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 282조원 규모 원자력 공동 투자
원전 부처 3곳으로 쪼개져 동력 상실
일본, 14년 만에 신규 원전 건설 재개

미국과 영국이 원자력과 인공지능(AI)을 결합한 신산업 생태계 구축에 1500억 파운드(약 282조원) 규모 공동 투자에 나섰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금기시되던 원전을 재가동했고, 프랑스·스웨덴도 신규 건설 계획을 속속 발표했다.
전 세계에 원전 바람이 불고 있지만 이재명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을 재검토하며 신재생에너지를 확대겠다는 입장이다. AI·반도체·전기차 등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에너지 정책만 반대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최근 만나 기술 번영 합의에 공식 서명했다. 이번 합의로 미국 기업들은 영국에 AI와 원자력 등 미래 산업 분야에 걸쳐 총 1500억파운드(약 28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했다.
미·영은 원전 협정 체결로 양국 안전성 평가를 상호 인정해 신규 원전 건설 허가 기간을 3~4년에서 2년으로 단축했다. 미국의 소형모듈원전(SMR) 기업 엑스에너지는 영국 에너지 기업 센트리카와 손잡고 하트풀 지역에 최대 12기의 모듈형 원자로를 짓는다.
영국 트라이택스와 프랑스전력공사(EDF), 미국 홀텍은 노팅엄셔 옛 석탄화력발전소 부지에 SMR 기반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예정이다. 원전이 단순한 발전소를 넘어 미래 첨단산업 인프라의 핵심으로 자리잡는 셈이다.
일본도 최근 탈원전 기조를 사실상 종료했다. 일본 정부는 13년간 멈췄던 오나가와 원전 2호기를 지난해 10월 재가동하며 2040년까지 원전 비율을 20%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공언했고, 간사이전력은 14년 만에 신규 원전 건설을 재개했다.
프랑스는 지난해 12월 플라망빌 3호기를 가동했고 2035년까지 원전 6기를 추가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1980년대 탈원전 국가였던 스웨덴조차 40년 만에 신규 원전 4기를 짓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갈팡질팡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아무리 커도 완공에 10년 이상 걸리는 원전이 해법이 될 수 없다”며 재생에너지 확대를 거듭 강조했다.
환경부로 원전 정책 업무가 이관된 뒤 김성환 장관도 “원전 신설은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확정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년)에는 신규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 1기 건설이 포함됐지만 실제 정책 추진 의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많다.
원전 관련 업무가 무려 3개 부처로 쪼개지면서 동력 상실이 예견됐다는 비판이 따른다. 규제를 포함하는 원전 산업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담당하고, 원전 수출 업무는 ‘산업통상부’에 남게 되며, 원전 기술 개발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맡는다.
그렇지 않아도 부처 간 장벽이 높은 상황에서 원전 산업계는 시어머니만 셋을 챙기게 되면서 원전 관련 업무가 원활하게 수행될 것이라는 기대는 버릴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원전 업계는 문재인 정부에 이어 ‘탈원전 시즌2’가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내 원전 기술 인력과 부품 기업은 지난 탈원전 정책으로 이미 큰 타격을 입었으며, 세계가 원전 기술 경쟁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한국만 소극적 행보를 이어간다면 산업 고립은 불가피하다는 경고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전은 과학적이고 실용적인 해법인데, 정치적 고려로 멀리한다면 에너지 안보는 물론 국가 경쟁력도 치명적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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