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 정장·美 수정헌법 제19조 언급…모두 ‘여성 참정권’ 관련 깊어
“바이든, 차별의 벽 넘었다…담대히 부통령 후보로 ‘여성’ 지명해”

“제가 부통령직을 수행하는 첫 여성이지만, 마지막은 아닐 것입니다. 왜냐하면 오늘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소녀들은 우리나라가 가능성의 국가라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카멀라 해리스(Kamala Harris·56) 미국 부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7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 체이스센터 야외무대에서 가진 승리 연설에서 한 이 발언은 전 세계 많은 여성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해리스 당선인은 미국 최초의 아시아계·흑인계 ‘유색 인종’이자 ‘여성’ 부대통령 당선인이다. 앞서 언급한 것들은 그에게는 일종의 허들이었을 테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는 도전으로 그것들을 모두 뛰어넘어 새로운 역사를 썼다.
해리스 당선인의 승리 연설에서 ‘여성 간의 연대’, ‘인종 간의 연대’는 중요한 키워드였다. 이는 곧 그의 정체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해리스 당선인은 이날 “나는 어머니를 생각한다. 그리고 여러 세대에 걸쳐 여성 그리고 흑인 여성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생각한다”며 “아시아계, 백인, 라틴계, 그리고 원주민 미국인들을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우리 미국 역사를 거쳐 이 순간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온 분들”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여성들은 싸웠고, 너무나 많은 것을 희생하며 평등과 자유 그리고 정의를 이뤄왔다”며 “여기에는 너무나 자주 무시됐던, 하지만 민주주의를 뒷받침해 왔던 흑인 여성들도 포함돼 있다”고 호명했다.
그러면서 “100년 이상 투표권을 지키기 위해 싸워왔던 모든 여성들, 수정헌법 제19조를 지키기 위해서 싸워왔던 여성들, 그리고 이번에 투표하기로 선택한 그리고 투표권을 지켜내기 위해 계속해서 싸울 의지를 보여준 그런 여성들이 있기에 이 순간이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해리스 당선인은 이날 ‘여성 참정권’을 의미하는 흰색의 정장 차림으로 단상에 올랐다. 흰색은 20세기 초 영국 여성 참정권 운동의 주역이던 ‘서프러제트(suffragette)’의 상징색이다. 당시 그들은 흰색 옷을 자주 입었는데, 이를 본따 ‘서프러제트 화이트’라고 명명하며 여성 참정권의 상징이 됐다.
미국 수정 헌법 제19조 역시 여성 참정권과 관련이 있다. 이는 미국 시민이 성별에 따라 투표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마련된 수정 헌법이다. 미국의 경우 1910년대까지 대다수의 주에서 여성 참정권을 보장하지 않았다. 당시까지는 주에서 직접 투표 자격권자를 결정했는데, 헌법이 이를 용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여성들이 참정권을 획득하기 위해 싸워왔고, 이후 1920년 8월 18일 미국 수정헌법 제19조가 비준을 받으며 실현됐다.
해리스 당선인은 “오늘 나는 이 여성들의 투쟁과 굳건한 의지 그리고 비전에 대해 생각한다”며 “지금까지의 역사와 관계없이 앞으로 무엇이 가능한가에 대한 그런 비전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피력했다.
자신을 러닝메이트로 지목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을 향해서는 “우리나라의 차별의 벽을 넘어 여성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는 그런 담대함을 보여줬다”고 감사를 전했다.
해리스 당선인은 “우리가 어떤 성별을 갖고 있든 간에 야심을 갖고 꿈을 꿔라. 그리고 확신을 갖고 리드해라”라면서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깨닫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내 안에 있는 진정한 내 모습을 실현하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해 주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누구에게 투표했든 간에 나는 조 바이든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이 그랬듯 언제나 모든 미국인들을 생각하며 부통령직을 수행하겠다”고 ‘통합’을 강조해 바이든 당선인과 궤를 함께 했다.
그는 향후 정치적 과제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종식과 함께 △경제 회복 △미국 근로자들의 경제 회복 △세계적인 인종차별 극복 △기후위기 극복 △미국 단합 △미국 정신 회복 등을 거론했다.
해리스 당선인은 “앞으로의 여정은 쉽지 않겠지만, 미국은 준비돼 있다”며 “바이든 당선인과 나 역시 준비돼 있다”고 포부를 표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