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주의 크리에이터 세상]
미국 보스턴 콜드플레이 콘서트 장면
아스트로노머 CEO, CPO 불륜 스캔들
권력자 조롱 문화 패러디 유행 가속화
기업 마케팅 전략 정면 돌파로 대반전

아스트로노머는 기업 간 데이터 이동을 지원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그동안에는 일반 대중에게 그다지 유명하지 않았지만 이른바 '콘서트 불륜'으로 일약 화제를 모았다. /연합뉴스
아스트로노머는 기업 간 데이터 이동을 지원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그동안에는 일반 대중에게 그다지 유명하지 않았지만 이른바 '콘서트 불륜'으로 일약 화제를 모았다. /연합뉴스

지난 7월 17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콜드플레이 콘서트는 예상치 못한 장면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대형 스크린에 포착된 한 불륜 커플의 당황스러운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영상 속 남성은 유니콘 스타트업 '아스트로노머(Astronomer)'의 CEO 앤디 바이런이었고, 여성은 같은 회사의 최고인사책임자(CPO) 크리스틴 캐벳이었다. 백허그를 하며 다정한 스킨십을 나누던 두 사람은 전광판에 얼굴이 잡히자 급히 자리에 주저앉거나 뒤를 돌며 당황한 기색을 역력히 드러냈다.

이 장면은 순식간에 '올해 최고의 밈'으로 불리며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지브리 스타일 애니메이션부터 레고 버전, 심지어 메이저리그 야구 팀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마스코트까지 이른바 '불륜 커플' 콘셉트를 패러디하는 영상들이 쏟아져 나왔다.

오리지널 영상과 패러디 영상은 조회수가 1억 회에 달했고 이제 미국에서는 '키스캠(Kiss Cam)' 대신 '콜드플레이 캠(Coldplay Cam)'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기업들의 마케팅 센스

이 예상치 못한 밈 현상을 가장 먼저 마케팅 기회로 포착한 것은 다름 아닌 기업들이었다. 콜드플레이 콘서트의 '불륜 커플' 장면은 단순한 스캔들을 넘어 창의적인 마케팅 소재로 재탄생했다. 수많은 브랜드들이 이 화제를 자신들의 홍보에 활용하며 순발력 넘치는 마케팅 감각을 선보였다.

특히 서구 사회 특유의 '권력자 조롱 문화'가 이번 패러디 유행을 더욱 가속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에서는 일론 머스크, 마크 저커버그 등 유명 CEO들의 일탈이나 실언이 곧바로 밈으로 전환되는 일이 흔하며 이번 사건 역시 '성공한 권력자의 도덕적 실책'을 대중이 통쾌하게 소비하는 구조 속에서 폭발적으로 확산된 것이다.

완벽한 반전을 만들어낸 아스트로노머의 선택

그런데 가장 놀라운 반전은 정작 사건의 당사자들이 일하던 기업 아스트로노머에서 일어났다. 아스트로노머는 기업 간 데이터 이동을 지원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그동안에는 일반 대중에게 그다지 유명하지 않았지만 이른바 '콘서트 불륜'으로 일약 화제를 모았다. 회사 이미지가 바닥으로 추락할 수 있었던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아스트로노머는 정면 돌파를 택했다.

지난 26일 아스트로노머는 공식 SNS 계정을 통해 기네스 펠트로를 홍보 모델 겸 임시 대변인으로 발탁했다고 밝혔다. 콜드플레이의 보컬 크리스 마틴의 전 부인인 기네스 펠트로가 등장한 홍보 영상에서 그녀는 "300명 이상의 아스트로노머 직원들을 대신해 말할 수 있도록 아주 짧은 기간 임시로 채용됐다"고 말하며 유쾌하게 회사를 홍보했다.

그들의 마케팅 전략을 자세히 살펴보면 더욱 정교했다. 첫째, 사건을 부정하거나 숨기지 않고 정면으로 인정했다. 둘째, 기네스 펠트로라는 '완벽한 캐스팅'을 통해 유머와 자조를 동시에 구현했다. 콜드플레이 보컬 크리스 마틴의 전 부인이자 현재도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그녀의 등장은 "우리도 이 상황을 웃으며 받아들인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셋째, 직원들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드러내 내부 결속력을 높였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사건 발생 일주일 만에 아스트로노머의 브랜드 인지도는 300% 상승했고 구인 사이트에는 오히려 입사 지원서가 폭증했다. 기업 가치 13억 달러(약 1조8000억원)에 이르는 이 AI 데이터 스타트업은 하루아침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기업이 되었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오히려 화제성으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인생의 위기 앞에서 선택할 수 있는 '태도'

인생을 살다 보면 예기치 못한 순간에 위기를 맞이할 때가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런 상황에 어떤 태도로 임하느냐다.

킴 카다시안의 사례를 떠올려보자. 2007년 섹스 비디오 유출이라는 충격적인 스캔들로 세상에 알려진 그녀는 과거 같았으면 사회적 매장을 당했을 법한 상황을 오히려 발판으로 삼았다. 현재 그녀는 뷰티 브랜드 'KKW Beauty'와 속옷 브랜드 'SKIMS'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사업가로 변신했고 리얼리티 쇼 '킵핑 업 위드 더 카다시안스(Keeping up with the Kardashians)'를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예전 같았으면 그런 스캔들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녀는 그 '관심' 자체를 자산으로 만들어냈다.

'관심'이 가장 큰 자산이 된 이 시대에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받게 된 안 좋은 관심도 얼마든지 기회가 될 수 있다. 핵심은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태도로 대응하느냐에 있다. 숨거나 회피하는 대신 정면으로 마주하고 더 나아가 유쾌하게 반전을 만들어내는 태도야말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열쇠다.

물론 불륜은 엄연한 도덕적 잘못이며 당사자들이 사회적 지탄을 받고 결국 사직한 것은 마땅한 결과였다. 하지만 개인의 일탈로 무고한 직원 300여명이 일하는 회사 전체를 매장시킬 이유는 없었다. 아스트로노머는 도덕적 책임과 기업 생존을 분리해서 접근했고 이것이 핵심이었다.

콜드플레이 불륜 밈과 그에 대응하는 아스트로노머가 가르쳐준 진짜 교훈은 바로 이것이다. 세상이 당신을 어떻게 기억하느냐는 결국 당신이 어떤 태도를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 말이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여성경제신문 허영주 크리에이터 ourcye@seoulmedia.co.kr

허영주 크리에이터

성균관대학교에서 연기예술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걸그룹 ‘더씨야’, ‘리얼걸프로젝트’와 배우 활동을 거쳐 현재는 팬덤 640만명을 보유한 글로벌 틱톡커 듀자매로 활동하고 있다. <2022콘텐츠가 전부다> 책을 썼다.
다재다능한 ‘슈퍼 멀티 포텐셜라이트’로서 여러 채널에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설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한평생 내가 될 수 있는 모든 것이 되어 열정적으로 살아보기’를 실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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