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사용할수록 위험한 리튬이온
정기점검 무력화한 열폭주 현상
BMS 작동 실패 책임 회피 어려워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 화재가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의 기술적 문제로 번지고 있다. 2022년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처럼 무정전전원장치(UPS) 관리 부실 여부도 따져야 하지만, 정기점검에 걸러지지 않는 은폐형 결함과 BMS 작동 실패가 드러난 이상 산업용 배터리의 안전 리스크가 확인된 사례로 해석된다.
지난 26일 오후 UPS 배터리에서 폭발이 일어나면서 전산실 전체가 불길에 휩싸였고 국가 핵심 정보망이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다. 발화 지점은 2012~2013년 LG엔솔이 공급한 배터리로 확인됐다.
해당 배터리는 불과 석 달 전 정기점검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내년 교체를 준비 중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이는 곧 정기점검 체계만으로는 잠복된 결함을 식별할 수 없다는 뜻이다. 겉으로 멀쩡해 보였던 배터리가 한순간 폭발한 사실은 산업용 리튬이온 배터리가 가진 ‘은폐형 리스크’를 그대로 드러낸 셈이다.
화재는 UPS 이설 과정에서 촉발됐다. 전원이 완전히 차단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선이 분리되자 전압이 급상승했고 절연 파괴와 함께 배터리 한 개가 폭발하면서 불길이 번졌다. 정상적인 시스템이라면 차단·격리 장치가 작동해야 했지만, 이번에는 안전망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BMS(Battery Management System)가 포함된 팩 단위 배터리였음에도 폭발을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LG엔솔의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시간이 흐르면 단순히 용량이 줄어드는 것뿐 아니라 내부 구조가 불안정해지면서 열폭주의 위험이 커진다. 이번 사고는 노후화된 배터리가 언제든 폭발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를 현실화했다. 오래 사용했으니 안전하다는 기존 인식이 무너지고, LG엔솔 제품이 사실상 ‘시한폭탄형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국가 핵심 전산망이 한순간에 마비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이번 화재를 단순히 한 건의 설비 사고로 치부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재난복구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국정자원 화재의 경우도 “카카오 먹통 사태에서 충분히 교훈을 얻을 수 있었고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투자자 사이에서도 불신이 커지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반복된 안전성 논란에 더해, 산업용 배터리까지 신뢰성에 금이 가면 LG엔솔의 평판 리스크는 더욱 확대될 수 있다.
결국 이번 사건은 LG엔솔 배터리의 구조적 결함, 정기점검 무력화, BMS 무용론이 한꺼번에 드러난 계기였다. 배터리사 한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노후화된 제품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금융·보안 인프라 전체가 산업용 배터리 폭발 위험에 노출됐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6월까지 배터리 화재는 총 2439건 발생해 사망 7명, 부상 125명이 발생했다. 같은 기간 재산 피해는 1343억6591만원으로 집계됐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