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마디의 유니폼]
작가들에게 물어봤습니다
"무슨 일 하세요?"

안녕하세요. 윤마디입니다.
1년 반 동안 연재한 유니폼의 최종화를 쓰게 되었습니다.

3월, 사실상 마지막 직업 에피소드였던 [기관사] 편을 쓴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아트송림레지던시’에 선발되어 입주하게 되었습니다. 레지던시 오리엔테이션에서 제 소개를 [유니폼]으로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어서 4월엔 마지막 에피소드 [여행, 친구 : 잔잔하다]를 썼고, 5월엔 연재를 마치며 독자 이벤트를 올렸습니다. 그리고 6월 8일부로 레지던시를 마치자마자 오늘, 6월 13일에 [유니폼] 최종화를 올리게 되었네요. 덕분에 3, 4, 5월은 새로운 프로젝트에 엑셀을 밟으면서도 한편으론 다 써버린 이야기를 내 손으로 꽉꽉 매듭짓는 기분을 오갔습니다.

아트송림레지던시에서는 서천 갯벌 뒤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송림동화’ 부지에 야외 조형물을 세우는 프로젝트를 했습니다. 3주간 지역 리서치를 통해 서천의 조각들을 모으고, 살아오며 세상에서 수집한 조각을 더해 하나의 조형으로 엮어내는 일이었습니다.

그림을 그려서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를 책으로 만드는 것도 버거워하던 제가 하나의 감상을 거대한 물체로 만드는 건 여러 작가와 팀을 이루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섬유, 나무, 관객 참여 예술을 하는 세 작가와 함께 일주일 동안 회의실에 처박혀 자정이 넘도록 회의하던 어느 날, 문득 창문에 비친 저를 보았습니다. 하나의 원자가 다른 성질의 원자를 만나 화학작용 속에서 전혀 다른 물질로 변화하는 순간이라는 느낌이 저를 감쌌습니다.

[유니폼]을 쓰다 보니 ‘저 사람은 무슨 일을 하나’ 하고 상상하는 게 습관이 되었는데, 제가 지금 여기서 여러 가지 일을 가까이서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전공이 다르고, 같은 전공이라 해도 다루는 매체와 주제가 다르며, 그래서 문제의식과 접근법이 각기 다른 사람들이 모여있었습니다. [유니폼] 마지막 화로  ‘무슨 일 하세요?’ 설문을 수집하고 있던 터라 그 설문을 활용하여 한 곳에 모인 여러 일을 소개하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첫 질문에 직업명을 쓰지 않도록 했기 때문에, 이어지는 답변을 읽으며 누굴까 추측하다가 마지막에 이름이 나오고 ‘이 사람이었구나’ 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몇몇 분과는 오랜 시간 붙어 있었는데도 새롭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직업을 타이틀이 아닌 ‘일’로 소개하는 묘미겠지요. 제가 [유니폼]을 쓰면 쓸수록 원했던. ‘일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본인에게 직접 듣고싶다’는 바람이 이뤄진 듯합니다.

7개의 질문에 각각 한 사람의 답변을 붙이면서 처음 듣는 이야기를 골랐습니다. 
우리는 종종 자기 일을 설명해야 할 상황에 놓입니다. 특히 ‘우리’ 같은 “예술”하는 사람들은 어디 회사나 부서, 직함만으로는 부족하기에 늘 부연 설명을 만들어놓기 마련이지요.

‘이걸 쉽게 말해줘야 할까?’ ‘어차피 알쏭달쏭할 테니 알아서 이해하라고 해야 할까’ 하면서···. 우리도 삼 개월간 서로 그런 시간을 거쳤기 때문에 처음 듣는 이야기가 상대에게 베푸는 친절을 벗겨낸 단계처럼 느껴집니다. 그저 내 일. 내 일을 말하는 순간.

 

1. 어떤 활동이고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는 얼마나 됐나요? (저는 A라고 불러볼게요)

가구를 베이스로 해서 보통 나무(여러 소재가 있는 듯)를 깎고 다듬어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는 올해 3년 차입니다. 가구라고 하지만 사실 시각예술의 한 분야고 전 일상이랑 가장 가까운 사물인 가구로써 이야기하는 직업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이예찬) @leey_echan

 

2. A는 시작부터 끝까지 무엇을 하는지 차근차근 알려주세요. (과정 중에 같이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의 일도요)

이것저것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 살아가다가, 질문이 생기면 언젠가는 이것에 관한 내용으로 기획해야겠다 하고 살아갑니다. 그러다가 생각을 담아낼 기회, 아니면 같이 추진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면 그때 전시를 만들게 됩니다.

전시를 만든다는 것은 관찰에 가까운 일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건 제가 기획을 하건 플레이어로 참여하건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물질을 다룬다는 것은 모든 것을 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할 수 있는 제일 나은 선택을 하며 내가 궁금한 질문들과 멀어지지 않도록 조율합니다.

완성된 나의 것은 내가 처음에 기획한 것이 아닙니다. 보통은 선택들로 낯선 것들이 나오곤 합니다. 그렇다면 나조차도 나의 작업을 관찰하며 마무리합니다. 근데 이건 무척이나 작업을 시작한 초기의 이야기입니다. 현재는 대부분의 시간은 서류작업과 소통을 위해 사용하게 됩니다.

전시를 후원받기 위한 기획서 제출을 하며 같이 준비하는 사람들과 소통하게 되고, 선정되더라도 다음 전시를 위해 또 다른 서류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전시가 다가오면 급하게 작업을 하고, 작업이 끝나면 예산 정리를 합니다. 이를 하면서 또 다른 서류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김시온) @xion_reference

 

3. 한 사이클, 혹은 총 경력에서 - 바쁜 시즌과 한가한 시즌이 있나요? 왜 차이가 생기고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제가 만든 것들을 발표하기 직전과 발표하는 중이 가장 바쁩니다. 완성을 위해 모든 시간을 제작에 신경 쓰거나, 발표한 후 발표가 끝날 때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아무래도 사람들에게 제 고민이 시각화된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바쁜 것 같습니다. 미리 상황을 제어하려 하지만, 실제 상황은 예측이 어렵습니다. 경험이 누적될수록 대처 방법이 하나씩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김진선) @jinsunkim__work

 

4. 어떤 경험으로 A를 시작하게 되었나요?

고2 때 미술과에서 광주비엔날레를 가게 되었어요. 거기서 사람의 땀을 모아놓은 작품을 봤고 냄새를 맡게 되었죠. 그게 작품이라는 거예요. 충격을 받았어요. 그리고 현대미술에 매혹되었고, 그때까지만 해도 미술교육자가 되겠다고 생각했던 꿈이 바뀌었어요. 미술작가로요.

(서유진) @seonewjin

 

5. A를 사람들과 함께하기 위해 새로운 일을 벌여본 적이 있나요(함께 한 적이 있나요?). 무엇을 준비해야 했나요?

최근에 예술인 중에서 '물성'이라는 주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모아 '물성 매력'이라는 팀을 꾸렸습니다. 손으로 만져지고 물성을 감각하며 창작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들을 이야기하는 모임이에요. 본인이 현재 다루고 있는 물성을 주제로 토론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오프라인 모임으로 진행합니다. 나중에 팀원들과 함께 전시도 꾸려보면 좋을 것 같네요.

(이용현) @lyhsculpture

 

6. 얼핏 보면 A와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연관된 분야가 있나요? 혹은 당신이 A를 잘하기 위해 배우는 다른 분야가 있나요?

먼 게 있을까요? 과거의 이야기, 미래를 상상하는 이야기, 우리가 아닌 것들의 이야기···

(정민지) @mujeok_ee

 

7. 당신이 A에서 두려워하던 상황을 극복하도록 도와준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그 경험은 당신의 어떤 약점을 어떤 강점으로 만들어주었나요?

극복을 도와준 사람들보다는 본인의 마음가짐에 따른 것 같아요.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 만큼 이 일을 하기 위한 유연한 마음이 중요한 듯합니다. 원하는 바가 각자 다르고, 이를 위해 구상해 주는 일이기 때문에 스승보다는 내가 얼마나 열린 마음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스승은 기술을 공유해 준 분들 말고는 기억에 없네요. 직업적인 부분은 짧은 내 경력으로는 내가 얼마나 (클라이언트의 말을) 흡수하는가, 구상할 수 있는가에 있는 듯합니다. 지금까지는···.

(최주희) @m_w12.25

 

마지막 제 소개도 덧붙입니다. 

3. 한 사이클, 혹은 총 경력에서 - 바쁜 시즌과 한가한 시즌이 있나요? 왜 차이가 생기고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사이클 : 뭔가에 꽂히면 드로잉을 마구마구 해요.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을 쌓아서 이것저것 초안을 만들어놔요. 순서가 있는 이야기라면 큰 틀에서 넣고 빼면서 구성하고, 그렇지 않다면 아무렇게나 펼쳐놓고 이래저래 연결해 보면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아내요.

여기 주제를 찾아나가는 단계에서 헤매는 시기가 와요. 처음 꺼냈던 주제 문장에서 생각한 이미지가 100% 바뀌거든요. 엄청 많은 정보와 자극을 흡수해 놓은 상태라서 그걸 소화하는 시간이 필요해서 아주 더디게 작업이 진행돼요. 처음부터 작업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이때 저의 제동 걸린 모습에 낯설어해요.

대처 : 예전에 시퀀스(순서, 배열)로 이야기하고 싶었을 때는 순서 짜는 데 시간을 오래 썼어요. 원인과 결과 사이의 과정을 제가 이해하는 게 중요했거든요. 요즘은 조금 달라졌어요. 동작과 메커니즘으로 주제를 이야기하거나 이미지에서 소리를 표현하는 공감각적인 이미지에 다가가는 게 더 재미있어요. 그래서 이제는 순서보다는 감각적인 흐름이나 이미지 간의 관계에 집중하면서 재미를 찾아가요.

(윤마디) @yoon.madi

유니폼으로 이런 작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매번 원고를 기다려주시고 꼼꼼히 읽어주신 편집위원님, 긴 시간 읽어주시고 응원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림은 한 사람을 세 명이 돌아가면서 그렸고 실물과 다를 수 있습니다. ㅎㅎ

*답변 마지막엔 작가의 이름과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적었습니다. 

아트송림레지던시 참여작가들. 김시온 김진선 김혜린 박민하 백주용 서유진 오상민 옥세영 이예찬 이용현 장선영 정민지 최주희 /사진=옥세영 @works_okkk
아트송림레지던시 참여작가들. 김시온 김진선 김혜린 박민하 백주용 서유진 오상민 옥세영 이예찬 이용현 장선영 정민지 최주희 /사진=옥세영 @works_okkk

여성경제신문 윤마디 일러스트레이터 madimadi-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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