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선거인단 투표→美 연방의회 발표→대통령 취임식 남아
트럼프, “훔쳐간 선거” 주장···주위서도 '소송전' vs '결과 승복' 갈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7일(현지시간) 279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제46대 미국 대통령에 한발 다가섰다. 다만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대통령 선거(대선)에서 간접선거제를 적용하기 때문에, 아직 법적으로 그 지위를 인정받지는 못한 상태다.
미국은 대선에서 ‘선거인단 투표’ 방식을 사용한다. 우리나라처럼 유권자와 후보자가 일 대 일 대응하는 직접선거제 방식이 아닌, 각 주에서 선별된 선거인단이 주를 대표해 투표한다. 여기에 단 0.1%라도 우세한 후보자가 주의 모든 선거인단을 가져가는 승자독식제까지 더해진 독특한 구조다.
예를 들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당선인이 박빙 승부를 벌인 조지아의 경우 바이든 당선인이 49.48%(246만 5781표), 트럼프 대통령이 49.28%(245만 5428표)의 득표율을 얻었다. 두 사람의 격차는 0.2%(1만 353표)로 아주 근소했지만, 바이든 후보에 대한 득표율이 좀더 높아 해당 주의 16명의 선거인단은 모두 그에게로 돌아갔다.
미국 법에 따르면 대통령 선거인단 투표는 대선을 치르는 해 12월의 두 번째 수요일 이후 첫 월요일에 열린다. 올해는 다음달 14일로 예정됐다.
다만 선거인단 투표가 남았다 해도 이는 형식상의 절차에 불과하기 때문에 여기서 대선 결과가 뒤바뀔 일은 희박하다. 선거인단은 대표성에 의해 소속 주의 의견을 따라 대선 투표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각 주 의회가 정한 장소에서 대통령과 부통령을 각각 투표한다. 이는 주지사에 의해 등기우편으로 그달 23일까지 미국 연방의회로 보내진다. 이후 미 연방의회는 선거인단 투표를 마친 다음해 1월 6일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발표한다.
제46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은 같은 달 20일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 앞에서 개최된다.
바이든 당선인은 취임식 이전까지 남은 2개월여 동안 정권 인수 작업에 박차를 가한다. 그는 미국 풍토에 맞춰 사실상 민주당 대선후보로 뽑힌 지난 6월부터 캠프 내에 정권 인수팀을 준비했다. 이어 지난 4일에는 인수위원회(인수위) 홈페이지(BuildBackBetter.com)를 공개하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에 공식 계정(@transition46)도 마련했다. 정권 인수 작업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가시화될 전망이다.
8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와 CNN방송 등에 따르면 바이든 당선인 측은 이번 주 연방정부 각 기관과 접촉해 해당 기관의 업무 인수를 맡는 ‘기관 검토팀’을 세울 예정이다. 이 밖에도 이들은 예산과 인력 결정, 계류 중인 규정, 진행 상태인 다른 업무 등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검토하는 역할도 한다. CNN방송에 따르면 현재 인수위에는 최소 150여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취임식 이전까지 300명 규모로 확대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또 9일에는 과학자 및 전문가로 채워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팀 출범을 앞두고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결과에 승복했던 기존 관례를 깨고 ‘불복’을 전면 시사했다. 그는 현재 우편투표 방식의 정당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위스콘신에 대해서는 재검표를 요구했다.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조지아를 상대로는 개표중단 소송을 낸 상태다. 이에 대해 미시간과 조지아는 1심에서 기각을 결정했다.
‘트위터 정치’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의 일종인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활발히 펼쳐왔다. 그는 트위터에 이번 선거를 ‘도둑맞은 선거’(stolen election)라고 표현한 보수 인사의 글을 인용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앞서 그는 “참관인들은 개표실에 들어갈 수 없었다(The observers were not allowed into the counting rooms)며 “나는 선거에서 승리했고, 합법적인 7100만 표를 얻었다(I won the election, got 71,000,000 legal votes)”고 주장하며 선거 과정 중 합법성에 의문을 표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과 발표 직후 이틀 연속 골프장을 방문했다.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는 8일 백악관에서 출발, 버지니아주 스털링에 있는 자기 소유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을 찾았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다음 대처를 고심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현재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을 포함해 공화당 안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결과를 승복해야 한다며 압박하고 있는 형국이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 주위에서도 ‘소송 불사’와 ‘결과 승복’ 두 갈래로 나뉘는 것으로 전해진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부시 전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선거가 근본적으로 공정했으며 그 결과는 분명하다는 점을 신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같은 공화당 소속임에도 불구, 앞선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전면 대치되는 발언을 한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재검표를 요구하고 법적 소송을 추진할 권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