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시행 6년 만에 45만 건
지난해 자기결정 비율 절반
"사전 의향서 홍보·지원 필요"

연명의료 중단 결정이 제도 시행 6년 만에 누적 45만 건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환자 절반은 본인의 뜻이 아닌 가족의 판단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결정권을 높이려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확산과 제도적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 제출 자료와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8년 제도 시행 이후 연명의료 중단 사례는 매년 가파르게 증가해 올해 8월까지 약 45만 건에 달했다. 지난해는 7만61건으로 집계됐고 올해 들어서도 5만2000건을 기록했다. 연명의료 결정이 우리 사회에서 빠르게 제도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명의료 중단은 치료 효과 없이 생명만 연장하는 치료를 받지 않기로 하는 것이다. 담당 의사와 전문의 1인이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해 사망에 임박한 상태임을 판단해야 한다.
연명의료결정제도는 환자 본인이 말기나 임종기에 작성하는 연명의료계획서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그리고 환자가 의사 표현을 할 수 없을 때 가족이 대신 작성하는 환자가족진술서와 가족의사확인서로 구분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 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누적 등록 건수는 올해 8월 기준 300만 건을 넘어섰으며 같은 해 신규 등록은 33만2834건으로 집계됐다. 등록기관 수도 2023년 686곳에서 2024년 760곳으로 10.8% 증가했다.
다만 자기결정 비율은 절반 수준이다. 제도 시행 첫해인 2018년 자기결정 비율은 32.4%에 불과했고 2024년에야 50.8%로 절반을 넘어섰다. 여전히 환자 2명 중 1명은 본인의 뜻이 아닌 가족의 판단에 따라 연명의료 중단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은 제도의 핵심 취지인 ‘자기결정권 보장’의 실현이 아직 부족한 것임을 보여준다.
서영석 의원은 “우리 사회는 이제 초고령사회에 들어섰고 삶을 어떻게 존엄하게 마무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며 “웰다잉에 대한 인식은 확산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모르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원혜영 웰다잉문화운동 대표는 여성경제신문에 “연명의료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려면 무엇보다도 맑은 정신일 때, 건강할 때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미리 작성해 두는 것이 핵심”이라며 “올해 초 누적 등록이 300만 건을 넘었다. 의향서를 작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상황을 맞아 의식이 없을 경우 결국 가족에게 결정이 넘어간다. 그럴수록 자기결정 비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을 꾸준히 홍보하고 상담·등록을 지원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현재 보건소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관련 업무를 하지 않고 있다. 지방정부도 조례 제정이나 예산 지원 등에서 소홀하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웰다잉 교육과 제도 확산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