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주의 크리에이터 세상]
미국 청바지 브랜드 마케팅 전쟁
자극과 논란의 관심 아메리칸 이글
공감과 참여의 관계 구축 도모 갭

7월, 아메리칸 이글은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스타 시드니 스위니를 모델로 세운 새로운 데님 캠페인을 공개했다. /아메리칸 이글 유튜브 캡처
7월, 아메리칸 이글은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스타 시드니 스위니를 모델로 세운 새로운 데님 캠페인을 공개했다. /아메리칸 이글 유튜브 캡처

최근 패션계에서 가장 뜨거운 화제는 데님이었다. 그것도 청바지 자체가 아니라 청바지 브랜드들이 벌인 ‘마케팅 전쟁’ 때문이었다. 아메리칸 이글과 갭이 연이어 선보인 광고 캠페인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소셜미디어를 점령했고 결과적으로 두 브랜드 모두 엄청난 화제성을 얻었다. 하나는 논란으로 다른 하나는 ‘밈’으로 말이다.

아메리칸 이글의 도발: "Great Genes"라는 위험한 발언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아메리칸 이글이었다. 7월, 아메리칸 이글은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스타 시드니 스위니를 모델로 세운 새로운 데님 캠페인을 공개했다. 광고는 스위니가 아메리칸 이글의 청바지를 입고 다양한 포즈를 취하는 전형적인 패션 화보로 시작됐다. 그런데 문제는 카피였다.

‘멋진 청바지(great jeans)’는 ‘위대한 유전자(great genes)’로 들리기도 한다. 바로 이 지점이 논란의 출발점이 되었다. /아메리칸 이글 유튜브 캡처
‘멋진 청바지(great jeans)’는 ‘위대한 유전자(great genes)’로 들리기도 한다. 바로 이 지점이 논란의 출발점이 되었다. /아메리칸 이글 유튜브 캡처

광고 속에서 스위니는 이렇게 말한다. “유전자는 부모로부터 자식에게 전달되며 머리 색, 성격, 심지어 눈 색깔까지도 결정하기도 합니다. 제 청바지는 파란색이에요. 이어지는 나레이션은 “시드니 스위니는 멋진 청바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Sydney Sweeney has great jeans.”라고 이야기한다. 

‘멋진 청바지(great jeans)’는 ‘위대한 유전자(great genes)’로 들리기도 한다. 바로 이 지점이 논란의 출발점이 되었다. ‘Great Genes(위대한 유전자)’라는 표현이 우생학적 함의를 담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진 것이다. 

특히 시드니 스위니가 백인 여성이라는 점에서 더욱 논란이 가중됐다. 소셜미디어에서는 “21세기에 이런 광고를 만들다니”, “브랜드가 정말 의도한 건가?”라는 의견부터 “과도한 해석 아니냐”, “재밌는 아이디어인데”라는 옹호론까지 팽팽하게 맞섰다.

아메리칸 이글 측은 즉각 해명에 나섰다. “단순한 언어 유희였으며 어떤 사회적 메시지도 담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이미 인터넷은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흥미롭게도 논란이 커질수록 아메리칸 이글의 주가는 상승했고 브랜드 언급량도 급증했다. 위험한 시도였지만 확실한 어텐션을 얻은 셈이었다.

갭의 절묘한 타이밍: 캣츠아이와 함께한 밀크셰이크 

아메리칸 이글의 논란이 한창일 때 갭은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광고로 등장했다. 브랜드는 글로벌 K-pop 걸그룹 캣츠아이와 협업한 ‘Better in Denim’ 캠페인을 선보였다. 

이 캠페인은 2000년대 힙합 퀸 켈리스의 히트곡 ‘밀크셰이크(Milkshake)’를 배경음악으로 사용한다. 캣츠아이 멤버들이 갭의 다양한 데님 제품을 입고 경쾌한 안무를 선보이는 가운데 다국적 댄서들도 함께 등장해 신나는 퍼포먼스를 펼친다. 

갭의 광고에서는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등 다양한 인종의 모델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춤을 춘다. /갭 유튜브 캡처
갭의 광고에서는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등 다양한 인종의 모델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춤을 춘다. /갭 유튜브 캡처

이 광고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출연진의 구성이다.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등 다양한 인종의 모델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춤을 춘다. 아메리칸 이글이 특정 유전자가 위대하다고 했던것과 반대로 다양성의 아름다움을 보여준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는 “#BetterInDenim” 해시태그를 단 챌린지 영상들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전 세계 사람들이 갭의 안무를 따라하며 자신만의 영상을 올렸고 이는 자연스럽게 ‘밈’이 되어 바이럴 마케팅으로 이어졌다.

두 전략의 명암: 도발 vs 포용

아메리칸 이글과 갭의 접근법은 정반대였다. 아메리칸 이글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카피로 강렬한 임팩트를 노렸다면 갭은 음악과 춤이라는 보편적 언어로 다양성의 아름다움과 포용적 메시지를 전달했다. 

아메리칸 이글의 전략은 분명히 리스크가 있었다. 자칫하면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모든 화제는 좋은 화제’라는 마케팅 공식에서 보면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캠페인 이후 브랜드 인지도와 매출 모두 상승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전략은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든다. 

반면 갭의 전략은 안전하면서도 영리했다. 특히 아메리칸 이글의 논란이 한창일 때 정반대의 메시지로 등장한 타이밍이 기가 막혔다고 평가하고 싶다. 사람들이 분열과 논쟁에 지쳐갈 때 즐거움과 화합의 메시지를 던져 시원한 한방을 내던진 것이다. 

결론: 갭에게 더 높은 점수를

두 캠페인 모두 상업적으로는 성공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갭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아메리칸 이글이 일회성 화제로 관심을 끈 반면 갭은 지속 가능한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갭의 광고를 본 사람들은 단순히 청바지를 사고 싶어하는 것을 넘어 캠페인의 춤을 배우고 싶어하고 그 음악을 반복해서 듣고 싶어한다. 이는 브랜드 경험이 제품 구매로 끝나지 않고 문화적 참여로 확장되는 것을 의미한다.

2025년의 두 브랜드의 데님 전쟁은 현대 마케팅의 두 가지 길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하나는 자극과 논란으로 단기간에 폭발적 관심을 끄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공감과 참여로 장기적 관계를 구축하는 길이다. 두 전략 모두 나름의 효과가 있지만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갭의 선택이 더 현명해 보인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여성경제신문 허영주 크리에이터 ourcye@seoulmedia.co.kr

허영주 크리에이터

성균관대학교에서 연기예술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걸그룹 ‘더씨야’, ‘리얼걸프로젝트’와 배우 활동을 거쳐 현재는 팬덤 640만명을 보유한 글로벌 틱톡커 듀자매로 활동하고 있다. <2022콘텐츠가 전부다> 책을 썼다.
다재다능한 ‘슈퍼 멀티 포텐셜라이트’로서 여러 채널에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설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한평생 내가 될 수 있는 모든 것이 되어 열정적으로 살아보기’를 실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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