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에선 ‘추락’ 표현에도 투신 해석 무게
삼성 등에 지원 강요 혐의로 실형 받고도
박영수 특검 결탁 조작 논란 심리적 압박
증거 없이 박근혜-이재용 묶은 정황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에서 ‘두 번째 태블릿PC’와 직결된 핵심 인물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46) 씨.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에서 ‘두 번째 태블릿PC’와 직결된 핵심 인물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 씨(46).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에서 ‘두 번째 태블릿PC’와 직결된 핵심 인물로 지목돼 온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 씨(46)가 자택에서 투신했으나 극적으로 구조됐다.

5일 새벽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 12층에서 장씨가 몸을 던졌다. 그는 11층 난간에 걸린 채 약 두 시간 뒤 발견됐고,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초기 보도에서 ‘추락’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으나 현장 정황을 고려할 때 스스로 뛰어내린 투신으로 보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성인이 자신의 집 베란다에서 단순히 실수로 떨어졌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장씨는 박근혜 정부 시절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통해 대기업과 공기업 지원을 강요한 혐의로 기소된 인물이다. 2017년 1심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국가보조금 편취 부분이 무죄로 인정돼 징역 1년6월로 감형됐다. 이후 국정농단과 태블릿PC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그의 이름은 다시 등장했다.

2017년 1월 11일 박영수 특검팀은 장시호가 제출한 태블릿PC에 대해 디지털 포렌식을 수행했다며 “최서원의 다른 전자기기와 동일한 ‘L자 잠금 패턴’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이 주장은 JTBC가 제출한 첫 번째 태블릿과의 동일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논리로 제시됐다.

하지만 최근 서울중앙지검이 법원에 제출한 회신서에서 2017년 2월 1일 이전의 디지털 포렌식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즉, 특검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브리핑과 실제 기록 사이에 괴리가 확인된 것이다.

당시 특검은 장시호가 제출한 태블릿에서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 자료, 삼성 지원 정황이 담긴 이메일 등이 발견됐다고 주장했지만 검찰 문서에 따르면 해당 기기에 대한 정식 포렌식은 2월 이후에야 이뤄졌다.

전문가 감정 결과에 따르면 특검과 대검 수사관들이 태블릿 본체를 직접 다루며 포렌식을 진행한 사실이 확인됐고 이 과정에서 규정상 필수적인 이미징 파일 추출 절차가 무시된 정황도 드러났다. 이는 증거 보전 원칙을 훼손한 중대한 문제다.

특검 발표에서 언급된 ‘최서원의 여타 전자기기 포렌식’ 역시 재판 증거 목록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표된 사실과 기록이 일치하지 않는 대목이다.

장시호가 제출한 태블릿은 진위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채 정치적 맥락 속에서 활용됐다는 의혹을 피하기 어렵다. 해당 기기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최서원과의 ‘경제공동체’로 규정하고 나아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의 ‘묵시적 청탁’ 관계로 묶는 연결고리로 쓰였다. 결국 탄핵의 트리거가 된 태블릿이 사실상 조작 가능성을 안고 있었다는 점은 국정농단 수사 전체의 정당성을 근본부터 흔드는 지점이다.

장시호 씨의 투신은 단순한 개인적 사건으로 보기 어렵다. 그는 박영수 특검 조사 당시 사무실 냉장고에 있던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을 꺼내 먹을 정도로 한동훈 전 검사와 가까운 사이였으며 현대고 선후배 관계란 친분은 ‘두 번째 태블릿PC’의 진위 논란과 얽히며 수사 과정의 중립성에 의문을 낳았다.

특히 정치권에선 안종범 수첩 수사를 담당한 김수남 검찰총장에서 박영수 특검으로 이어진 당시 수사 라인에 대한 재검증 요구가 불붙을 전망이다. 현재 윤석열 내란특검에 투입된 조은석 검사가 김수남계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일련의 연속성이 존재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의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전북CBS <라디오X>와의 인터뷰에서 "조은석이 없었으면 최순실 국정농단 보도가 없었고, 그 보도가 없었으면 촛불이 없었고, 박근혜 탄핵이 없었다"며 "워터게이트 사건의 딥 스로트 역할을 조은석 특검이 했다"고 전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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