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 7000억 적자
부정 수급 규모 증가세

정부가 자발적 퇴사 청년에게도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재정 부담과 도덕적 해이 논란이 동시에 불거지고 있다. 청년층의 구직 활동을 지원한다는 취지지만, 고용보험기금의 적자 상황을 고려하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시각이 많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는 최근 노동분야 국정과제로 ‘청년 자발적 퇴사자 실업급여 지급’과 ‘65세 이상 구직급여 확대’를 제시했다. 고령층 지원은 초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로 평가받지만, 청년층까지 자발적 퇴사자를 포함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기획위 안에 따르면 청년 자발적 퇴사자는 평균임금의 60%를 실업급여로 받을 수 있다. 다만 상한액은 월 100만원으로 제한하고, 대기 기간은 3개월로 설정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기존 비자발적 퇴사자의 상한액(월 198만원)과 대기 기간(1주일)보다는 까다로운 조건이다.
합리적 사유의 자발적 퇴사자에 해당하는 경우는 △직장 내 괴롭힘 △과도한 노동시간 △경력개발 목적 퇴사 등이 있다. 다만 근로자와 사업주 간 기준이 달라 판별하는 데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제도가 시행되려면 법 개정 등 절차가 필요하다.
문제는 현재도 실업급여 부정수급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발적 퇴사자까지 포함하면 재정 건전성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5월 적발된 실업급여 부정수급액은 124억95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 늘었다. 적발되지 않은 규모까지 감안하면 실제 부정 수급은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실업급여 부정 수급 규모는 2022년 한 해를 제외하고 매년 증가했으며 지난해 역대 최고액을 기록해 ‘시럽 급여(달콤한 보너스란 의미)’라는 오명까지 붙었다. 5년간 3회 이상 실업급여를 받은 반복수급자 수도 꾸준히 증가했다. 실업급여로 인한 기업의 손해가 늘면 장기적으로 업계 전반에 악영향이 초래된다.
재원 상황도 녹록지 않다. 고용보험기금은 지난해 말 기준 8조4000억원의 적립금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지만, 같은 시기 9조1000억원을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차입했다. 명목상 적립금이 남아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7000억원 적자 상태다. 이 때문에 추가 수급 확대는 기금 고갈 속도를 앞당길 수 있다는 게 공통된 우려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청년층 지원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실업급여는 본래 비자발적 실업에 따른 안전망”이라며 “재정이 적자 상태인 상황에서 자발적 퇴사자까지 수급 대상을 넓히면 제도 취지가 흐려지고 기금 안정성에도 치명적일 수 있다. 보완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무 기자 sewoen@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