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AI' 기반 일상 플랫폼으로 확장 전략
사생활 노출·광고 등 강제성에 사용자 반발
위챗, 왓츠앱 등 슈퍼앱 전환 키는 '선택지'
"사용자 제어권 보장이 수용성 관건 될 것"

카카오톡이 15년 만에 단행한 대규모 업데이트를 두고 이용자 반발이 거세다. 기존 메신저에서 벗어나 '슈퍼앱' 전환을 선언했지만 달라진 피드형 서비스와 광고 노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25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최근 개발자 행사 'if(kakao) 2025'에서 카카오톡 전면 개편안을 공개했다. 이번 개편에는 피드형 사용자환경(UI), 보낸 메시지 수정 기능, 보이스톡 요약, 챗GPT-5와 자체 AI '카나나' 탑재 등이 포함됐다. 회사 측은 카카오톡을 '소셜+AI' 기반의 일상 플랫폼으로 확장하겠다는 방향을 내세웠다.
가장 큰 변화는 UI다. 기존에는 친구의 이름, 프로필 사진, 상태 메시지가 목록형으로 나열됐다면 이제는 프로필 사진·배경·게시물이 격자형 피드에 표시된다. 인스타그램과 유사한 형태를 띠면서 메신저라기보다 소셜미디어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용자 반발은 거세다. 카카오톡을 단순한 메신저로만 쓰고 싶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룬다. 자동 업데이트로 새 버전을 사용하게 된 이승현 씨(28)는 여성경제신문에 "메신저가 아닌 카카오그램이 된 것 같아 당황스럽다"라며 "앱을 열자마자 다른 사람들의 프로필이 크게 뜨는 것이 부담스럽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피드 노출이 강제된다는 점이다. 인스타그램 등 SNS는 팔로우·언팔로우 선택권이 있지만 카카오톡은 업무용, 지인, 직장 관계까지 모두 포함된다. 직장인 김시연 씨(33)는 본지에 "카카오톡에 직장 상사와 거래처가 많아 예전에도 프로필 업데이트 표시가 불편해 멀티 프로필을 썼는데 이번엔 사생활이 그대로 노출된다"라며 "업데이트 이후 불필요한 인맥을 재정리하느라 시간을 허비했다"라고 토로했다.
원하지 않는 광고 노출도 불만을 키운다. 피드 중간에 기존보다 커진 광고가 삽입되고 숏폼 영상까지 등장하면서 이용자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 X(옛 트위터)에서는 "광고가 너무 커져 불쾌하다"라며 "카카오톡 라이트 버전이 나오면 돈을 주고라도 쓰겠다"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개편 이후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카카오톡 업데이트를 하지 말라"는 경고와 자동 업데이트 해제 방법이 공유됐다. 이미 업데이트한 일부 이용자들은 구버전 APK 파일을 설치해 되돌리려는 시도까지 하고 있다. 다만 이는 비공식적인 방식으로 대화 내용이 삭제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카카오의 시도 배경에는 글로벌 슈퍼앱 경쟁이 있다. 슈퍼앱은 블랙베리 창업자 마이크 라자리디스가 2010년 정의한 개념으로 메시징·금융·쇼핑 등 다양한 기능을 한 플랫폼에 담아 이용자의 시간을 붙잡는 전략이다.
카카오는 챗GPT-5와 자체 AI '카나나'를 동시에 탑재해 예약·결제·업무 자동화, 채팅 요약, 보이스톡 녹음·요약 등 AI 기능을 지원한다. 기존에는 각 기능마다 별도 앱을 켜야 했지만 슈퍼앱 구조에서는 메신저 창 안에서 바로 실행된다. 복잡한 문서 요약이나 예약 업무도 대화 중에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같은 슈퍼앱 전환 시도는 국내뿐 아니라 중국 위챗, 미국 왓츠앱 등 글로벌 메신저 기업들도 이미 추진해온 흐름이다. 다만 차이점은 이들 앱은 사용자에게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위챗은 AI 어시스턴트 '위안바오'를 생태계에 통합해 문서 검색, 콘텐츠 생성, 몰입형 대화 기능을 제공하지만 이는 사용자가 해당 채널을 추가해 활용하는 옵션형 서비스로 운영된다.
미국 왓츠앱의 '상태(Status)' 기능은 2017년 문자·채팅 중심의 메신저 방식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됐다. 인스타그램 '스토리'와 유사하게 업로드 후 24시간 동안 노출되며 초기에는 반발이 있었지만 사용자가 직접 클릭하지 않으면 자동 재생되거나 강제로 노출되지 않는다. 이러한 맥락 보완을 통해 현재는 하루 5억 명이 이용하는 핵심 기능으로 자리 잡았다.
일각에서는 카카오톡의 대규모 업데이트가 과거 싸이월드처럼 시장 흐름을 잘못 읽어 경쟁력이 약화한 사례를 반복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톡의 피드 전환은 (싸이월드와)유사한 리스크를 안고 있다"라며 "다만 메시지 수정, 보이스톡 요약, 온디바이스 AI는 메신저 기능 강화에 해당하는 만큼 피드 노출의 기본값과 옵션(숨김·알림) 설정, 데이터 안내를 얼마나 명확히 설계해 사용자 제어권을 보장하느냐가 수용성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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