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행정 인프라 G-클라우드 전소
DR 복구 실패, 데이터 사본만 남아
클라우드 의존 부처 기록 영구 소멸
'죽은사본' 싱글 포인트 페일러 실화
과거 상태 복원 1년 넘게 걸릴지도

대한민국 정부의 핵심 행정 인프라 ‘G-클라우드’가 화재로 마비되면서 국가 거버넌스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IT 사고가 아니라, 공공 데이터 신뢰 자체를 붕괴시킨 국가 비상사태급 재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일 여성경제신문 취재 결과 정부 부처 가운데 인사혁신처처럼 노트북 기반으로 G-클라우드에 직접 의존하던 부서는 데이터 자체가 통째로 날아간 것으로 파악됐다. 고위공직자 인사기록, 징계·성과 평가, 보안 등급 자료 등 국가 핵심 인사 통제 자산이 증발 위기에 놓였다. 단순 개인정보가 아니라 정부 운영의 뼈대가 무너진 셈이다.
G-클라우드는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직접 구축·운영하는 정부 전용 프라이빗 클라우드다. 외부 민간 클라우드와 달리 물리적·논리적 자원이 한정된 폐쇄적 환경에서 관리되기 때문에, 한 번 장애가 발생하면 대체 수단이 사라진다.
문제는 이 프라이빗 구조가 중앙부처 보안 강화라는 명분으로 집중 설계됐지만 가용성(Availability) 측면에서는 치명적 취약점을 내포했다는 점이다. 민간 퍼블릭 클라우드처럼 다중 리전(Multi-region) 기반의 이중화가 아닌 대전·광주 두 센터로만 이원화해 물리적 제약이 크다.
재해복구(DR)용 백업이 있어도 즉시 전환(Active-Active)이 안 돼 '죽은 사본'만 남게 된 사례다. 특히 중앙부처 47개 기관의 업무시스템을 통합해 운영하는 구조여서 단일 장애가 전체 전자정부 서비스로 파급되는 '싱글 포인트 오브 페일러(SPoF)' 위험이 현실화된 재난이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공식적으로 “공무원용 G-클라우드 시스템이 완전히 소실돼 복구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대전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핵심 장비와 스토리지가 전소되면서 기존에 운영되던 공무원 전자결재·문서유통 시스템이 사실상 붕괴했다는 의미다.
재해복구(DR) 시스템도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데이터 자체는 광주 센터로 일정 부분 복제돼 있었지만 ‘보관용 사본’에 가까운 수준이다. 단순 저장소 개념이어서 즉시 실행 가능한 애플리케이션 환경이나 결재 워크플로우는 살아 있지 않다. 온나라시스템과 연계된 결재·배포 기능을 다시 쓰려면 단순 데이터 복원이 아니라 전체 애플리케이션과 네트워크 아키텍처를 새로 구축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2주 내 복구를 언급했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서버·스토리지·보안장비를 조달하고, 기존 결재 프로세스와 사용자 인증 체계를 재설계한 뒤 부처별 맞춤 연동을 다시 검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최소 3~6개월, 길게는 1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며, 그동안은 부처들이 수기 결재·팩스 송부 같은 임시 체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한다.
정부의 ‘온북(업무용 노트북)’ 보급 사업은 행정 효율화를 명분으로 추진됐지만 이번 G-클라우드 화재 사태에서 그 한계가 그대로 드러났다. 노트북 단말기 기반 업무는 결국 중앙 서버인 G-클라우드에 종속된 터미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모든 행정 체계를 클라우드로 통합한 탓에 서버가 멈추자 결재 시스템, 내부 문서, 업무 기록 등 행정의 뼈대가 한순간에 소실됐다.
특히 인사혁신처, 기재부, 행안부처럼 클라우드 기반 업무를 가장 앞서 도입한 부처들이 직격탄을 맞아 문서 하나조차 새로 올릴 수 없는 ‘식물부처’로 전락했다. 신원 보장을 요구한 정부세종청사 소속 한 공무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책상 위에 노트북은 멀쩡히 켜져 있는데, 눌러봐야 아무것도 뜨지 않는다”며 “결재는커녕 회의자료 하나도 꺼낼 수 없어 직원들이 멍하니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다. 마치 전기가 나간 관청에 앉아 있는 기분”이라고 망연자실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