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영의 평생부자되기]
부의 대물림에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 간의 경영 비전과 가치 공유
물적자산 보존은 우선순위 낮아
돈 많아도 가족 간 불화 땐 모래성

스페인의 최고 기업은 의류업체 자라(ZARA)이다. 그다음으로 6조 자산의 글로벌 패션업체인 망고(Mango)가 2위이다. 망고는 최근 패션 비서인 망고 스타일리스트(Mango Stylist)를 출시하여 고객에게 보다 직관적이고 매력적인 온라인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고 하여 화제가 되었다.

그런데, 작년 12월 창립자인 이삭 안딕(Issac Andic)이 가족들과 함께 휴가 중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스페인 명승지인 몬세라트 수도원을 품고 있는 뒷산에서 산책하던 중 실족, 150m 아래 계곡으로 떨어져 71세로 생을 마감한 것이다.

바위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스페인 몬세라트 수도원 /게티이미지뱅크
바위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스페인 몬세라트 수도원 /게티이미지뱅크

그는 부인과는 이혼했고 아들 하나에 딸 둘을 두었다. 처음에는 단순 실족사로 알려졌다. 그런데,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던 중 그의 외아들 조나단 안딕(Jonathan Andic)의 행적에 수상한 점을 발견했다.

 그의 설명에 일관성이 없고, 그가 말한 장소와 실제 주차 장소가 다른 점을 발견, 아들을 혐의자로 보고 수사를 한다는 것이다. 그는 1981년생으로 10여 년 전 후계자로 낙점되었지만 아버지와 불화가 있었다. 그 사실은 조사 과정에서 아버지의 동업자인 친구의 진술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더 깊이 들여다보기 전에 그 아버지의 생을 조망해 볼 필요가 있다. 이삭 안딕은 튀르키예에서 출생한 유대인으로 1969년 바르셀로나로 이주하여 그곳에서 질 좋은 튀르키예산 티셔츠를 판매하여 기반을 닦았다. 이후 매장을 스페인 전역으로 확장하고 지금은 100여 개 국가에 2500개가 넘는 매장에서 연간 매출이 20억 유로가 넘는다.

스페인에서는 이 사건을 각별하게 주목하고 있다. 그것은 이베리아반도에 사는 유대인을 세파르딕 유태인(Sephardic Jews)이라 부르는데, 그들에게는 독특한 문화적 배경이 있다.

세르파딕은 특별히 가족 간 유대를 강조한다. 이베리아반도에 사는 유대인들은 그 땅에서 유독 심한 냉대와 차별을 받았다. 심지어 중세 때에는 고리대금업으로 착취한다는 이유로 화형의 대상이 되는 등 역사적으로 가혹한 배척의 대상이었다.

안딕 자신도 스페인 가족 기업 연구소(Family Business Institute)에서 의장직을 맡고 있었다. 가족 기업은 일반 기업과 다른 문화적 특징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일반 기업은 유능한 전문 기업인을 뽑아서 경영을 맡기면 그만이다.

그런데 가족 기업이란 단순한 지분 보유에 그치지 않고, 대를 이어서 경영까지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자녀가 기질적으로 기업 경영을 싫어하거나 역량이 부족한데도 가업 승계를 해야 한다면 문제가 생기게 된다. 이런 경우 성공적인 세습에는 고난도의 수련이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여러 자녀 중에 누가 기업을 승계할 것인가에 대한 다툼도 문제가 된다. 몇몇 국내 기업 사례에서 보듯 볼썽사나운 형제간 소송이나 가족 간 분쟁이 흔하게 일어난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큰 부자들 간에 ‘부의 대물림’이란 전문 컨설팅이 성행하고 있다. 부의 대물림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반증이다. 그 첫 번째 과업이 가족 간에 기업경영에 관한 비전과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두 번째로는 가족 구성원의 인적 자산, 지적 자산, 물적 자산을 잘 보존하는 일이다. 소위 말하는 부자들의 부동산, 주식, 금융 자산 등 ‘물적 자산’의 보존은 우선순위가 가장 낮다.

다시 말하면, 가족 구성원의 능력 개발과 개개인의 진정한 행복 추구가 먼저이다. 이게 잘 안되면 문제가 생긴다. 망고의 아버지 이삭 안딕은 부자 관계가 원만했을까. 아무리 돈이 많아도 가족 구성원이 불화하고 불행하다면 가업은 모래성을 쌓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스페인 2위 기업 '망고' 본사에 설치된 로고 /REUTERS=연합뉴스
스페인 2위 기업 '망고' 본사에 설치된 로고 /REUTERS=연합뉴스
작년 12월 스페인 2위 기업 '망고'의 창립자인 이삭 안딕(Issac Andic)이 가족들과 함께 휴가 중에 스페인 명승지인 몬세라트 수도원을 품고 있는 뒷산에서 산책하던 중 실족, 150m 아래 계곡으로 떨어져 71세로 생을 마감했다. /HANDOUT / AFP=연합뉴스
작년 12월 스페인 2위 기업 '망고'의 창립자인 이삭 안딕(Issac Andic)이 가족들과 함께 휴가 중에 스페인 명승지인 몬세라트 수도원을 품고 있는 뒷산에서 산책하던 중 실족, 150m 아래 계곡으로 떨어져 71세로 생을 마감했다. /HANDOUT / AFP=연합뉴스

대를 이은 재벌기업일수록 그 사회와 긴밀히 호흡하면서 가치를 공유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존재 가치를 인정받는다. 내 재산이라고 내 맘대로 하고, 후손들이 마약이나 하고 갑질을 해 댄다면 그런 기업의 미래는 뻔하다.

아름드리 큰 나무는 폭풍, 추위, 폭설, 벼락, 화재, 자연재해 등 온갖 위험을 잘 견뎌낸 결과물이다. 가족기업 또한 그러하다. 그래야 오래 번성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려면 진정성 공〮동체 의식 동〮정심을 갖추어야 하고, 무엇보다도 크고 작은 고통을 감내할 줄 알아야 우람한 ‘너도밤나무’가 될 수 있다. 미국 동부지방에서 자라는  ‘너도밤나무’는 크게 번성한 미국 가족기업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스페인 망고 회장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당사자 외에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남은 가족들은 아들의 무고함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사건 수사의 결론을 예측해 본다면, 흐지부지하게 덮을 가능성이 있다.

그 이유는 가족들이 후계자의 결백함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고, 죽은 자는 말이 없기 때문이다. 거대 기업을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몰아가 기업 몰락으로 이어진다면 스페인 경제에도 타격이 된다. 다만 유대 기업에 대한 스페인 국민의 반감이 어느 정도인지가 관건이다.

결론은 부의 대물림에 중요한 것은 ‘부 자체’가 아니다. 먼저 가족구성원 간의 정서적인 통합을 조금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그게 안 되면 부가 ‘복이 아니라 재앙’으로 변할 수 있다.

쉽게 풀이하면, 자녀가 좀 미숙하더라도 그들을 시간을 두고 이해하려 하고 배려하는 것이 재산보다 중요하다. 그 중요성을 구세대 아버지가 깨우쳐야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보통은 집념과 투지로 가업을 일군 아버지 세대가 고집을 부리다가 화를 자초한다. 아들 잘못으로만 치부할 일이 아니다.

스페인 망고 기업의 사건은 ‘가족 기업이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가’라는 가볍지 않은 질문을 던진다. 돈이 있는 집이든 없는 집이든 가장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 것은 가족 간의 화합과 단합이다. 이 사건은 새삼스럽게 이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 준다.

좀 모자라고 맘에 안 드는 가족 구성원도 함께 손잡고 가야 한다. 맘에 안 든다고 내치고 무시하면 치명적인 사태로 번질 수 있다. 부의 역설,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여성경제신문 강정영 청강투자자문 대표 himabai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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