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가중치 조정으로 벤처·혁신 자금 유도
기업대출 기준 환산시 73조원대 투자여력

1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생산적 금융’ 로드맵에서 은행권의 경우 자금이 기존 부동산·담보 중심에서 벗어나 벤처·혁신 산업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국내 기준이 글로벌 규제에 비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지적에 따라 합리화를 추진하면서 은행의 투자 여력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1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제1차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국가 경제의 방향타 역할을 하는 금융이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성장을 주도해 재도약하는 한국 경제의 미래를 만들어야 할 때"라며 "정책금융·금융회사·자본시장 등 3대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BIS 기준과 현행 규정 간의 괴리를 점검한 뒤 자금 쏠림 완화와 생산적 자금 배분을 위한 제도 정비에 착수했다. 우선 은행 내부등급법상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RW) 하한을 15%에서 20%로 높여, 부동산 대출 편중을 줄이는 한편 자본 건전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비상장 주식 관련 규제도 완화된다. 지금까지는 국내 기준상 원칙적으로 위험가중치 400%를 부과했지만 앞으로는 BIS 기준에 맞춰 250%를 적용한다. 다만 단기 매매 목적(보유 3년 미만)이나 업력 5년 미만 벤처기업 투자 등에는 여전히 400%를 적용한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총자본비율은 평균 24bp 상승하고 위험가중자산(RWA)은 약 31조6000억원 감소해 기업대출 기준으로 환산 시 73조원대 투자 여력이 생길 것으로 추정된다.

펀드 투자 규율 역시 명확해진다. 정책 목적 펀드에 한해 위험가중치 100% 특례를 인정하되 요건을 구체화해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 특정 경제 분야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 지자체, 정책금융기관 등이 일정 수준 이상 보조 또는 투자를 제공한다. 또 해당 투자에 대한 일정한 금융당국 등의 감독 및 정책적 취지의 제한 사항을 포함하는 정책목적 펀드에 투자하는 경우 특례 요건을 만족하는 것으로 명확화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다.

그간 담보 위주의 관행에서 벗어나 혁신 분야로 자금이 흘러가야 한다는 문제제기는 금융 현장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로드맵 역시 같은 맥락에서 자본 규제를 손질해 투자 여력을 넓히려는 방향을 담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금융수요자와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실무 TF를 꾸려 제도 개선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방안이 마련되는 대로 바로 바로 발표하고 주요 과제는 그 특성에 부합하는 참석자로 구성된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를 통해 논의할 계획이다.이 위원장은 "정부·금융권·기업이 소통하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마련하겠다"며 "다양한 전문가와 수요자의 의견을 반영해 방안이 마련되는 대로 바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생산적 금융을 위한 자금 흐름 전환이 정책 발표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금융회사의 투자 행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향후 관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규제 합리화와 더불어 금융권 내부의 인식 변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본지 기사: [기자수첩] 생산적 금융이 요원한 이유

익명을 요청한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그동안 규제가 보수적으로 적용돼 투자 여력이 제한된 건 맞다고 본다"며 "은행은 건전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만큼 실제로 혁신 기업에 얼마나 자금이 흘러갈지는 내부 의사결정에 달려 있을텐데 이번 개편안 취지에 맞춰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으려는 움직임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주택담보대출 및 주식·펀드 RW 관련 은행업 감독업무 시행세칙 개정은 내년 1분기 중 추진할 전망이다. TF를 통해 은행권 추가 개선과제를 지속 검토해 나가고 내달 중 보험업권 자본규제 개선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yeon0213@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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