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화 이후 한복 등 우리 문화 권위 하락"
이수자 없는 '입자장'···무형 문화유산 위기
'친근함', 교육 및 잦은 접촉 통해 스며들어야

전문가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복을 비롯한 전통문화의 보존과 관련 유산 계승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한복을 입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의 모습이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복을 비롯한 전통문화의 보존과 관련 유산 계승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한복을 입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의 모습이다. /연합뉴스

입자장과 같은 한국 국가 무형유산의 계승이 단절의 위험에 놓여 있다. 근대화 과정에서 전통이 힘을 잃고 한국인의 전통을 존중하고 계승하려는 의지가 감소한 결과다. 이에 실생활에서 한복을 착용하고 전통문화를 존중하는 방법을 다시 교육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23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전문가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복을 비롯한 전통문화의 보존과 관련 유산 계승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복세계화재단은 전날 국립민속박물관 본관 강당에서 '한복 생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추진단 발대식 및 제2차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등재 추진단은 한복 생활의 203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비롯해 한복의 세계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신연균 신연균 한복생활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추진단 단장이 지난 22일  '한복 생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추진단 발대식 및 제2차 학술 심포지엄'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한복세계화재단
신연균 신연균 한복생활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추진단 단장이 지난 22일 '한복 생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추진단 발대식 및 제2차 학술 심포지엄'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한복세계화재단

행사에서는 한복의 세계화 외에도 침선장과 염색장, 입자장과 관련된 내용을 다뤘다. 침선이란 바느질로 옷과 장신구를 만드는 기술을 말하며 그 기술을 가진 사람을 침선장이라고 한다. '염색장'은 천연염료로 옷감에 물들이는 장인을 말한다.

갓을 제작하는 공정은 크게 3가지 기능으로 구분하는데 갓대우 부분을 말총으로 엮는 '총모자장', 대올을 실낱처럼 떠서 차양 부분을 얽어내는 '양태장', 총모자와 양태를 조립하면서 명주를 입히고 옻칠해 완제품을 만들어 내는 '입자장'이 있다.

해당 기술들은 한국의 전통과 관련된 기술로 보존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이런 문화의 계승은 그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미진 한복 생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추진단 실무 추진 TF 및 학술 위원은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국가 무형유산의 주요한 역할 중 하나는 전통 기술 그대로를 전승하고 후학들을 양성하는 것"이라며 "입자장의 경우 워낙에 갓 기술 자체가 어려워 다른 사람에게 전수하기가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갓 제조 기술의 경우 상대적으로 이수자와 제자들이 많은 침선 기술과 달리 전수에 어려움이 큰 상황이다. 정춘모 국가 무형유산 갓일 보유자는 전날 행사에서 본인의 얘기를 통해 "내가 무형유산이 되기 전까지도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이 없었다"라며 "아내인 도국희 양태장 우수 이수자와 함께 가족끼리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 씨의 아들인 정한수 씨는 현재 입자장 전승 교육사이며 며느리인 이금화 씨는 입자장 전수자가 돼 활동 중이다.

이런 계승 단절의 위험은 비단 한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2024년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유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가 무형유산 전승자 현황'에 따르면 국가 무형유산 보유자의 평균 연령은 75.2세였다. 전승 교육사의 평균 연령도 64.4세로 고령화되고 있었다.

국가 무형유산 종목별 보유자가 1명도 없거나 극소수인 경우도 확인됐다. 전체 160개 종목 중 보유자가 1명도 없는 종목은 6개(3.8%), 보유자가 1명인 종목은 63개(39.4%)에 달했다. 보유자가 1명인 63개 종목 중 단체 종목은 27개였으며 개인 종목은 36개였다. 개인 종목 중 20개(55.5%)는 전승 교육사마저 없어 전통문화의 명맥이 끊길 위험이 상대적으로 더 컸다.

이에 국내 전통 화 보존 정책의 미흡함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면 일본의 경우 상대적으로 관련 정책이 체계적으로 마련돼 있었다. 김잔디 오사카대학교 고등사법연구과 초빙연구원의 '일본의 무형문화재 보호 제도에 관하여 – 문화재보호법을 중심으로'를 보면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상세하게 중요무형민속문화재 뿐 아니라 문화재 보기술 중 보호 조치가 필요한 것을 선정하여 그 보호를 도모하고 있다"라고 적혀 있다.

한국 내에서 한복을 비롯한 전통문화의 보존에 무관심한 분위기가 형성된 데에는 근대화 과정이 큰 영향을 미쳤다. 강정원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한민국 전체 역사로 봐서는 국가 차원에서 지원은 있었지만 아주 최소한에 그쳤다"라며 "소위 엘리트 문화라고 불리는 것에 대한 지원이 더 강했다"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현재 한복을 비롯한 한국의 전통 자체가 권위를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통이 가지는 힘이 약화한 데에는 국가의 선별적 지원 외에도 전체 문화에서 압도적으로 미국 문화가 주도하는 현실이 영향을 미쳤다"라고 말했다.

김찬호 성공회대학교 인문창의교육전공학과 교수도 본지에 비슷한 의견을 피력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근대화와 산업화 자제가 전통을 부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라며 "기본적으로 서구를 따라잡는 방식으로 근대화가 진행됐기에 서구 기준으로 봤을 때 우리의 전통은 너무 뒤처진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뿌리 잡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결국 급속한 성장 속에서 전통이 힘을 잃으며 자연스레 관련 정책도 부진해진 셈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전통문화를 다시 친근하게 여길 수 있도록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할 기회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비슷해 박후근 한복진흥원 원장은 "한복을 많이 소비하고 입을 수 있도록 장려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정부 측에서도 조금씩 한복과 관련해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전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과 함께 오는 10월 21일부터 26일까지를 '2025 한복 문화 주간'으로 지정했다. 전국에서 다양한 한복 문화 행사가 진행 중이며 지난 21일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부인인 김혜경 여사가 '2025 한복 문화 주간 기념행사'에 참석해 한복의 가치를 알리는 데 이바지하겠다고 밝혔다.

여성경제신문 김민 기자 kbgi001@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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