 달 송별회로 바쁘게 지냈다. 끝도 없는 할 일을 다 처리해 내고 나는 떠난다. 아프리카로!

/일러스트  윤마디 madimadi-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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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경제신문 윤마디 일러스트레이터 madimadi-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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