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 이상 국민 모두 통신비 2만원 감면, 여론무마용 ‘전국민’ 정책?
洪 부총리 “선별이라기보다 ‘집중’이고, 차등이라기보다 ‘맞춤’”
‘승수효과 없다’ ‘통신사에 잠기는 돈’ 비판 잇따라…팩트 살펴보니

청와대가 10일 13세 이상 국민 모두를 대상으로 통신비를 2만원 감면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주재한 제8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적은 액수이지만 13세 이상 국민 모두에게 통신비를 지원하겠다”며 “코로나로 인해 자유로운 대면접촉과 경제활동이 어려운 국민 모두를 위한 정부의 작은 위로이자 정성”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민 4640만 명을 대상으로 총 9300억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될 전망이다.
◇‘맞춤형’이라더니 결국 ‘전국민 지원’?
당초 정부는 7조원 중반대의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선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지원은 불가피하지만, 4차 추경이 모두 국채로 발행되는 만큼 ‘맞춤형’으로 접근하겠단 방침이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기재부) 장관은 이날 서울청사에서 열린 제8차 비상경제회의 합동 브리핑에서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방식에 관해 “지원방식과 관련해 그간 보편지원이냐, 맞춤지원이냐를 놓고 의견이 다양했지만 이는 정책 여건과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꼭 정답이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면서 “다만 지금은 어려운 재원 상황에서 ‘더 피해가 집중되는 곳에 조금 더 두텁게 지원’하고자 하는 고민을 담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통신비 지원 정책 발표로 사실상 ‘전국민 지원’에 가까워졌다는 평가다.
정부는 특별돌봄지원 대상 아동을 초등학생까지로 크게 확대했다. 미취학 아동에게만 지급됐던 상반기와 달리 이번엔 초등학생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다만 금액은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1인당 10만원씩 4개월간 지급돼 총 40만원으로 책정됐던 지난번과 달리 1인당 20만원을 지급한다.
두 가지 정책이 맞물려 13세까지는 특별돌봄지원을, 13세 이상부터는 통신비 지원을 받는다. 이 때문에 ‘선별적’이라는 단어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당초 꼭 필요한 계층에게 두텁게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선별 지급방식을 택한 것인데, 이 취지를 벗어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선별’의 의미를 폭넓게 받아들이는 관점을 요구했다.
홍 부총리는 2차 긴급재난지원금의 성격에 관해 “선별이라기보다 ‘집중’이고, 차등이라기보다 ‘맞춤’으로 편성했다”고 언급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위원은 이날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통신비 지원이 곧 전국민 지원이라는 비판에 대해 “선별은 ‘올 오어 낫띵 게임(All or Nothing game·모두 갖거나 모두 잃거나)’이 아니다”라며 “각각의 소득분위에 따라 형태와 금액을 달리하는 게 선별”이라고 했다.
◇통신사 좋은 일? 승수효과 0? 오해와 진실
홍 부총리는 통신비 감면 배경에 관해 “코로나19로 인한 청소년의 원격교육 증가, 청장년의 비대면 활동 확대, 어르신분들의 스마트폰 기반 서비스 이용 등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며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게 “비대면은 ‘로테이션 프리(lotation free·장소에 구애받지 않음)’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비대면 활동으로 회사나 학교 등 일정 공간에 묶여있지 않게 돼 데이터 수요가 증가한다는 분석이다.
보통 사용자들은 한 달에 일정 금액을 내고 그에 상응하는 데이터를 제공받는 형식의 요금제를 이용한다. 제공된 데이터를 모두 소진한 뒤에는 사용량에 따라 비용이 붙는다. 데이터 수요와 통신비는 비례할 공산이 크기 때문에, 통신비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다만 통신비 감면은 우선 통신사가 통신비에서 2만원을 일괄 감면하고, 추후 정부가 그만큼의 금액을 보전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정부가 통신사에 돈을 지급하는 구조다보니 ‘통신사로 흘러가는 돈’이라는 쓴 소리가 나온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같은날 당 상무위원회 모두발언에서 “두터워야 할 자영업자 지원은 너무 얇고, 여론무마용 통신비 지원은 너무 얄팍하다”며 “통신비 2만원 지급의 재고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 의원은 “게다가 정부 계획에 따르면 이 돈은 시장에 풀리는 게 아니고 고스란히 통신사에 잠기는 돈”이라며 “받는 사람도 떨떠름하고 1조원이 적은 돈이 아닌데 소비진작 경제효과도 전혀 없는 이런 예산을 정의당이 그대로 승인하기 어렵다”고 질타했다.
이같은 문제 제기에 또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우선적으로) 국민은 2만원의 혜택을 보고, 통신사는 그만큼 손실을 보게 된다”며 “만약 정부가 돈을 지급 안한다면 통신사는 9000억원 상당의 손실만을 입게 된다”고 해명했다.
이 수석위원은 통신비 감면 정책의 성격에 관해 “내수경제를 위해서가 아니다”라며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정부는 비접촉·비대면 교류를 권유하는 상황인데, 그렇다면 그에 따른 비용을 정부가 지급하는 게 논리적으로 타당하다”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절차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며 “모든 국민에게 정부가 직접 2만원을 지급하는 것보다 통신사가 지닌 요금부가시스템을 활용해 선(先) 할인하고 정부가 후(後)지급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라고 말했다.
통신비 감면은 단순 지원일 뿐 이것이 경기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취지의 비판도 제기됐다.
이재명 경기지사 역시 같은날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통신비는 통신사로 직접 들어가 버리기 때문에 승수효과(Multiplier Effect․정부 지출을 늘릴 경우 지출한 금액보다 많은 수요가 창출되는 현상)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통신비 감면의) 1차 목적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증가한 비대면 활동에 대한 부담을 완화하려는 것”이라면서도“(다만 2차적으로) 승수효과도 발생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통신비 감면으로 국민들의 가처분소득(수입-세금·공과금)이 늘어 승수효과가 발생한다. 통신비는 공과금 항목에 포함된다. 즉, 통신비 감면으로 공과금이 줄어드니 그만큼 국민의 가처분소득이 오른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2만원이 큰 금액은 아니나 소비 진작 효과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된다면 승수효과는 더욱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책 타당성은 인정되나 승수효과를 크게 불러오긴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이 수석위원은 “(국민들이) 소비하지 않는 이유는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돼 (점포들이) 락다운(Lockdown·움직임이나 행동에 대한 제재. 외출 제한 및 상점들의 영업 중단 등도 포함한다)돼서 못하는 것”이라며 “게다가 (통신비 지원 정책은) 지급이 아닌 감면 형태이기 때문에 승수효과는 대단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