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희망 임종 장소 '자택' 68%지만
실제 사망 장소는 '의료기관' 압도적
"연명의료 제도 활성화 등 개선 필요"

# 86세 김모 씨는 본인이 평생을 지내던 자택에서 죽음을 맞이하길 원했다. 하지만 사후 처리 문제로 인해 가족과 이견이 생겼다. 끝까지 자녀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싫었던 김씨는 결국 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노인 10명 중 8명은 스스로 정리하고 가족에게 부담 없는 임종을 '웰다잉'으로 꼽았다. 특히 집에서 생을 마감하길 원하지만 70% 이상이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17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한국노년학회와 함께 개최한 ‘건강보험연구원·한국노년학회 연합심포지엄’에서 발표된 ‘2023년 장기요양 사망자의 사망 전 1년간 급여이용 실태 분석’ 결과에 따르면 노인의 85.8%는 스스로 정리한 임종을 ‘좋은 죽음’으로 꼽았다. 고통 없는 임종(85.4%), 가족에게 부담 없는 임종(84.7%)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은 생애 말기 희망 거주 장소(78.2%)와 희망 임종 장소(67.5%)를 ‘자택’이라고 응답한 것과 달리 실제 사망 장소는 의료기관(72.9%)이 가장 많았다. 자택(14.7%), 노인의료복지시설(12.4%)이 뒤를 이었다. 특히 요양병원(36%), 종합병원(22.4%), 상급종합병원(13.7%) 등에서 사망하는 비율이 높아 노인들의 희망과 현실 간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돌봄을 제공하는 가족과 돌봄을 받는 노인 간의 인식 차이도 확인됐다. 노인은 자택(67.5%)에서 임종을 원했지만 가족들은 병의원(59.6%)을 선호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이는 노인을 돌보는 가족이 현실적인 간병 부담을 고려해 의료기관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한 사망자의 13.1%만이 연명의료 중단 계획을 작성했으며 이들 중 절반 이상(56.5%)이 사망 전 1개월 내 계획서를 작성하는 등 의사 결정이 임종 직전으로 밀리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암 환자의 경우 비암 환자보다 연명의료 중단 계획을 수립·이행하는 비율이 높았지만 연령이 높을수록 이러한 결정 계획 비율은 감소했다.
최영숙 대한웰다잉협회 회장은 여성경제신문에 "웰다잉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임종 과정에서 연명의료 결정이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의료진과 가족 간 이견이 생길 경우 실제 이행이 어렵다"고 했다.
또 "의사 2명이 '임종 과정'이라고 진단해야 하는데 가족이 이를 반대하면 연명의료 결정이 무력화될 수 있다"며 "노인의 생애 말기 돌봄에 있어 본인의 의사가 보다 명확히 존중될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대상자들은 당사자나 가족의 선호와는 다른 생애 말기 케어와 임종을 맞았다"며 △장기요양 노인의 연명의료 의향 확인을 위한 제도 활성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내 임종케어 제공 체계 구축 △장기요양 인정자의 사망 전 의료 사각지대 해소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