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육 대상 제외 희귀질환 학생들
대체 수업·출결 등 학습권 보장 안 돼
질환별 가이드라인·법적 장치 절실

# 심한 틱 증상으로 수업 도중 집으로 간 15세 A군. 중간고사를 앞두고 꼭 들어야 할 수업이었지만 원격 수업 요청은 거절당했다. 출석 인정도 받지 못해 출결은 엉망이었다. 좋은 고등학교에 가고 싶지만 환경이 따라주지 않아 좌절감만 남았다.
희귀난치성 질환이 있는 아동·청소년들이 학교 교육에서 배제되고 있다. 원격 수업이 거부되거나 질환 특성에 맞는 학습 편의가 제공되지 않아 의무교육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4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특수교육 대상자에서 제외된 희귀질환 학생들은 출결 관리와 대체 수업에서 제도적 공백을 겪고 있다. 질환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가이드라인과 이를 뒷받침할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용우 한국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우회 회장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희귀난치성 아동·청소년이 최소한의 의무교육은 받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질환별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며 “질환마다 필요한 지원이 달라 체계적인 서포트가 필요하다. 치료 때문에 결석이 잦아 시험을 따로 보지 못하면 0점 처리돼 졸업조차 위태로운 사례가 많다. 실제로 자퇴를 고민하거나 힘겹게 졸업한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은 가벼운 부상이나 수술 이후 신경계 이상으로 극심한 만성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가벼운 자극에도 심한 통증이 발생하고 피부 온도 변화, 땀 분비 이상, 운동 능력 저하 등이 동반된다. 이 회장은 “현재는 환자단체가 미국 CRPS 사례를 번역해 임의로 만든 가이드라인을 제안했을 뿐 정부 차원의 대책은 없다”며 “장애 학생에게는 제도적 배려가 있지만 희귀질환 학생에게는 아무런 지원이 없어 초중등은 물론 대학 진학까지 배움의 길이 막혀 있다”고 지적했다.
뚜렛증후군 학생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뚜렛증후군은 주로 학령기에 발병해 여러 가지 운동·음성 틱을 동반하는 신경질환이다. 한국뚜렛병협회에 따르면 틱 증상이 심해 등교가 어렵다고 원격 수업을 요청해도 “한 학생만을 위해 시스템을 다시 세팅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부당하는 사례가 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8조에는 학교의 장이 교육상 필요에 따라 원격 수업이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지만 학교장 재량에 맡겨져 있다. 허락되지 않는 경우 장기간 결석 처리로 이어진다. 이로 인해 내신 불이익과 진학 좌절, 자존감 저하와 대인 기피 등 2차 피해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18세 뚜렛증후군 자녀를 둔 학부모 이모 씨는 여성경제신문에 “아이가 중학교 때는 교육청 원격 수업 프로그램으로 버텼지만 수업 질이 낮고 실시간 소통이 안 돼 학습권이 제한적이었다”며 “고등학교 1학년 때는 다행히 담임 선생님이 원격 수업 기기를 관리하는 분이어서 교내 상담실에서 실시간 수업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하지만 다른 학부모들은 같은 요청을 거절당해 원격 수업을 아예 받지 못하기도 했다. 학교와 교사에 따라 지원 여부가 달라지고 출결도 조퇴 처리에 그쳐 보장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정진향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총장은 “교육부가 직접 가이드라인과 정책을 마련해 학습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의무교육 대상 안에 희귀질환 학생들이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문제의식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석말숙 나사렛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희귀질환 학생들도 학습권이 보장돼야 한다. 법적 등록 장애인이 아니더라도 제도적 지원과 보호가 필요하다”며 “현실적으로는 특수교육 대상자 범위에 포함하는 것이 가장 실현 가능성이 크다. 이를 위해 사회적 이슈화와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