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 증가폭 27년 만에 최저
제조업·건설업 내국인 이탈 지속
청년 고용률·임금 유인 동반 하락

고용보험 가입자 수 증가 폭이 2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구직급여 수급자와 지급액은 4년 만에 최대치를 나타냈다. 제조업과 건설업을 중심으로 내국인 고용 감소가 이어졌으며 청년층의 고용보험 이탈과 '쉬었음' 인구 급증 현상도 함께 나타났다. 고용과 실업, 산업 구조 전반에서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
8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제조·건설업에서는 내국인 고용이 줄고 청년층 고용률도 낮아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임금 유인까지 약화하면서 일자리에 대한 매력은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으며 실업급여 수급이 늘고 있음에도 실질적인 취업으로 이어지기는 더욱 어려운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 7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고용행정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고용보험 상시가입자는 1543만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15만4000명(1.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고용보험 증감률 집계가 시작된 1998년 이후 3월 기준으로는 가장 낮은 수치다.
같은 기간 구직급여 신규신청자는 13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6000명 늘었다. 지급자는 69만3000명, 지급액은 1조510억원으로 각각 5.9%, 8.4% 증가했다. 두 항목 모두 2021년 3월 이후 4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업종별로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에서 가입자 수가 증가했으나 제조업 내에서는 외국인을 중심으로 한 증가였다.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는 384만6000명으로 전년보다 늘었지만 외국인 고용 증가분을 제외하면 내국인 가입자는 1만7000명 줄어 18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건설업은 종합건설업 부진의 영향으로 20개월 연속 감소해 75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연령별로는 30대, 50대, 60세 이상에서 가입자 수가 늘었으나 29세 이하와 40대는 각각 10만4000명, 4만9000명 줄었다. 29세 이하는 33개월, 40대는 19개월째 감소세다.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2월 기준 청년층 취업자 수는 23만5000명 줄었으며 고용률은 44.3%로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달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전년보다 13.8% 증가한 50만4000명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50만명을 넘어섰다.
실제 산업별 취업자 수도 제조업과 건설업을 중심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2월 기준 건설업 취업자는 16만7000명, 제조업은 7만4000명 줄었다. 반면 보건복지, 전문과학기술, 정보통신업 등에서는 취업자 수가 증가했다.
임금 측면에서도 제조업의 매력도는 떨어지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월간 노동리뷰 3월호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평균 기준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 기준 제조업의 특별급여는 전년 대비 –7.2%를 기록하며 전체 산업 중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임금 총액 증가율 역시 둔화하며 숙련 노동자 유인도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고용노동부 고용서비스 플랫폼 ‘고용24’를 통한 3월 신규 구인 인원은 15만4000명으로 전년보다 22.8% 줄었다. 반면 신규 구직 인원은 48만명으로 15.2% 증가해 구직자 1인당 일자리 수를 뜻하는 구인 배수는 0.32에 그쳤다. 이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제조업과 건설업 등 일부 업종에서 나타나는 내국인 이탈과 청년층 고용 위축 현상이 단기적인 요인만으로 설명되기 어렵고 구조적인 변화 흐름 속에서 점차 고착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한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최근에 고용이 줄어드는 데가 제조업, 건설업, 자영업 영역이다. 세 부분이 모두 다 단기적인 요인이 작용하기는 하지만 구조적 요인도 봐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예를 들어 관세 전쟁 같은 경우 세계 자유무역주의에서 보호무역주의로 큰 판이 변하는 관점으로 보면 단기적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제조업에서의 고용 위축 같은 경우는 AI 확산도 영향을 미치는데 기술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구조적 요인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건설업 같은 경우에는 조금 단기적일 수 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과잉 공급되었고 향후에 인구가 줄어든다는 관점에서 단기적 경기 변동이라고 보기보다는 몇 년간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제조업 중소기업의 경우 저임금, 과로 등의 문제도 봐야 한다. 그런 일자리는 국내 인력이 가려고 하지 않는다”며 “외국인들이 계속해서 저렴한 노동자로 유입되다 보니 기업들이 굳이 높은 임금을 주면서 국내 인력을 쓸 이유가 없어지는 것인데, 외국인 인력풀이 늘어나는 것은 전체적인 측면에서는 제조업 자체를 살리니까 그나마 다행이지만 국내 노동자들이 고용이 줄어드는 면이 긍정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중소기업들은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임금을 올리기는 어렵고 외국인 근로자들을 쓸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해서 버티는 것”이라며 “외국인 노동자들과 낮은 임금으로 경쟁할 수 없는 국내 근로자들은 떠날 수밖에 없고 이들이 직업을 찾지만 마땅한 직업이 없다 보니 또 쉬기도 하는 이런 상황이어서 정부가 정책을 만들기가 참 어렵지만 그래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yeon0213@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